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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정 안 '대장동' 기억력 싸움…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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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너무 오래 전 일이라서 기억나지 않습니다" "증거를 보면 맞는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법정 안 증언석에 앉은 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선서 후 위증에 대한 부담감에 더해 실제로 오래전 벌어졌던 사건들이 수년이 지난 후 기소돼 기억력의 한계가 작용하는 결과다.

이성화 사회부 기자

이성화 사회부 기자

반면 대장동 일당들은 최근 법정에서 구체화된 기억을 꺼내며 할 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남욱 변호사는 최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판에서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받으러 온 날짜를 특정하며 "흡연실이 통유리고 해가 비쳐서 겨울인데도 더웠던 기억이 나고 서쪽에 앉아 있었는데 해가 떨어져 시간은 오후 4시 이후"라며 그날의 온도와 시간까지 추리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당시 미국에서 귀국한 남 변호사는 2021년 2월 4일 정오에 자가격리가 끝났고 미용실에 갔다가 오후 4시쯤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방문했다며 구체적인 동선도 진술했다.

남 변호사와 함께 있었던 정민용 변호사도 김 전 부원장이 사무실을 방문한 뒤 1억원이 담긴 쇼핑백이 사라졌고 김 전 부원장과 눈까지 마주쳤다고 증언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에게 정치자금을 건넨 날짜를 정확하게 특정하지 못했지만 법정에서 직접 현금이 든 상자를 쇼핑백에 넣고 밀봉한 뒤 이를 외투 안에 감추며 김 전 부원장이 '이렇게 가져갔다'고 재연하기도 했다.

이들이 이렇게 자세히 당시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사건들에 비해 시점이 2021년으로 비교적 최근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들의 기억에도 오류는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정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이 사무실을 방문한 시기를 2021년 4월로 얘기한 반면 남 변호사는 같은 해 2월 4일이라는 정확한 날짜를 제시했다.

재판부도 당시 사무실에 함께 있었던 3명의 기억이 조금씩 다르다며 대질신문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돈 이야기조차 꺼낸 적이 없다며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전 부원장 측은 이들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다. 유 전 본부장에서 정 변호사, 남 변호사를 거쳐 정치자금 마련 경위와 전달 과정에 대한 진술이 구체화되는 동안 김 전 부원장 측은 이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자백한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이 반박할 카드는 해당 시기에 대한 알리바이 제시다. 향후 이어지는 증언과 심리를 통해 정치자금을 전달한 날이 더 정확히 특정된다면 김 전 부원장도 기억력을 되살려 반박해야 할 것이다.

결국 당사자의 진술을 믿을 수 있을지,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돈을 줬다는 사람과 받지 않았다는 사람의 기억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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