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애리조나주에 역대 최대 규모의 단독 공장을 설립하고 나선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합작 공장이 아닌 단독 공장을 선택한 데에는 고객 다변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또 테슬라 등 미국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러브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LG에너지솔루션이 발표한 원통형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장은 각각 연간 생산능력이 27기가와트시(GWh), 16GWh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단독 공장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 1~3공장 △혼다와 합작한 오하이오 공장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온타리오 공장을 갖추고 있다. 애리조나 공장까지 포함하면 2026년 연간 생산능력은 293GWh에 달한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생산된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면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세액공제)을 지급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129만대 규모로 지난해 대비 38%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요 증가에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공급처가 이미 대부분 확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단독 공장은 합작을 통해 완성차와 협력을 강화하던 LG에너지솔루션이 확고한 업계 1위인 테슬라를 공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의미도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단독 공장을 선택한 것은 테슬라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고객 다변화에도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용 원통형 배터리는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파나소닉 그리고 CATL이 공급하고 있다. CATL은 중국 기업이라 미국 내 증설이 어렵고, 파나소닉은 이미 미국 내 생산제품 중 대부분을 테슬라에 공급하고 있어 추가 협력이 가능한 곳으로 LG에너지솔루션이 1순위로 꼽힌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원통형 시장에서 파나소닉과 함께 압도적인 양강이 되겠다는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의 전략"이라며 "애리조나 공장에서 생산될 배터리는 테슬라 외에도 루시드, 니콜라, 프로테라, 리비안 등에 공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북미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파나소닉이 48%로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18%로 2위에 올랐다.
2026년 완공될 예정인 16GWh 규모 ESS용 배터리 공장도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전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국 ESS 시장은 IRA 보조금 영향에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태양광과 연결된 ESS를 구축하면 IRA를 통해 30%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등 지역은 주정부에서도 별도 세액공제나 보조금을 지급한다. SNE리서치는 북미 ESS 시장 규모가 2021년 14.1GWh에서 2030년 159.2GWh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공장은 ESS용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인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대량생산에 유리하다"며 "차량용 LFP 배터리까지 생산을 준비할 분위기"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차량용 LFP 배터리를 2025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신규 공장에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이번 애리조나 공장 건설은 북미 전기차와 ESS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근 기자 /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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