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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퇴했는데 망신 주기 청문회, 학폭을 기회 삼은 정치 폭력은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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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청문회 실시 안건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정 변호사 아들은 고교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 폭력을 가한 사실이 인정돼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정 변호사 측은 불복하고 법적 다툼을 벌였다. 정군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피해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사과는커녕 소송으로 2차 가해를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사퇴해 민간인이 된 사람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여는 건 또 다른 폭력적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 변호사는 여론의 큰 비난을 받고 하루 만에 사실상 경질됨으로써 개인적으로 중벌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이보다 큰 벌이 없을 것이다. 그 때문에 자리에서 사퇴해 민간인으로 돌아갔다. 이런데도 청문회를 연다면 한 번 더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나. 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장은 “정 변호사가 불참할 경우 부인이나 자녀의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협박까지 했다. 학폭 가해자에게 가하는 이런 식의 막무가내 정치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민주당은 청문회 안건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최장 90일간 쟁점 안건을 숙의하게 돼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도 50분 만에 끝마쳤다. 이번에도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안건조정위에 투입하는 꼼수로 이 국회법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저녁 8시에 회의를 열면서 국민의힘에는 7시 54분에 통보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사회 전반의 학폭 규탄 분위기에 편승해 정부에 대한 정치 공세의 소재로 삼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정 변호사의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사퇴해 민간인 신분이 된 사람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린치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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