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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나빠져선 안돼" 강제징용 기부 나선 재일동포 2세

중앙일보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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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들과 재일동포들은 일본에서 함께 어려운 시기를 살아온 사람들이죠. 우리가 앞장서 배상을 위한 기부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기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재일동포 2세 김덕길 가네스홀딩스 회장. 도쿄=이영희 특파원

일본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대한 기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재일동포 2세 김덕길 가네스홀딩스 회장. 도쿄=이영희 특파원



재일동포 2세인 김덕길(77) 가네다홀딩스 회장은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을 듣자마자 재일동포 중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전화를 걸었다. 일본 피고 기업들을 대신해 판결금을 지급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 일본에 삶의 기반을 둔 동포들이 먼저 나서 기여하자는 마음에서였다.

아직 구체적인 기부 인원이나 금액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약 10여 명의 동포가 이미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중에는 여건이 민단 단장을 비롯해 재일동포 오페라 가수인 전월선씨, 동포들을 위한 양로원 사업을 하는 공생복지재단 윤기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둘째날인 오는 17일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14일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한국에서 정부의 이번 해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다고 들었다"면서 "우리를 시작으로 동포들은 물론 일본 내 개인과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면 반대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1946년 오사카(大阪)에서 태어나 자랐다. 유학생으로 일본에 왔다가 사업을 시작한 아버지의 회사를 이어받아 현재는 만화 등을 제작하는 콘텐트 회사와 태양광 에너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일본에 사는 동포들에게 한·일 관계는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한·일 관계가 나빠지면 많은 이들이 사업에 타격을 받고 일상이 힘들어지죠. 재일동포 2~3세와 뉴 커머(신정주자)들 모두 이번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에 대해선 "어려운 가운데 큰 결단을 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피고 기업은 아니더라도 일본 기업들이 재단에 적극적으로 기부를 했으면 좋겠지만 재단 명칭에 '강제동원'이 포함된 상황에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하지만 개인 자격으로라도 기부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일본인이나 단체들이 분명히 있고, 우리 측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한·일 청년포럼 등 젊은이들의 교류 활동을 이끌어오기도 했던 김 회장은 "서로의 국가로 자연스럽게 여행을 가고 서로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요즘 양국 젊은이들을 보면 마음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이들이 양국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해 서로에 대한 선입관을 갖거나 자신과 상대를 '가해자' 또는 '피해자'로 분류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 세대는 갈등 때문에 우정을 쌓기 어려웠어요. 요즘 세대는 우정이 먼저 자리잡고 있으니 그 우정의 힘으로 갈등을 넘어서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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