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경찰 전화 받았다”...공수처, ‘대우산업개발 수사 무마’ 녹취 확보

현직 경무관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인물이 “경찰 전화를 받았다”고 말하는 등 내용이 담긴 통화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현직 경찰 간부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해 서울경찰청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2023.2.21 /뉴스1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송창진)는 대우산업개발 A회장이 2022년 8월 B 대표와 통화한 녹취 등을 확보했는데, 녹취에는 A 회장이 “방금 경찰 전화를 받았다”, “×××(사람 이름) 진술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내가 먼저 다음 주에 조사받고 B대표를 한 번 더 불러 조사하고 (분식회계 혐의 부분은) 무혐의로 끝낼 건가봐”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또 A 회장의 발언을 들은 B 대표가 “다행”이라고 하자 A 회장은 “경찰이 (분식회계 대신) 배임 쪽으로 더 포커스를 맞추는 모양”, “그 내용도 무리 없이 될 것 같다”고 한 발언도 있다고 한다. 공수처는 녹취 내용 등 정황상 A 회장이 경찰 측의 수사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추가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에는 A회장이 “본인이 서울로 영전했기 때문에 (주위에서) 눈치를 많이 볼 거다” “다음 주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보고받기로 했다”는 등 뇌물 수수 의혹 대상자인 김모 경무관을 지칭한 듯한 발언도 있다고 한다. 또 A회장은 “분식회계 (혐의가) 없어졌다는 건 변호사에게 티내지 말고 가자”며 경찰 수사와 관련한 내부 정보를 파악했지만, 변호인에게는 말하지 말자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고 한다. 공수처는 이런 통화 내용들이 김 경무관이 경찰 내부에서 A회장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정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월 대우산업개발의 회계부정 의혹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시민단체가 제출한 고발장에는 A회장과 B대표 등의 외부감사법 위반, 배임 및 횡령, 탈세 등 혐의가 담겼다. 1년 넘게 수사를 이어간 경찰은 지난달 23일 A회장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 B대표는 배임 및 분식회계 등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공수처는 이와 별개로 A회장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상반기 김 경무관에게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3억원 전달을 약속한데 이어 실제 1억2천만원을 건넨 정황을 잡고 지난달 대우산업개발과 김 경무관의 사무실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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