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중앙일보 언론사 이미지

[문장으로 읽는 책] 이은혜 『살아가는 책』

중앙일보 양성희
원문보기
살아가는 책

살아가는 책


장 아메리는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아니고 저널리즘적 글을 쓰지만, 연구자들을 능가하는 비범함을 곳곳에서 보인다. 노년에 대한 그의 가장 빛나는 통찰은 노인들이 자기 삶을 ‘시간’으로 인식하며, ‘공간(세계)’으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것을 간파한 데 있다. 노인이 되면 여생을 시간으로만 받아들일 뿐 세계에 편입되어 자신이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점점 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세상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조촐한 공간으로 만족”하게 된다. 그들은 류머티즘을 앓아 산에도 못 올라가고 심장에 무리가 갈까 봐 차가운 바닷물에도 못 들어간다. 그리고 종국에는 자기 공간에서도 들어내진다. 시체가 된 채로.

이은혜 『살아가는 책』

장 아메리는 늙음과 죽음, 특히 ‘자유죽음’에 대한 통찰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작가다. 책 『늙어감에 대하여』로 잘 알려져 있다.

출판사 편집자에서 작가로 전업 중인 저자가 읽은 책 이야기다. 왕성한 독서에 기반한 촘촘한 글쓰기로 독서열을 자극한다. 가끔씩 발동하는 편집자 모드도 흥미롭다. “고통은 뭐 하나 좋을 것이 없지만, 글을 쓰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좋다. 잔인하게 말하자면, 그래서 겪을 만하다.” “사실 편집자의 믿음에는 통계적 근거가 부족할 때가 많다. 다만 ‘내가 밤에 자더라도 저자는 불을 밝힐 것이다. 매 순간 새로운 사유가 출현하지 않아 초조해하거나 자기 문장이 변변찮다고 느끼며 노력할 것이다’라는 믿음을 품는다. 이런 믿음은 때로 혜성이 출현케 한다.”

양성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기성용 포항 재계약
    기성용 포항 재계약
  2. 2장기용 사이다 엔딩
    장기용 사이다 엔딩
  3. 3마이애미 페어뱅크스 영입
    마이애미 페어뱅크스 영입
  4. 4베네수엘라 경제 압박
    베네수엘라 경제 압박
  5. 5조세호 빈자리
    조세호 빈자리

중앙일보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