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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3년만에 이대 교수 된 이지선 “꽤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가는 중”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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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아 사랑해’ 저자 이지선씨 사고 23년만에 모교 이대 교수로
이지선 교수가 이화여대 임용 소식을 알리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지난 17일 UCLA 학위복을 입고 한동대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학교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못해 본인이 직접 한동대 건물과 합성했다. /이지선 교수 제공

이지선 교수가 이화여대 임용 소식을 알리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지난 17일 UCLA 학위복을 입고 한동대 졸업식에 참석한 모습. 학교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못해 본인이 직접 한동대 건물과 합성했다. /이지선 교수 제공


“저라고 제 인생이 가엾지 않았겠나요. 하지만 40대 중반이 된 지금은 정말 꽤 괜찮은 해피엔딩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화여대 4학년 재학 중 교통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고 이를 극복해낸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던 ‘지선아 사랑해(2003)’의 주인공 이지선(45)씨가 다음 달 2일부터 모교 강단에 교수로 서게 됐다. 이씨는 졸업 후 미국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가 된 뒤 2017년부터 한동대 교수 생활을 했는데, 올해 1월 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채용돼 사고 후 23년 만에 모교로 오게 됐다. 세 차례 면접 전형 등을 거쳐 다른 후보자와 경쟁한 끝에 자리를 얻었다.

24일 이 교수의 목소리에는 생생한 기쁨이 느껴졌다. 그는 “모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싶은 마음과 서울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커져 채용 전형 내내 마음을 졸였는데 합격해 정말 기뻤다”며 “학생들과 함께 사회를 조금 더 낫게, 세상을 좀 더 밝힐 방법들을 연구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지난 6년간 배울 것투성이였던 새내기 교수를 응원해준 한동대 학생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22살이던 2000년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오빠 차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음주 운전자가 낸 7중 추돌 사고였다. 차에는 불이 났고 이 교수는 전신 55%에 3도 중화상을 입었다. 30번이 넘는 재건 수술 등을 견뎌냈지만 예전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양손의 여덟 개 손가락을 한 마디씩 절단했다. 거리에서 ‘괴물’이라는 말도 들어봤고 동정의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이씨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겠다”며 독하게 공부했다고 했다. 이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뒤 미 보스턴대에서 재활상담학 석사, 컬럼비아대에서 사회복지학 석사,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중발달장애인의 직업 재활’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방법들을 연구해 왔다.

이 교수는 “어두운 시기를 지날 때는 그게 끝인가 싶은데 우리 그러지 맙시다. 결국 비극이 아닙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인생에 기대할 게 뭐가 남았겠어’ ‘이렇게 절망스럽게 끝나겠구나’…, 처음 제게 사고가 난 뒤 주변 사람뿐 아니라 저도 이런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인생 곳곳에 소소한 기쁨이 있었고 결국 인생은 비극이 아니었다”라고 했다.

“공항에 가면 ‘무빙워크’라고 가만히 서있어도 옮겨주는 기계가 있잖아요. 생각도 무빙워크 같아서 분명 더 나은 것이 있어도 나쁜 방향으로만 흘러가요. 우리는 몸을 돌려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혼자 견디지 마시고 나를 사랑해줄 사람들과 함께하세요.”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저는 사고 후 튼튼한 가족 지원이 있어 잘 이겨냈지만 이런 지원이 없는 분이 많다”며 “돌봄의 부담을 가족에게 지우지 않고 사회가 함께할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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