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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저·블란쳇 잇단 수상… 오스카서도 男女 주인공 될까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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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웨일’에서 272kg의 거구 찰리 역을 맡은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왼쪽)와 ‘타르’에서 여성 지휘자 역을 열연한 케이트 블란쳇. 이미 세계 영화제에서 20여 차례씩 연기상을 거머쥐었고, 내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녀 주연상 영순위 후보로 꼽힌다. /그린나래미디어·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더 웨일’에서 272kg의 거구 찰리 역을 맡은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왼쪽)와 ‘타르’에서 여성 지휘자 역을 열연한 케이트 블란쳇. 이미 세계 영화제에서 20여 차례씩 연기상을 거머쥐었고, 내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녀 주연상 영순위 후보로 꼽힌다. /그린나래미디어·유니버설 픽쳐스


‘헤어질 결심’은 아쉽게도 없지만, 올해도 황금빛 오스카(아카데미 트로피의 별명)의 계절이 어김없이 돌아왔다. 다음달 12일(현지 시각)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주요 부문 후보작들이 국내 극장가에서도 잇따라 개봉하고 있다. 그 가운데 ‘더 웨일’(3월 1일 개봉)과 ‘타르’(22일 개봉)는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작으로 꼽힌다.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 트로피 품에 안은 브랜던 프레이저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브랜던 프레이저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페어몬트 센추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8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작품 '더 웨일'(The Whale)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더 웨일'에서 10대 딸과 화해하기 위해 애쓰는 272㎏ 몸무게의 중년 남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2023.01.16     ddy04002@yna.co.kr/2023-01-16 16:07:1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크리틱스초이스 남우주연상 트로피 품에 안은 브랜던 프레이저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배우 브랜던 프레이저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페어몬트 센추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28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작품 '더 웨일'(The Whale)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프레이저는 '더 웨일'에서 10대 딸과 화해하기 위해 애쓰는 272㎏ 몸무게의 중년 남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2023.01.16 ddy04002@yna.co.kr/2023-01-16 16:07:16/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더 웨일

영화 ‘미이라’ 3부작(1999~2008년)의 넉살 좋은 탐험가로만 배우 브렌든 프레이저(54)를 기억한다면 ‘더 웨일’을 보면서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이집트와 중국 고대 문명을 탐사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이번 신작에서는 몸무게 272㎏의 거구로 세상과 단절된 채 꼼짝없이 집에서 생활하는 온라인 대학 영문학 강사 ‘찰리’ 역으로 변신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그는 30여 일의 촬영 기간 동안 45㎏ 무게의 보철(補綴) 모형을 뒤집어 쓰고 연기했다.

‘블랙 스완’과 ‘마더!’를 연출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신작. 밀실과 폐쇄 공간이 주는 압박감을 영화적 배경으로 즐겨 삼았던 감독은 이번에는 주인공 찰리의 집을 무대로 택했다. 고혈압과 울혈성 심부전 때문에 소파 신세를 면치 못하고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줍는 것조차 버겁다. 어쩌면 그에게는 집이 아니라 신체가 ‘감옥’일지도 모른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에 출연할 당시의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미이라’ 시리즈에 출연할 당시의 배우 브렌던 프레이저. /유니버설 픽쳐스


하지만 이번에는 감독의 장기인 공포물로 치닫는 대신에 덤덤하게 상처와 용서, 구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사무엘 헌터의 동명(同名) 희곡이 원작. 성적 소수자와 비만 등 사회적 편견에 시달렸던 작가 헌터의 자전적 사연이 녹아 있다. ‘블랙 스완’의 파국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따스한 연민이 깃든 영화의 시선이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배우 프레이저 역시 ‘미이라’ 시리즈 이후 부상과 수술, 성추행 피해 등을 겪으면서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로 지난 1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를 비롯해 남우주연상만 21차례 받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수상 소감에서 프레이저는 “제가 연기한 ‘찰리’처럼 고통받거나 어두운 바다에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신다면 여러분도 두 발로 서서 빛을 향해 나아갈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 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 역을 연기한 ‘엘비스’의 오스틴 버틀러와 함께 남우주연상의 강력한 후보다.


◇'타르’

작곡가 말러(1860~1911)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는 ‘아다지오(느리게)’보다 조금 빠른 속도를 일컫는 템포 표시.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과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에도 삽입되면서 영화에서 유달리 사랑받는 클래식이 됐다. 사랑과 죽음의 이미지가 포개진 말러의 처연한 현악 선율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6부문 후보작인 영화 ‘타르’에서도 또다시 주제가 역할을 한다.

명문 베를린 필하모닉의 여성 첫 상임 지휘자인 가공의 인물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가 영화의 주인공. 말러 교향곡 5번 실황 녹음을 준비하는 장면이 출발점이다. 타르와 동거 중인 ‘샤론’(니나 호스) 역시 베를린 필의 여성 악장. 푸르트벵글러와 카라얀 같은 명지휘자들이 군림했던 베를린 필은 1882년 창단 이후 140여 년간 여성 상임 지휘자가 없었다. 여성 악장도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탄생했다. 현실보다 앞서간 영화적 설정이다.

이런 발단만 보면 음악 영화나 여성 영화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상영 시간(2시간 38분) 가운데 초반 1시간은 별다른 극적 갈등이나 사건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힘들게 정상의 자리에 오른 여성 지휘자의 숨가쁜 일상을 부지런히 뒤쫓을 뿐이다. 리허설과 단원 오디션 장면, 음악인들을 따라다니는 소문과 음악계 내부의 알력까지 탄탄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계의 한복판에 들어간 듯한 생생함을 자아낸다. 하지만 타르의 일상 이면에 웅크리고 있던 균열들이 커지면서 영화는 괴물과 거장의 양면성을 드러내는 심리극으로 변모한다. 정점에서 순식간에 파멸로 치닫는다는 점에서는 말러의 드라마틱한 음악과도 닮았다.


英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76회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 시상식에서 영화 '타르'(Tar)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1947년 설립된 BAFTA가 주최하는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영미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로 꼽힌다. 2023.02.20     clynnkim@yna.co.kr/2023-02-20 14:42:01/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英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한 케이트 블란쳇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76회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 시상식에서 영화 '타르'(Tar)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1947년 설립된 BAFTA가 주최하는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영미권에서 가장 권위있는 영화제로 꼽힌다. 2023.02.20 clynnkim@yna.co.kr/2023-02-20 14:42:01/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문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여우주연상일 것이다. 블란쳇은 이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블루 재스민’)과 여우조연상(‘에비에이터’)을 거머쥔 명배우. 이번 ‘타르’ 역시 베네치아 영화제·골든글로브·영국 아카데미 등 여우주연상 28개를 휩쓸었다. 블란쳇은 지휘 동작과 독일어 대사는 물론, 바흐의 곡을 피아노로 치면서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장면까지 직접 소화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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