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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진 안전지대 아닌 한국, '내진 보강' 공사비 지원에도 신청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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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 설계 전국 민간 건축물 15.2% 그쳐
정부 지원에도 자비 부담 커 보강 난색
"내진성능평가 확대가 그나마 현실적"
2017년 경북 포항 지진으로 부서진 한 아파트가 철거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경북 포항 지진으로 부서진 한 아파트가 철거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민간 건축물이 최대 규모 6.5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耐震) 보강’ 공사비의 20%를 지원하는 사업을 도입했지만, 1년 동안 신청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민간 건축물 6곳 중 5곳이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 ‘약발’마저 먹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튀르키예ㆍ시리아 강진에서 보듯, 내진 설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정책 효과를 견인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의 ‘민간 건축물 내진 보강 공사비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0건이었다. 해당 사업은 문화ㆍ종교ㆍ관광숙박시설 등 연면적 1,000㎡ 이상 준(準)다중이용건축주가 내진 보강 공사를 진행할 경우 정부가 지자체를 통해 공사비의 최소 20%(국비 10%+지방비 10%)를 지원하는 제도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예산을 약 15억 원 확보하고 사업비 보조를 시작했지만 신청한 지자체가 없어 집행 실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6년 경북 경주(규모 5.8)와 2017년 포항(규모 5.4) 지진을 계기로 민간 건축물 대상 내진 보강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7년 말 2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 또는 모든 주택으로 내진 설계 의무화 대상도 확대됐다. 다만 소급 적용이 안 돼 법 시행 이전 지어진 대다수 건물은 지진 위험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였다. 지난해 6월 기준 전체 민간 건축물 중 내진 성능을 구비한 건축물은 고작 15.2%에 불과하다. 이에 내진 보강 공사비의 20%를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했는데, 민간 호응은 뜨뜻미지근한 것이다.

건축주들이 내진 보강에 소극적인 이유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 연면적 3,000~5,000㎡ 건물 기준 내진 보강에는 평균 5억 원의 공사비가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20%를 지원해도 건축주가 나머지 4억 원을 따로 부담해야 해 선뜻 지원 요청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한 구조공학 전문가는 “내진 성능 향상을 위해 부재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가용 공간이 줄어드는 점도 건축주가 꺼리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저조한 실적을 감안해 행안부는 공사비 지원율을 50%까지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와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현실적 대안으로 내진성능평가 의무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꼽힌다. 이는 건축 당시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시설물을 대상으로 지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지금은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 이상 1종 시설물만 점검이 의무화돼 있다. 설령 내진 성능이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건축주에게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는 낼 수 있다. 정성훈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는 “민간 건축물의 지진 안전성 실태를 전반적으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공신력 있는 기관이 평가 주체로 나서면 실질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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