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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국민의힘 2중대’, 저러면 ‘민주당 2중대’…정의당 이번엔 꼬리표 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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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에 신중한 정의당…진보 단체 “'민주당 2중대' 소리 들을까봐 그런 것인가” 압박
박스권 지지율과 무관치 않은 ‘2중대’ 표현…‘캐스팅보트’ 존재감이 해결책으로 보여
이정미 정의당 대표, KBS 라디오서 “2중대 프레임 눌려 눈치 보지 않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 집행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A를 선택하면 ‘국민의힘 2중대’, B를 선택하면 ‘더불어민주당 2중대’.

군대 편제 중 하나인 ‘중대(中隊)’를 가져온 꼬리표가 제3정당이자 진보정당 정의당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 ‘2중대’는 흔히 다수 정당 당론을 따라가는 소규모 정당에 따라붙는데, 당의 모호한 정체성과 연결될 수 있어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규모가 작은 정당에는 떨쳐내야 하는 꽤나 골치 아픈 표현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겨냥한 민주당의 이른바 ‘김건희 특검’에 다소 신중한 자세를 취한 정의당 뒤에 이처럼 ‘2중대’라는 말이 따라붙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퇴진 등 촉구 집회를 열어온 진보 성향 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은 지난 13일 성명에서 김 여사를 겨냥한 민주당의 특검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정의당이 한발 물러서자, “또다시 민주당 2중대 소리 들을까 우려한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일찌감치 ‘김건희 특검’을 당론으로 세우고 관련 법안까지 밀어붙이는 다수 야당 민주당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으면서도, ‘민주당 2중대’ 비판을 들을까 정의당이 선뜻 나서지 못하냐는 의미다.


이 단체는 “당리당략이 앞설 수도 있지만 국민의 이익이 먼저 아니냐”며 “촛불 국민들은 정의당의 성찰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말로 민주당의 당론에 합세하라고 강조했다.

2020년 10월11일 당시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5·6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11일 당시 김종철 정의당 신임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5·6기 지도부 이·취임식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에 붙은 ‘2중대’ 꼬리표는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동안의 지지율과도 무관치 않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원내 쟁점 법안으로 끌어올려 국민의힘의 동조를 유도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움직임을 보였던 민주당을 겨냥 “명분도 실리도 없는 일”이라고 태클 거는 등 원내 유일 진보 정당의 존재감을 보였지만, 한 자릿수에 갇혀 횡보하는 지지율은 항상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박스권에 갇힌 정의당의 지지율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의당 정책이 대중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까지도 나왔다.

정의당이 ‘2중대’ 이미지를 벗을 방법 중 하나는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로 존재감 드러내기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싼 전선 형성 당시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정의당은 수사·기소권 분리에 찬성하지만 민주당 추진 방식에는 반대한다며 선 긋기를 했었다.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저지를 위해 최소 국회의원 180명 찬성이 필요한 상황에서 172석 민주당이 무소속 의원 7명을 끌어들여도 1명이 모자란 탓에 당시 정의당의 손길이 무척 필요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검수완박 법안의 무리한 추진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과거 검찰 개혁을 두고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낸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 이른바 ‘4+1’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민주당에 적극적으로 협력했으나 위성 비례정당 출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뜻하지 않은 양당 체제 강화 기여로 강한 비판까지 받아 당의 존립 기반이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됐다.

민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정의당이 세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거빈곤가구 난방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거빈곤가구 난방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당은 김 여사 특검과 ‘대장동 특검’을 동시에 내세우는 민주당의 이른바 ‘쌍특검’ 국면에서 일부는 동의하지만 일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등 특검 정국에서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 목소리에 ‘선(先) 검찰수사·후(後) 특검’ 입장을 명확히 한 정의당은 당장의 특검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에 신중한 건 민주당 2중대 프레임을 의심해서 그런 건가’라는 취지의 진행자 질문을 받고 “2중대 프레임에 눌려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판단하는 그런 행위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특검을 반대하면 ‘국민의힘 2중대’, 찬성하면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이 따라붙는 데 대해 “양강 구도의 논리”라고 강하게 비판한 뒤, 개별적인 사안을 정의당은 정의롭게 판단한다는 말로 ‘제3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의당은 오는 8~9월 마무리를 목표로 당명 변경 등 재창당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로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권고 당원 총투표까지 추진되는 등 내홍을 겪었던 정의당의 쇄신 의지로도 비친다.

이 대표는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재창당 의미를 묻는 진행자에게 “상당한 위기에 처해있고 제3의 뚜렷한 진보 정당 색깔과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여러 비판을 잘 듣고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진보 정당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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