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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케이크처럼 와르르…내진설계 안된 불법건축, 피해 키워

중앙일보 김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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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사망자가 1만1000명을 웃돈 가운데 튀르키예의 건물 6000여 채가 힘없이 무너진 데 대해 부실 건축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내진 설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건물이 이번 지진에서 막대한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인명피해는 8일 오후 기준으로 1만1100명을 넘었다. 400차례 이상 여진이 이어지는 데다 겨울 추위 등 악천후 속에 여진이 이어지면서 구조 작업이 더딘 상황이기 때문에 사상자는 더 늘 것으로 관측된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이후 처음으로 지진 피해 지역인 카라만마라슈를 방문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펴낸 새 보고서에서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가능성을 14%로 추정했다. 사망자가 1만~10만 명일 가능성은 30%, 1000~1만 명은 35%로 내다봤다. 대부분 잠을 자던 새벽에 일어난 지진으로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2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건축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다층 건물 위층이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져 겹겹이 쌓이는 이른바 ‘팬케이크’ 붕괴가 많았던 것에 주목했다. 이런 식의 붕괴는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취약한 자재로 건축된, 상당히 낡은 건물이라는 걸 뜻한다.

미국의 구조 엔지니어 매티스 레비는 뉴욕타임스(NYT)에 “무너진 건물 형태를 봤을 때 내진 설계가 전혀 안 돼 있으며, 콘크리트를 뒷받침하는 철근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면 지진으로 바닥이 꺼짐과 동시에 건물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본머스대 재해관리센터의 지질학자인 헨리 방 박사는 가디언에 “많은 다층 건물이 카드팩처럼 무너졌다”며 “이는 대부분의 건물이 지진 발생 시 안정성을 제공하는 관련 기능을 갖추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1999년 1만7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이즈미트 대지진 이후 2007년 내진 설계 의무화 등 건물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아 건축법을 개정했다. 일각에선 건축법 개정 이후에도 정부의 묵인 아래 부실시공, 불량 자재 사용 등 부실 건축 관행이 계속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튀르키예 출신 토목 기술자 에롤 키르타스는 NYT에 “튀르키예 동부 도시 말라티아 등지에서는 최근에 건축돼 내진 설계가 된 것으로 알려진 다층 건물들도 한꺼번에 폭삭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다.


건축법 개정 전에 지어져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던 건축물도 일정 수수료를 내면 소급하여 사용을 허가하는 법안이 2018년부터 시행됐다고 한다. 이 법에 따라 튀르키예 전역의 불법 건축물 1300만 개가 합법화된 것으로 추산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건축물 부실 관리로 튀르키예 정부가 얻은 이익이 30억 달러(약 3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튀르키예의 막대한 인명피해는 자연재해의 영향, 그 이상일 수 있다”며 인재(人災)임을 꼬집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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