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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의 돈과 세상] [108] 도전받는 은행업

조선일보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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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과학계의 오랜 논쟁 거리다. 거기에 비하자면 돈이 먼저인지, 은행이 먼저인지는 굉장히 쉬운 문제다. 돈이 있어야 은행의 여수신 업무가 가능하므로 당연히 돈이 먼저다.

그러나 개혁을 할 때는 순서가 바뀐다. 화폐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기 때문에 은행개혁보다 항상 늦다. 영국은 명예혁명 직후인 1694년 중앙은행부터 세우고, 화폐개혁은 2년 뒤에 단행했다. 미국도 1791년 중앙은행을 세운 뒤 이듬해에 화폐개혁을 실행했다. 일본은 1882년 일본은행을 세울 때 화폐개혁은 엄두조차 내지 않았다. 청일전쟁 뒤 중국에서 3800만 파운드의 금화를 배상금으로 받은 뒤에야 그것을 밑천 삼아 1897년 화폐개혁 즉, 금본위제도를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화폐개혁이 은행개혁보다 빨랐다. 1894년 7월 갑오개혁 때 은본위제도를 선언했다. 그때 은행제도를 담당하는 은행국도 설치했지만, 유명무실했다. 일본과 영국계 상업은행들이 1878년부터 부산, 원산, 인천, 서울 등에 진출해서 제멋대로 영업하는데도 그냥 방관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은행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때 러시아의 말을 듣고 중앙은행을 설립하려는데 영국에서 온 탁지부 재정고문 브라운이 가로막았다. 중앙은행이 생기면, 국고금을 재량껏 꺼내 쓰던 탁지부의 권한(外劃)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업은행부터 세웠다. 1897년 2월 대조선은행(2년 뒤 한흥은행으로 개명)과 한성은행(훗날 조흥은행)이 출범했다. 그리고 여수신과 함께 회환(匯換) 즉, 송금업무를 시작했다. 송금은 그때까지 듣도 보도 못했던 최첨단 금융서비스였다. 백성들이 그 편리함에 감탄했다.

은행의 특징은 예금을 받고 대출하는 것이 아니다. 여수신 업무 정도는 마을금고도 한다. 은행업의 핵심은 송금이다. 시대에 따라 회환, 내국환, 지급결제라고도 불렸다. 요즘 핀테크 업체들이 그것에 도전한다.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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