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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끝 우크라 탱크 지원 임박했지만…유럽의 美의존증 재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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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먼저 하면 따를게' 獨 조건부 지원 약속에 유럽 동맹국 좌절
"'레오파드2' 관련 논란, 독일에 신뢰 훼손 '역효과"
"유럽, 진지한 안보 행위자로 역할 할 수 있나" 의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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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벨기에 브뤼셀 EU 유럽의회 건물 앞에서 독일이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하는 것이 유력시됨에 따라 독일도 레오파드2 전차를 지원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가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인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지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주 내에 공식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발표가 나오는 대로, 독일도 레오파드2 전차 14대가량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서명하고, 폴란드 등 제3국이 독일산 레오파드2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재수출하는 것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거듭 지원을 요청한 레오파드2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일로 미국에 의존하는 유럽의 모습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비난은 면치 못하게 됐다.

레오파드2와 관련한 독일의 이런 의사 결정은 무기 지원에 따른 러시아의 부정적인 반응을 분산시키고자 한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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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력전차 레오파드2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독일이 내건 조건은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증을 드러내면서 동맹국들의 좌절감을 불러일으켰다고 WSJ은 평가했다.

영국,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은 유럽은 이미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미국의 뒤에 숨을 여유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들 나라는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은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전차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독일에 레오파드2의 선제적인 지원을 압박했다.

에스토니아 싱크탱크 국제방위보안센터의 크리스티 라이크 부소장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너무 의존적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일부 국가들이 이를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동맹국의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자국 주력전차 챌린저2 14대를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발표하면서 군사 원조를 가속하지 않으면 피비린내 나는 교착상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레오파드2를 지원해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동맹국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얼마나 관여하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불신을 갖게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비판에 직면한 독일은 미국의 지원 규모를 유럽 국가들이 따라갈 수는 없지만, 독일은 영국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가장 많이 지원하는 국가라고 항변했다.

WSJ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말로는 유럽이 언제까지나 미국의 방어 의지에 의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지난 수년간 군사 장비 등에 대한 투자를 줄여 군사력을 축소해 온 게 사실이다. 독일은 대신에 무역이나 외교 정책에 집중함으로써 국가 안보 정책 강화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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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독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에는 미국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동 방위에 소극적인 유럽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나토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자, 유럽의 자력 방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이 실제로는 프랑스와 함께 우크라이나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평화협상을 성사시키려 외교적 노력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폴란드와 발트해 국가 등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토 국가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루시에 베라우드 수드레아우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군사 지출·무기 생산 프로그램 책임자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던 시절 '유럽이 어떻게 미국 없이 해낼 수 있을지'가 화두였다"며 "그러나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유럽은 미국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달 초 유럽연합(EU)과 나토의 고위 관리들이 '나토가 집단방위의 토대로 남아있다'라는 내용의 선언문에 서명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유럽의 방어자임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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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1 에이브럼스 전차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의 유럽 내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2014년부터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나토 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조치를 취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레오파드2 지원을 둘러싼 독일의 이번 행보는 미국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를 다시금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고 WSJ은 평가했다.

라이크 부소장은 지난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주재 에스토니아 대사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독일은 갑자기 미국의 결정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한다"며 "독일의 행동은 유럽이 안보 행위자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독일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면서도 "레오파드2 지원을 둘러싼 논란은 독일의 신뢰를 훼손하는 역효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토마스 오소브슈키 독일 주재 EU 대사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독일 전차 파견을 놓고 민주적 내부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긴급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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