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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만드는 우주덕후들… "누리호 절반 크기 발사체 매달 쏘겠다" [스타트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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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공동 창업자
제주 바다 발사 예정인 '대왕고래' 로켓의 꿈
"인공위성과 대형 로켓도 개발할 것"

"로켓을 신생기업(스타트업)이 발사할 수 있나요?"

로켓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우주 탐사가 워낙 거대한 일이다 보니 정부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팰컨9' 로켓을 발사한 미국의 스페이스엑스도 스타트업이다. 다만 기업가치를 173조 원으로 평가받을 만큼 돈이 아주 많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돈이 적으면 규모를 줄이면 될 뿐, 스타트업이 못할 이유가 없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원대한 우주 사업의 꿈을 안고 신동윤(26) 대표와 육상우(26) 총괄책임자가 2016년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목표는 놀랍게도 매달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육 창업자를 만나 흥미로운 로켓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일보

육상우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공동창업자가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사에서 개발 중인 소형 로켓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누리호 절반 크기 소형 로켓 개발


육 창업자는 명함부터 특이했다. 회사 주소 대신 '36.3724N 127.4146E, 지구'라고 적혀 있다. 대전 본사의 위도와 경도 표시다. "언어에 상관없이 우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위도와 경도를 표시했어요."

그는 회사를 소형 발사체 개발업체라고 소개했다. "인공위성을 띄우려는 고객을 모집해 직접 개발한 발사체, 즉 로켓에 위성을 실어 우주로 보내는 업체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소형 로켓의 길이는 약 20m로, 길이 47.2m의 누리호에 비하면 절반 크기다. 이름도 지었다. 대왕고래를 뜻하는 블루 웨일의 앞 글자를 따서 'BW1호'다. "우리에게 제3의 바다인 우주를 헤쳐 나가는 고래의 꿈을 담았죠."

소형 로켓은 크기가 작아 소형 위성만 실을 수 있다. 누리호는 1.5톤의 위성을 탑재하지만 이들이 만드는 발사체는 탑재 가능한 위성 무게가 150㎏으로 제한된다. "위성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어요. 손가락보다 작은 위성도 있죠. 위성에서 가로세로 각 10㎝ 크기를 1U라는 단위로 불러요. 이런 작은 위성을 여러 개 묶어 다양한 기능을 하도록 만들죠."

로켓이 작으면 발사할 때 유리하다. "소형 로켓은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궤도에 쉽게 올릴 수 있어요. 대형 로켓은 많은 위성을 싣기 때문에 위성마다 종착지인 궤도가 각각 달라 발사 시간과 날짜를 맞추기 힘들죠. 화물 창고만 오가는 대형 트럭과 집집마다 물건을 전달하는 소형 트럭의 차이죠."

제주 앞바다에서 발사


이들은 로켓 발사와 관제까지 직접 한다. "로켓이 제대로 날아가는지 확인하려면 발사와 관제를 직접 해야죠."

특이하게도 이들은 로켓을 바다에서 발사한다. "제주 인근 서해에 다리를 내려 해저에 고정할 수 있는 잭업 바지선을 띄워 놓고 그 위에서 발사 예정입니다."

해상 발사를 하는 이유는 안전과 비용 문제 때문이다. "로켓을 안전하게 발사하려면 가로세로 수㎞의 빈 땅이 필요해요. 육지에서 이런 공터를 구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힘들어요. 바다는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죠. 잭업 바지선 위에 올라가는 발사대도 직접 만들어요."

발사부터 관제까지 전 과정을 통신망으로 연결된 충북 옥천의 로켓 생산기지에서 담당한다. "모든 발사와 관제는 원격으로 이뤄지죠."

발사 후 로켓 재사용 가능


현재 로켓 개발은 2단으로 분리된 추진체 가운데 상단 개발이 끝났고 다음 달 엔진 점화 시험을 앞두고 있다. "전체 공정의 90%를 개발했어요. 로켓은 엔진, 추진체, 내부 컴퓨터 등을 따로 만들어요. 다음 달 엔진 점화 시험을 할 예정입니다."

엔진 점화에 성공하면 상단보다 개발이 쉬운 하단 추진체 개발에 집중한다. 올해 하단 개발을 마치면 내년에 1, 2단을 합쳐 발사하게 된다. "하단 추진체 개발도 30% 진행됐어요. 1년에 걸쳐 상단을 먼저 개발한 이유는 상단이 더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하단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 필요해요. 상단 기술이 하단 개발에 적용되죠."

육 창업자가 만드는 로켓은 하단을 재활용할 수 있다. 다만 고열과 진동, 우주의 극저온 상태에 노출되기 때문에 무한정 재활용할 수 없고 10회 정도 사용할 수 있다. "개발 중인 로켓은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처럼 발사 후 임무를 마치면 필리핀 바다 위 바지선에 착륙해요. 최소 연료를 사용해 귀환할 수 있는 지점이 필리핀 앞바다여서 필리핀 정부와 재착륙을 위한 협정을 맺었죠."

상단 로켓은 회수할 수 없다. "상단은 궤도까지 올라가 위성을 내려놓기 때문에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요. 그렇다 보니 회수해도 재활용하기 힘들어 버리는 게 낫죠."
한국일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충북 옥천의 생산기지에서 'BW1호'의 상단 발사체를 점검하고 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옥천에서 로켓 제조


로켓은 대전 본사에서 설계하고 옥천 생산기지에서 만든다. 옥천에 생산기지를 둔 이유는 안전성 때문이다. "생산시설은 가스 등 위험 물질을 많이 다루며 엔진 점화 시험을 하기 때문에 인가에서 떨어져야 해요. 그러면서 대전 본사와 멀지 않은 곳 중 시설투자 등 비용과 인허가 지원을 해준 옥천군을 택했어요. 지난해 8월 공장을 준공했죠."

생산기지는 확장할 계획이다. "로켓을 계속 만들어야 해서 공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입니다. 생산 설비는 직접 만들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사오기도 하죠. 부품도 전 세계에서 구입해요."

개발비는 LB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 스틱벤처스 등에서 약 300억 원을 투자받아 조달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김수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추가 투자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시리즈C 투자가 조만간 마무리 되면 200억 원이 더 들어와 누적으로 500억 원을 투자받습니다."

연 1,000억 원 매출 가능


육 창업자의 목표는 매달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다. "매달 로켓을 발사해야 매출과 수익이 나요. 이것이 정부와 민간업체의 차이죠. 정부가 주도한 누리호는 성능 확보가 관건이지만 민간업체는 수익을 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는 로켓이 완성되면 연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적으로 민간과 정부 등 위성을 발사하려는 수요는 많은데 발사체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가 별로 없어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7번째로 발사체 기술을 확보했어요. 그만큼 수요 대비 로켓 공급이 부족해 수익이 날 수밖에 없죠. 2025년 이후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예상해요."

로켓은 발사뿐 아니라 다용도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로켓은 부품별로 팔 수 있어서 산업 파급력이 커요. 우주에서 지상과 장거리 통신을 하는 부품들은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죠. 또 무게를 줄이는 탄소 복합체 기술도 다용도로 쓸 수 있죠."

특히 로켓은 미사일 등 유도 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 "우주 산업은 국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요. 지금 개발 중인 로켓도 미사일로 활용 가능하죠."
한국일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육상우(왼쪽) 공동창업자와 김수환 CFO의 목표는 매달 로켓을 발사해 우주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김영원 인턴기자


북한보다 로켓 기술 앞서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에 비해 우리나라의 로켓 발사 기술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한다. 이에 대해 육 창업자는 "비교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전 세계에서 로켓 기술이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이죠.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나 스페이스엑스 기술을 우리가 따라가기 힘들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사 수준의 기술력이 아니어도 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 사업을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서비스 측면에서는 충분히 미국을 따라갈 수 있죠."

북한과 로켓 기술을 비교하면 우리가 앞섰다고 본다. "언론 보도로 비교하면 연료와 제어 기술, 유도 능력, 타격 정밀도 등에서 우리가 더 낫죠. 미국은 북한이 바다로 미사일을 쏘는 이유를 제어 기술과 타격 정밀도가 떨어져 정확한 목표 도달 여부를 감추기 위한 것으로 봐요."

연료 방식도 북한보다 낫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산화제와 섞으면 바로 불이 붙어 위험한 액체연료인 하이드라진을 주로 사용해요.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메탄과 누리호의 케로신 연료는 산화제와 섞어도 불이 잘 붙지 않죠. 대신 북한의 하이드라진은 상온 보관이 가능한데 메탄과 케로신은 극저온 보관해야 합니다."

고2 때 로켓 만들어 발사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육 창업자는 어려서 나로호 발사를 보고 로켓에 매료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로호가 처음 발사됐어요. 최초 발사가 실패했을 때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속상했죠."

그는 중고교 시절부터 혼자 로켓을 만들었다. "영어도 못하는데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유튜브 영상과 책을 보고 공부해 고체 로켓을 만들었죠. 고2 때 용돈을 모아서 만든 로켓이 1㎞ 정도 날아갔어요."

2015년 고3 때 우주에 관심 있는 고교생들을 모아 전국 동아리를 만들었다. 거기서 공동 창업한 신 대표를 만났다. "좋아하는 일을 회사를 만들어 해보자는 생각에 2016년 동아리 구성원 10명과 학생 창업을 했고 2018년 주식회사로 전환했죠."

동아리에서 출발한 회사는 지금 대기업 출신들이 옮겨 오며 50명 이상 근무할 정도로 커졌다. 이 가운데 80%가 개발자들이다. "삼성전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로켓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직한 직원들이 많아요."

그의 목표는 상장과 한계를 두지 않는 우주 사업이다. 상장은 올 하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증권거래소에서 11년간 일하며 코스닥 상장 심사역을 지낸 김 CFO가 지난해 합류했다.

앞으로 대형 발사체와 인공위성도 개발할 계획이다. "소형 발사체를 만들면 장기적으로 대형 발사체도 개발할 수 있어요. 또 상단 발사체에 들어가는 항공전자장비를 이용해 위성도 만들 수 있죠. 따라서 소형 발사체는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끝으로 그에게 로켓의 매력을 물었다. "음, 뭐라고 말하기 힘들어요. 그냥 멋있어요. 할 수 있다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도 직접 가보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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