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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 타임’은 인류가 노화와 질병, 죽음으로 부터 해방된 멀지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생명(시간)이 무한대로 열려있게 된 세상에서는 역으로 시간이 모든 가치의 중심이 돼 버린다. 화폐가 시간으로 대체되고 돈이 있는 자들은 영생을 얻을 수 있다. 영화 ‘인 타임’ 은 시간과 돈을 1대 1로 치환한 세상이다.
○ 시간으로 재편되는 돈과 생명
‘인 타임’ 속 세상에서 인간의 생명은 ‘시간=돈’의 지배를 받는다. 25세로 멈추는 노화는 모든 인간을 획일화 시키고 섬뜩할 만큼 젊음만이 존재하게 한다. 재벌 와이즈 집안의 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엄마와 할머니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은 ‘누가 딸이고 엄마인지’ 알 수 없는 이 세계의 섬뜩함을 보여준다. 주인공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이 너무나 섹시한 그의 엄마와 포옹을 나누는 장면에서 모성애보다 연인이 연상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이 부족해 매순간 죽음을 걱정하며 팔뚝을 들여다보는 윌(저스틴 팀버레이크)과 백 만년의 시간을 가져 인생을 낭비하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는 계급사회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윌이 사는 ‘데이톤’과 실비아가 사는 ‘뉴 그린위치’의 사람들은 패션과 삶의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난다. 하루를 더 사는 것이 목표인 ‘데이톤’의 사람들은 일상의 모든 것이 신속하고 빠르다. 여유는 곧 죽음이다. 반면에 ‘뉴 그린위치’의 사람들은 긴장감이라고는 단지 시간을 ‘도난당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뿐이다. 그마저도 경호원을 대동해 시간을 쓰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이는 죽음 보다 풍족한 여유로 가득하다. 실비아의 모습에서 느려지는 카메라의 동선과 재즈 음악을 그런 특징을 잘 표현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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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두사미로 끝난 거대담론
영화는 시간은 돈이고 생명이며 이는 시간(돈)을 많이 가진자들과 그렇지 못한자들의 계급적 차별을 부각시킨다. 영화 속 주인공 윌은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에 반발해 또 하나의 영웅을 예고 하는 듯 보였다.
여기에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와 계급을 전복하다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존재란 설정이 희미하게 도입된다. 개인적인 복수와 영웅심리로 뭉친 주인공은 상류사회에 잠입, 멋진 수트, 좋은 음식과 호텔, 차를 사고 상류층 파티에 까지 간다.
여기서 부잣집 딸 실비아를 만나고 초반 전개됐던 거대한 담론들은 관객들을 배신한 채 계급간의 사랑을 담은 ’제인에어’식 멜로 드라마로 전개된다.
쫓고 쫓기는 흔해 빠진 이야기가 엉성하게 전개되더니 결국 두 사람은 힘을 합쳐 가난한 자들에게 시간을 나눠주고 세상은 뒤바뀐다. 극 초반부 펼쳐진 시간과 돈 생명의 자리 바꿈이라는 꽤나 신선한 설정은 후반부에서 힘을 잃고 실망스런 결말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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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가 좋으면 뭘하나
’인 타임’은 SF 다운 설정으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겠다는 시도의 영화다. 물질 만능주의 외모 지상주의. 계급간의 격차와, 소수의 영락을 위해 다수가 착취를 당하는 사회구조, 이에 따른 부조리함 등 설정 등 현대의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담았다. 하지만 시간과 돈 계급이라는 장치들을 효과적으로 스토리 속에 녹이는데는 실패했다.
‘트루먼 쇼’의 각본을 쓰고 ‘가타카’로 데뷔한 감독 앤드류 니콜에 대한 기대가 컸었던 탓일까. 또 다른 ‘인셉션’의 탄생은 없었다. ‘소셜네트워크’로 나쁘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던 저스틴 팀버레이크도 같은 날 ‘프렌즈 위드 베네핏’을 선보일 만큼 주연급 배우로서 역량을 드러냈지만, 영화 속 어머니의 죽음에 오열하는 장면은 아직은 그의 노래가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여전히 예뻤고 예쁘기만 했다.
’인 타임’ 속에서 월스트리트 시위대을 와인을 손에 들고 낄낄거리며 지켜보는 상위 1%에 대한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던 건 무리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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