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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토익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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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한 장면.


2020년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거리에 컴퓨터 학원과 영어 학원이 넘쳐나던, 이른바 ‘국제화 시대’였던 1990년대 중반(1995년)의 이야기다. 어느 날 회사가 “3개월 안에 토익 600점 이상을 받으면 고졸 사원도 대리로 승진시켜준다”는 공고를 내자 입사 8년차 동기인 주인공 여성 직원 셋이 모여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

실제 그 시절 뉴스에는 ‘토익에 울고 웃는 직장인 세태’가 많이 나왔다. “토익 성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회사가 속속 늘어나면서 점수가 좋은 사원들은 승진과 급여 인상의 즐거움을 누리는 반면 외국어가 짧은 사원들은 직장 내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 무렵 대기업들이 토익 성적을 승진의 필수조건으로 삼고 직급별 마지노선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550점을 못 딴 직원은 해외출장을 보내지 않고, 865점 이상 고득점 직원에게는 매달 월급의 1%를 보태서 주는 회사도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배들에게 밀릴까 두려워 영어 학원에서 숙식하며 출퇴근하는 30대 후반의 ‘승진 수험생’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1994년 전국의 토익 응시생이 20만3000여명이었는데, 그중 회사원의 직위별 평균 성적 분석 결과가 ‘부장님’들의 고투를 보여줬다. 부장의 평균 점수가 513점으로 가장 높았고 차장 495점, 과장 489점 순이었다. 이어 임원이 464점으로 4등이고 대리 443점, 사원 426점 순으로 직급에 비례해 점수가 낮았다. 부장들의 영어 실력이 가장 출중했던 것은 아닐 테고, 승진에 필요한 고득점을 딸 때까지 시험을 계속 치른 결과로 해석된다.

국내 첫 토익 시험은 1982년 1월에 실시됐다. 응시생 73명. 첫해 시험은 전국 5대 도시에서 연간 3차례 열렸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17개 시·도에서 연 26회 치러진다. 응시 인원은 2013년에 마지막으로 공개된 연간 207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나 한 번은 치른다 할 정도로 응시생이 많아졌다. 평균 점수는 초창기 550점에서 지난해 680점으로 올랐다고 한다. 토익 시험은 세대를 건너서도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들의 공통분모로 이어지고 있다. 점수로만 능력을 판별하는 것이 합당한지를 떠나서, 2030 청춘 시절의 분투를 떠올리게 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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