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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턱밑까지 온 우크라…'추위' 무기삼아 버티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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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시민들이 물을 얻기 위해 패트병을 들고 공원 급수대에서 물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 빼앗겼던 남부 핵심도시 헤르손을 탈환한 우크라이나군이 여세를 몰아 크림반도까지 노리고 있다. 헤르손 남쪽 킨부른 반도를 거의 점령하면서 크림반도를 포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전면 철군하지 않으면 크림반도를 포함한 영토를 모두 전쟁으로 되찾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젤렌스키 “외교 대화 없으면 전쟁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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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68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의회연맹 연차 총회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전면 철군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대화가 없을 경우 전장은 곧 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림반도의 운명이 국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만일 누군가가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비무장화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나는 찬성할 것이지만, 해결책의 전제 조건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이라면 시간 낭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떠나지 않으면 무력으로라도 크림반도를 되찾아오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킨부른반도 탈환 임박…크림반도 타격 사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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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화재가 발생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의 한 유류보관고를 조사 중인 우크라 구조대원과 군 관계자들의 모습. AFP=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같은 뜻을 밝힌 건 우크라이나군의 크림반도 진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영토 수복 작전 중인 우크라이나군은 이달 초 남부 요충지 헤르손을 되찾은 이후 남진해 크림반도 바로 북쪽에 위치한 킨부른 반도의 대다수를 탈환했다.

킨부른 반도는 헤르손을 가로질러 흑해로 이어지는 드니프로강 하류에 있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30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킨부른반도를 탈환한다면 크림반도 북쪽의 러시아군 보급로와 드니프로강 동쪽의 러시아군 방어선 측면을 포격 사정권에 넣을 수 있게 된다. 뉴욕타임스(NYT)가 우크라이나가 킨부른반도를 완전히 확보하는지에 따라 전쟁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 이유다.



우크라 “크림반도 내 이란 ‘자폭드론’ 교관들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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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이미 크림반도 내에서 특수작전을 벌이고 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에 자폭드론 사용법을 가르치던 이란인 교관들이 크림반도에서 살해됐다”며 “테러리스트에 협력하고 우리나라 파괴 행위에 참여하는 자들은 죽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살인을 주도한 것이 우크라이나 정부란 점을 밝힌 것이다. 다닐로우 서기는 “(전쟁에) 더 관여하는 이란인은 추가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부터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을 우크라이나에서 광범위하게 사용 중인데, 서방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크림반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교관들이 러시아군에게 자폭드론 사용법을 가르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프라 공격 러, “요구 들어줘야 우크라 국민 고통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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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대다수가 단전과 단수가 된 가운데 24일(현지시간) 키이우 시민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긴급 시설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차를 마시고 있다.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압박에 러시아는 ‘겨울 추위’ 무기화로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주요 민간 기반시설(인프라)을 집요하게 타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 내 핵심 인프라에 대해 총 6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51발만 요격됐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키이우와 르비우 등을 포함해 일부 도시가 완전히 깜깜해진 상태”라며 “대부분의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수도·난방·인터넷 접속도 끊겼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격에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전기와 수도, 난방이 끊긴 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기반시설 파괴로 주민들의 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헤르손을 탈환한 지 일주일 만에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러시아 측은 민간 시설 공격이 의도적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도 ‘국민 고통’을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은 오직 군사 관련 목표물만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민간인과 관련 시설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지도부로 인해 우크라이나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현 상황을 정상으로 되돌릴 모든 기회는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갖고 있다”며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은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WHO “우크라 1000만명 생존 위협”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새로운 전략은 영토 전부를 되찾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결코 약화시키지 않을 것” 이라고 항전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겨울 추위를 앞둔 우크라이나 국민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스 헨리 클루게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 국장은 “올겨울 우크라이나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국민 1000만명 정도가 전기 없이 지낸다. 우크라이나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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