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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광화문에 울려 퍼진 ‘2만’ 붉은 함성···4년 전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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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린 24일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채 응원을 펼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4년 만에 ‘붉은 함성’이 돌아왔다.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거리응원이 펼쳐졌다. 광화문광장에서는 경기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환호와 탄식이 교차하는 간격이 짧아졌다. 전반 34분 황의조의 오른발 논스톱 슛이 우루과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을 때는 골을 기대하며 커졌던 함성이 순식간에 탄식으로 바뀌었다. 전반 43분 우루과이 수비수 디에고 고딘의 헤딩슛이 골대 왼쪽 포스트를 맞고 나왔을 때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후반 12분 손흥민이 우루과이 수비수 마르틴 카세레스의 발에 밟혀 넘어졌을 때는 광장 곳곳에서 “뭐야” “왜 그래” 같은 야유와 고함이 나오기도 했다. 대표팀이 절호의 기회를 맞았을 때 눈을 떼지 못하던 응원객들은 위기를 맞았을 때는 몇 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다. 90분의 혈투가 끝나자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잘 싸웠다. 두 경기 더 남았다”“월요일에 또 만나자”며 28일 예정된 월드컵 2차전 가나전 승리를 미리 기원하기도 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기온은 10도 아래로 떨어져 쌀쌀했지만 ‘강팀’ 우루과이를 상대로 대표팀이 경기 시작부터 우세한 점유율을 보이며 선전을 펼치자 광화문광장은 금세 응원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500인치 메인 스크린이 설치된 본 무대 앞 응원 구역은 해가 질 무렵 이미 만석이었다. 사전 행사 무대에 오른 한 가수가 호응을 유도하자 몇몇 시민은 외투까지 벗어 던지고 화답했다. 진행자는 준비된 공연 사이사이 “응원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주최 측은 “후반전이 시작된 오후 11시 기준 약 2만명이 모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했다.

회사 동료들과 광장을 찾은 이모씨(43)는 “오늘 회사에서도 월드컵 이야기를 많이 했다. 상대적으로 열세라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뭔가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대구에서 왔다는 정승원씨(27)는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응원 했던 기억이 생생해 이번에도 나오게 됐다”고 했다. 인천에 사는 김미현씨(21)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해 평소에도 토트넘 경기를 챙겨봤다. 집에서만 응원하다가 거리에 나오면 분위기가 뭔가 다를 것 같아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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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리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경찰과 관계자들이 거리응원전 준비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앞서 경찰은 이날 광화문광장에 약 1만5000명이 모일 것으로 관측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 만큼 경찰력도 대거 동원됐다. 광장에는 경찰관 41명과 8개 기동대 등 총 730여명의 경력이 배치됐다. 경기 종료 시점까지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정류장 2개소는 임시폐쇄됐다. 22개 버스 노선이 해당 정류장을 무정차 통과했다.

광장을 메운 함성이 커질수록 경찰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통행로를 따라 2~3m 간격으로 배치된 경찰들은 수시로 호루라기를 불면서 시민들의 이동을 살폈다. 한 경찰관의 무전에서는 ‘사람들이 뭉치지 않게 하라’는 지시가 수시로 하달됐다. 4년 전 러시아 월드컵 때도 광화문광장을 찾았다는 김진석씨(25)는 “그때보다 경찰이 많이 배치된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고 했다.

4년 전과 달라진 것은 또 있었다. 응원 인파가 분산되도록 광장 맨 앞 본무대 외에도 약 100m 간격으로 300인치 스크린 2개를 추가 설치했다. 러시아 월드컵 거리응원 때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스크린 하나만 설치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응원 구역은 펜스를 이용해 총 5곳으로 나눴다. 조호태 붉은악마 서울지부장은 “최대 인원이 100명이면 80~90명만 들어가게끔 앞에서 통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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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경기가 열리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경찰과 관계자들이 거리응원전 준비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응원 구역 사이로는 비상 통행로가 마련됐다. 인파 사고 등 안전사고 발생시 경찰과 안전관리 인력이 통행하는 길이다. 환자 대피 및 이송도 이 통행로를 활용한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소방공무원 54명과 소방차 9대를 광화문광장 일대에 배치하고 119구급대 4대를 분산 배치했다. 붉은악마가 동원한 안전관리 인력도 340명에 이르렀다.

거리응원 대신 옥내 응원을 선택한 이들도 설레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일부 식당과 술집은 응원도구 무료 나눔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하며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퇴근 후 서울 종로구 먹자골목을 찾은 직장인 백모씨(36)는 “지인들과 1차로 고깃집에서 식사하고 예약해 둔 호프집으로 이동한다”며 “광장은 정신이 없을 것 같고, 집에서 보는 건 재미가 덜할 것 같아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집콕 응원’을 택한 이들도 월드컵을 맞는 마음가짐은 거리응원 못지 않았다. 지인들을 집으로 불렀다는 직장인 김나림씨(35)는 “일찌감치 장도 봐두고 온라인을 통해 응원도구도 구비했다”며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표팀을 응원하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씨(25)는 “안전사고 우려 때문에 집에 머물기로 했는데 친구들과 카톡이나 전화로 수다 떨면서 볼 예정이라 심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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