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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의'로 수감·석방 반복…안와르, 우여곡절 끝 말레이 총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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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말레이시아 차기 총리인 안와르 이브라힘. AP=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차기 총리로 안와르 이브라힘(75) 전 부총리가 지명됐다. 하지만 정치 안정, 경제 회복 등 눈 앞에 과제가 산적해 있어 안와르가 총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베르나마통신 등에 따르면 압둘라 국왕은 이날 각 주 최고 통치자들과 특별회의를 연 뒤 안와르 전 부총리를 제10대 총리로 발표했다. 안와르는 이날 오후 5시 왕궁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총리 업무를 시작했다.

이로써 총선 이후 정부 구성을 놓고 이어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일단락됐다.

지난 19일 실시된 제15대 총선에서 안와르가 이끈 희망연대(PH)는 83석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으나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이 두 번째로 많은 73석을 얻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은 30석에 그쳤다.

말레이시아 선거 사상 제1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연합이 연정 구성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새 정부 출범이 난항이었다.

게다가 이번 선거에서 제3당이 된 현 집권 연합 BN이 PH나 PN을 지지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BN이 입장을 바꿔 PN을 제외한 정당을 지지해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꿈으로써 안와르가 가까스로 과반 지지를 얻게 됐다. 말레이시아 하원 222석의 과반은 112석으로, PH와 BN 의석을 합치면 113석이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BN이 2018년까지 장기 집권했다. 안와르는 지난 총선에서 BN 수장으로 총리를 지낸 마하티르 모하맛과 손을 잡고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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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총리 취임 선서 중인 말레이시아 신임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로이터=연합뉴스





"야권 개혁 정치인 출신…승승장구하다 동성애 혐의로 수감·석방 반복"



안와르 신임 총리는 오랜 세월 야권에서 개혁을 외친 정치인이다. 무슬림 청년 지도자 출신인 그는 마하티르 모하맛이 총리로 있던 1982년 UMNO에 입당한 뒤 1991년 재무부 장관, 1993년 부총리로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마하티르의 오른팔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와 갈등을 빚은 뒤 사실상 숙청됐다.

1998년에는 자신의 운전사와 성관계를 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동성애와 부패 혐의로 구속됐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이후 2004년 동성애 혐의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됐다가 2008년 보좌관에게 동성애를 강요한 혐의로 다시 수감됐다.

안와르와 인권단체들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데 대한 마하티르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안와르는 자신을 발탁했지만 동성애 의혹을 제기하며 퇴출시킨 마하티르 전 총리와 원수지간이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지난 2018년 총선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나집 라작 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다 여권에서 축출된 마하티르가 합류한 야권 연합 희망연대(PH)가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마하티르는 PH 정권 출범 당시 1~2년간 총리를 맡은 뒤 안와르에게 총리직을 넘기겠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내부 권력 다툼 끝에 마하티르가 사임하고 안와르도 총리직을 물려받지 못했다. 국왕은 무히딘 야신을 후임 총리로 임명했다. 무히딘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연합(PN)을 이끌고 73석을 얻어 안와르와 총리 자리를 다퉜다.

옥중에서 선거를 지휘한 2018년 총선과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안와르가 강력한 총리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말레이계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BN과 PN이 연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안와르가 집권하려면 압승을 거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거 결과 PH가 제1당은 됐지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안와르는 또다시 총리 자리와 인연을 맺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BN이 예상 밖으로 PN과의 협력을 거부하고 PH를 선택하면서 극적으로 총리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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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총선. AP=연합뉴스





"정치적 불안정 해소하며 경제 문제도 해결해야…'안정+개혁' 동시 추구 과제"



안와르는 말레이시아의 안정을 추구하며 개혁까지 이뤄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정치적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2018년 총선 이후 세 명의 총리가 임명되는 등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진통 끝에 출범한 이번 정권의 지지 기반도 약하다.

경제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물가 급등 현상 속에 말레이시아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왕실은 이날 압둘라 국왕 명의의 성명에서 "국가 발전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정권의 안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계속되는 정치적 혼란의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며 모든 의원의 단합을 당부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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