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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선공약인데… 野 “SMR 예산 삭감”

조선일보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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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도 협력 원한 소형원전… 野 “신재생이 우선” 태도 돌변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기술 개발 예산 31억1000만원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전액 삭감될 처지에 놓였다. SMR은 발전량이 500메가와트(MW)급 이하 소형 원전으로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경제성이 뛰어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과의 SMR 기술 협력을 원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또한 지난 대선에서 “SMR 연구·개발 추진”을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대선 8개월 만에 민주당이 돌연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두산에너빌리티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두산에너빌리티


지난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세계적으로 SMR과 관련해 70국이 서로 다른 노형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다”며 “수개월간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사업 타당성까지 인정받았다”라고 했다. 2028년까지 세계시장에서 요구되는 혁신형 SMR을 개발하기 위해 기술 개발·검증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다. ①경제성 논란이 있고 ②핵 폐기물 처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③SMR이 실용화되기 이전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2040년은 되어야 실용화되지 않겠나”라며 “그때가 되면 SMR이 개발된다고 해도 별로 효용성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홍성국 의원도 “우리가 태양광이나 풍력이 많아지게 되면 SMR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제가 보기에는 그렇다”고 했다.

지난 2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소형모듈원자로(SMR)연구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약하고 있다./MBC캡처

지난 2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소형모듈원자로(SMR)연구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공약하고 있다./MBC캡처


이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글로벌시장조사기관인 리서치앤마켓에서 2026년이 되면 13조4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철규 의원도 “SMR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부터 거론되어 왔고, 지금 세계 각국이 뛰어들고 있다”며 “SMR에 빨리 뛰어들어서 기술을 선도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에도 굉장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했다.

여야의 입장 차이 때문에 예결위는 SMR 예산 심사를 보류하고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의석을 앞세워 SMR 연구·개발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 사실상 정부·여당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갑작스러운 야당의 SMR 예산 저지에 국민의힘은 당혹해하고 있다. SMR 연구·개발은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 또한 공약으로 내건 사업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해상풍력 산업, 수소 특화단지 조성,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 추진으로 기후 위기 대응 신산업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었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대선 공약집에도 이 대표는 ‘SMR, 핵융합 기술 연구·개발 지원’을 포함했다.

‘혁신형 SMR 개발’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왔던 사업이기도 하다. 특히 직전 민주당 당대표인 송영길 전 의원은 지난해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SMR 연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랬던 민주당이 SMR을 ‘없던 일’로 돌리려 하자, 여권 내부에선 “탈(脫)원전 알박기” “미신 같은 원전 공포증이 또 도졌다” “윤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로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에까지 침 뱉겠다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예결위 회의에서 이 예산을 가지고 논의하는 자체에 깜짝 놀랐다며 “송 전 대표가 SMR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문재인) 정부에 요청했는데 갑작스럽게 예산을 줄이자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자 예결위 소위원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송영길 전 대표가 (SMR) 이야기한 건 맞지만 당론은 아니었다”며 “당 안에서 크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이 부분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후 단독 환담을 나누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과의 SMR 기술협력을 원한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후 단독 환담을 나누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국과의 SMR 기술협력을 원한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국내 사정과는 반대로 세계 각국 정부는 SMR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3월 SMR 연구·개발(R&D)에 16억5000만달러(약 2조2100억원)의 예산을 배정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10억유로(약 1조39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말 2050년까지 470MW 규모의 SMR 16기를 영국 전역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밖에 중국·일본·러시아 등도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7일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도 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석유 중심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소형원자로(SMR) 개발과 원전 인력 양성에 관심이 많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민주당은 정부의 내년도 SMR 연구개발비를 전액 삭감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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