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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전두환 前대통령 장남)씨, 知人·딜러 통해 유명 미술품 대거 구입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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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국 컬렉션' 한국 대표작가 총망라… 어떻게 구입했나]

시공사 畵集 시리즈 만들며 책값 대신 작품 받아가기도
박수근·천경자·배병우 등에 베이컨 등 외국 작가도 2명
"대단한 컬렉션 아니다" 견해도
"15년 전쯤 전재국씨가 내 후배를 통해 열 몇점 사갔는데, 아직도 6점을 갖고 있었구먼. 가로 160㎝, 세로 80㎝ 정도로 비교적 작은 것들인데, 직접 손으로 인화했었지요. 헐값은 아니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라 잘 됐다 싶었지…."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63) 작가는 전재국(54)씨가 자기 작품을 소장하게 된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배 작가는 팝가수 엘튼 존이 2005년 그의 사진을 2800만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한 사진 전문 갤러리 대표는 "배 작가가 직접 인화한 160㎝ 크기 작품이라면 4000만~5000만원은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수근, 천경자, 김종학, 배병우, 구본창, 사석원, 육근병…. TV조선이 19일 단독 입수해 보도한 압수 미술품(280여점) 작가 48명 명단에는 한국 유명 미술가 이름이 망라돼 있다. 서양화, 동양화, 사진, 판화, 고미술품 등 종류도 다양하다. 미디어 아트 작가 육근병부터 오윤, 정원철, 김산하 등 민중미술가까지 장르도 골고루 포함됐다.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 서울 올림픽공원에도 작품이 있는 이탈리아 조각가 스타치올리 같은 외국 작가 2명도 있다. 베이컨의 대형 유화작품 가격은 매우 높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남자(Man carrying a Child)'(1956년)는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삼성에 216억원에 팔았다고 주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반면 그의 판화 작품가격은 수백만원대에 불과하다.

딜러 통해 사거나 책값 대신 받거나

재국씨가 그림을 수집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배병우씨처럼 작가의 지인이나 딜러를 통해 직접 구입하는 방식이다. 7점이 포함된 한국화가 사석원(53)씨는 "15년 전쯤 직원이 와서 전지 크기 한지에 그린 부엉이, 닭 등 동물 수묵화를 사갔다"고 기억했다. 가장 많은 15점이 포함된 정원철(53·판화) 추계예대 교수는 "2001년 개인전을 할 때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초상 작품인 '접어둘 수 없는 이야기' 15점 한 세트를 사갔다. 대략 75×150㎝ 정도 크기인데, 3000만원 정도로 기억한다"고 했다. 국민대 권여현(52·서양화) 교수 작품 11점은 화랑을 통해 판매된 경우다.

전씨 측은 시공사가 출판한 한국 현대작가 화집 '아르비방'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에게 책값 대신 작품을 받기도 했다. 목록에 오른 한 서양화가는 "당시 아르비방 시리즈는 최고의 사진가들이 작품을 찍는 등 품질이 뛰어났고, 작가들 사이엔 그 시리즈에 들어가는 게 일종의 훈장이었다"고 했다. 이 작가는 "책 1000부를 가져오고, 1권에 1만5000원씩 1500만원에 얼추 맞춰 그림으로 계산했다"고 했다. 영남대 김호득(63·동양화) 교수, 서울여대 김태호(60·서양화) 교수 등도 책값 대신 작품을 주거나 기증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작가 명단 중 구본창(60) 등 13명이 '아르비방' 화집 작가다.


같은 작가라도 가격대는 천차만별

작가 이름만으로 컬렉션의 값어치를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술시장에 밝은 한 인사는 "같은 작가 작품도 시기, 소재, 재료, 크기 등에 따라 가격은 천양지차"라고 했다. 박수근 그림의 경우 3~4호(가로 약 27~33㎝) 크기 그림은 5억~6억원, 20~30호 크기라면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천경자의 경우 3호 안팎의 석채(石彩) 미인도가 2억원 정도에 거래된다. '설악의 화가' 김종학 화백의 여름 설악산 풍경(10호 크기)이나, 사석원의 꽃을 짊어진 당나귀 작품(30호 크기)이라면 5000만원대로 볼 수 있다. 베이컨의 유화는 2008년 1000억원쯤에 팔린 적도 있다.

하지만 전씨의 컬렉션이 대단한 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갤러리 대표는 "명단 중에 천경자, 김종학, 베이컨이 제일 비싼데 리스트에 오른 것은 셋 다 판화다. 유화라면 수십~수백억원일 수 있지만 판화라면 150만~300만원 선이다. 수백억원대 컬렉션이라는 건 근거 없는 얘기"라고 했다. 덕수궁미술관 관장을 지낸 미술 평론가 정준모씨는 "정계 사람들이 가진 그림은 공짜로 받은 경우가 많아 가짜도 많다. 리스트만 보면 모두 합쳐 2억원 안팎일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압수한 미술품들은 당초 세종연구소에도 보관된 것으로 잘못 알려졌으나, 검찰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분산 보관했다"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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