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지구는 옛말이다. 이제 지구에는 80억명이 산다. 15일(현지시간) 유엔인구국(UNPD)은 전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정표가 세워졌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2050년에는 인구 대국 순위가 뒤바뀌고, 2100년부터는 인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가 고민거리인 우리나라와 달리 세계 곳곳에서는 계속 신생아가 태어난다. 1974년 40억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48년 만에 두 배가 됐다. 그 대신 인구 증가 속도는 크게 줄었다. 2011년 70억명에서 80억명이 되는 데는 11년이 걸렸지만 90억명이 되려면 2037년까지 15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유엔은 "세계 인구의 전반적인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유엔은 지구 인구가 정점을 찍는 시기를 58년 뒤인 2080년으로 예상했다. 계속 인구가 불어나는 이유는 기대수명(신생아의 평균 생존연수)이 높아지고 가임연령 인구가 증가해서다. 세계 인구는 2030년 85억명, 2050년에는 97억명이 되겠지만 104억명이 되는 2080년부터는 제자리걸음이 유력하다. 유엔은 2100년까지 이 인구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이 올해 '세계 인구의 날'(7월 11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 인구는 앞으로 30여 년간 크게 요동친다. 올해 기준 1위인 인구 대국 중국은 내년부터 인도에 추월당한다. 2050년에는 인도(예상 16억명)와 인구 격차가 3억명 이상 벌어진다. 3위는 미국, 4~6위는 각각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로 예상된다. 1990년 기준 6위와 7위였던 러시아와 일본은 올해부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 기준으로는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인구(23억명)가 세계 인구의 29%를,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21억명)가 26%를 차지했다.
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오래 산다. 1990년대에 63세 수준이던 기대수명은 2019년 72.8세로 높아졌다. 여성 기대수명은 73.8세로 남성(68.4세)보다 5년 이상 길다. 유엔 보고서는 2050년 전 세계인의 평균 수명이 77.2세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존 윌모스 UNPD 국장은 "수세기 동안 익숙했던 급속도의 인구 성장 시대는 저물고 있다"면서 "세계 인구가 80억명에 도달한 것은 인류 성공의 징표인 동시에 미래의 큰 위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전보다는 느린 속도라도 인구가 수십 년간 증가하면서 대규모 이주나 국가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엔은 "증가하는 아동과 청소년 인구에 맞게 교육 등에 필요한 공공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인구 추이에 기반한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구에 사람이 많아지면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커진다. 지난 50년간 인구가 두 배 늘어나는 동안 야생동물 개체 수 3분의 2가 사라졌다. 1990년 이후 미국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4억2000만㏊(420만㎢)의 숲이 개간되거나 다른 용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부유한 국가들과 국제 사회가 저소득 국가에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개발 계획의 모든 측면에서 현재와 미래 인구 추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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