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없는 날에도 레알마드리드 홈구장은 구경꾼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흥분한 콜롬비아 관광객 다니엘라가 남친 앞에서 감격해 마지 않는 가운데,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은 관람객은 혼자 놀고 있다. |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
마드리드 투우는 축구와 함께 큰 인기를 누린다. 축제가 열리는 5월엔 투우열기가 축구열기를 능가한다. |
[헤럴드경제, 마드리드=함영훈 기자] 유럽에서 축구 극성팬이 많은 곳은 마드리드, 나폴리, 리버풀이다.
그 중에서 프로 중 프로로 통하는, 20세기 유럽을 석권한 기록이 가장 많은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축구사랑은 엄청나다.
손흥민 영입설도 들리는 레알마드리드는 다양한 패러디를 낳는데, ‘레알 마드리드형 자사고’, ‘건축계의 레알마드리드 같은 워킹그룹’ 등의 표현은 해당 분야 최고 인재들만 모여있다는 뜻이다.
마드리드 도심에서 약간 북쪽에 있는 콘차 에스피나 거리의 레알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은 경기가 없는 날인데도 축구장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매표와 입장 순서를 기다리느라 줄을 서, 족히 100m 가량 되는 장사진을 이룬다.
레알마드리드 구장 굿즈 판매점 |
스타의 사진을 보고, 레알의 역사를 둘러보며, 굿즈를 사고, 경기장 잠깐 보는 것인데도, 이 처럼 대단한 열기를 보인다. 줄 선 사람들 중에는 한국, 중국, 남미 사람들도 많다. 다가올 레알 경기 티켓을 사재기했다가 비싸게 파는 암표상도 여러 번 마주친다.
마드리드엔 레알마드리드(레알)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2개팀이 있어 묘한 경쟁관계를 보이고, 스페인의 라이벌 전은 뭐니뭐니해도 엘클라시코 즉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바르사) 간의 경기이다.
지난 10월16일 엘클라시코에서 레알 선수가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AP] |
레알, 바르사, AT가 한동안 라리가(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 1,2,3위를 각각 지키더니 최근 희비가 엇갈리면서 15일 현재 바르셀로나 1위, 레알 마드리드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5위를 마크중이다.
경기 없는날 레알 경기장을 둘러 보러온 사람들은 인증샷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바르사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은 마치 세작 마냥 떨어져 혼자 놀거나, 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척 한다.
콜롬비아에서 왔다는 다니엘라(20,여성) 커플은 여친이 축구를 더 좋아하는 케이스. 흥분한 다니엘라의 다양한 인증샷 포즈를 지켜보던 남친은 그저 웃기만 한다.
경기장 진입로는 덜 지어진 건물 처럼 빈티지 느낌이다. |
지난달 16일 열린 레알-바르사 라이벌전에서 레알이 3대1로 완승을 거두자, 팬들은 시벨레스광장, 마요르광장 등지에서 자축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AT와 레알은 각각 맨시티와 맨유, 매츠와 양키스, 두산-키움-LG 비슷한 관계이다. 공인된 라이벌은 아니지만, 지역 패권을 다투는 관계.
레알의 역사는 1902년 3월 6일 기존팀을 ‘마드리드 FC’라는 법인으로 개칭 출범한 것을 기점으로 한다.
지역의 몇몇 클럽을 흡수 병합해 실력을 키운 레알은 창단 3년 만에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우승컵을 거머쥐고 내리 4년연속 패권을 잡는다. 1920년 국왕이 내려주는 레알(Real, 왕립) 칭호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세계대전 시기엔 군인으로 징집된 선수도 있었다.
FIFA가 20세기 최고의 팀으로 선정한 레알의 트로피를 한 소년팬이 올려다 보고 있다. |
우승컵이 하도 많아 전시관에는 500여개만 보여준다. 구장 이름 베르나베우는 레알이 유럽챔피언스리그 원년부터 파죽의 5연패를 하는 등 최전성기를 달릴 때의 구단주 이름이다. 자산가치가 높은 클럽 1위.
AT는 1903년 4월 26일 체육단 마드리드 지부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는데, 남미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재미를 본 구단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인도인 줄 착각해서 미주 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불렀는데, 남미 선수가 많은 AT의 별명은 인디오였다.
구단은 현재 마드리드 근교 메트로폴리타노 경기장에서 안방 경기를 치르는데, 이 경기장은 마드리드의 2016년 하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패한 뒤, 구단이 경기장을 매입하여 수용 인원을 2만명에서 6만8000명으로 증대시켰다. 사실 레알과 AT팬들이 도심에서 자주 싸움을 벌이자, 시 당국이 AT구단에게 “경기장 줄테니 도심에서 좀 나가주길 부탁한다”고 요청해 헐값에 얻은 경기장이라고 한다.
레알 홈구장 입구엔 경기가 있든, 없든, 팬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인다. |
리그 우승 횟수로 AT는 스페인 축구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이어 3번째로 많다.
레알 마드리드는 부유층을, AT는 노동계급을 대표한다. 마치 첼시와 토트넘 관계와 비슷하다. 영국 축구가 노동자의 도시 리버풀, 맨체스터에서 비롯됐으니, AT팬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실력에서는 AT가 연패를 당하다 2013년 국왕컵 결승전에서 이기는 등 2연승을 거두며 무승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유명하다. 지난 9월19일 경기에선 레알이 2대1로 신승했다.
엘클라시코는 나라간 전쟁을 방불케 한다. 레알은 스페인을 대표하고 바르사는 독립을 원하는 카탈루냐를 대표한다. 20세기엔 레알이 우세했고, 2000년대엔 바르사가 우세했으며, 2010년대 이후엔 팽팽했다.
레알 마드리드 경기장 내부 |
레알의 홈구장을 찾는 관광객 중에는 바닥에서 뭔가를 찾는 사람도 있다. 빠하리또 즉 참새 먹이를 찾는 것이다. 관중들이 해바라기 씨를 경기장에서 먹고 버려 경기가 끝나면 씨껍데기가 사방에 흩날린다는 것이다.
마드리드 시민들은 가끔 축구와 투우 중 하나를 선택하기도 한다. 투우는 싼 자리가 40-50유로, 비싼자리는 200-300유로이다. 레알마드리드 경기는 싼 것이 100-200유로이고 비싼 것은 500유로를 넘기도 한다.
벤타스 투우장 외관 |
마드리드 지하철 벤타스 역에서 가까운 라스 벤타스 투우장(Las Ventas)은 2만3000개의 관중석을 갖고 있다. 3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주말 여러차례 진행된다. 특히 5월 투우축제 기간에는 마드리드 전역이 투우열기로 들끓어 축구를 능가한다.
벤타스 투우장은 네오 무데하르 양식으로 다양한 색깔의 세라믹 타일 장식과 안달루시아로부터 공수해온 금빛 모래 등을 이용해 멋지게 꾸며 놓았다.
마드리드 가서 축구 볼래? 투우 볼래?
▶스페인 마드리드 문화유산 미식 스마트 여행, 현장 탐방기 싣는 순서 = ▷11월2일 ①아란후에스 짙은 선율 타고 스페인 세계유산 속으로 ②스페인 미식 한국인 입맛과 찰떡 궁합...타파스가 삼합? ③옛성·수도원서 하룻밤, 스페인관광청 파라도르 적극 붐업 ▷11월8일 ④마드리드 도심 여행, 그란비아 가도, 시벨레스 광장 ⑤스페인 왕궁 무려 2800칸, 선물 받은 이집트신전 눈길 ▷11월11일 ⑥“미술혁명 인상주의, 마드리드에선 17세기부터 했다” ⑦마드리드 소피아 ‘게르니카’ 뭉클, 고고학博 한국 닮은꼴도 ⑧마드리드 맨날 장날? 시끌벅적 서서먹는 시장 음식 발달 ▷11월13일 ⑨스페인 한류 열풍, K팝-車-스마트 정책..전방위 확장 ▷11월15일 ⑩어리고 귀여운 아내 위한 ‘빛의 풍경’ 마드리드를 비추다 ⑪마드리드 하면 축구지..레알, AT, 바르사의 전쟁 ▷11월23일 ⑫플라멩코는 블루스를 낳고..유라시아 민중예술의 총아 ⑬친근한 촌마을 ‘친촌’과 예술 깃든 스페인 소도시들 ▷11월25일 ⑭친환경·스마트·영 마드리드..어학·마이스·나이트 생태계 ⑮스페인 전국 가볼만한 곳, 마드리드로 상경한 맛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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