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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수수료 인상’ 멍석 깔아주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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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감원장 “수수료 현실화” 발언 뒤
원가분석 등 유도해나갈 방침
‘인하 추진’ 금융위와도 엇박자

은행 수익서 수수료 비율 낮아
금융권 “원가 계산이 해답 아냐”


국내에 설치된 금융 자동화기기(CD·ATM)는 2011년 현재 11만8000여대에 이른다. 2006년 8만6000여대에서 37.2% 늘어났다. 기업은행의 경우 최근 2년간 전국에 길거리무인점포(ATM) 1788개를 설치하는 동안 지점은 15곳 늘렸다. 인건비 부담 탓에 점포 확대보다 자동화기기를 늘리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원가 이하의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운영해봤자 손해라는 자동화기기를 은행들은 왜 늘리고 있을까?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자동화기기의 사용 원가를 계산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다르다. 해당 행위만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수수료 현실화” 발언 이후 금감원이 은행권 수수료 현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8일 김명철 금감원 은행영업감독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원가분석을 해 적절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제공한 서비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런 방향으로 은행들을 지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조만간 수수료 원가분석에 나서고 수수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하향 추세였던 자동화기기 수수료가 인상되고, 무료였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나 기업 컨설팅 서비스 등의 수수료도 요구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는 불과 1~2년 전 금융당국이 금융 수수료를 낮추도록 유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금융 수수료 인하를 이끌어낸 바 있다. 8개월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 수수료, 영업관행 등을 금융위원회가 소비자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하여 정비”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금감원의 이런 방향 선회에 은행들은 냉소를 보인다. 한 금융지주 자회사 대표는 “금감원이 또 은행의 가격체계에 개입하고 있다. 가만히 두는 게 우리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사 직원은 “은행 수익에서 자동화기기 등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수익 감소의 근본 원인은 놔두고 중요하지 않은 데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수수료가 은행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지난해 은행 수익은 이자·비이자 수익을 합쳐 42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수수료에서 발생한 수익은 4조7000억원이고, 소비자와 직접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대고객 수수료’는 490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수익의 1.2%꼴이다.

원가를 분석해 적절한 값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자동화기기 등의 사용은 은행과 고객이 주고받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다. 은행들이 특정 예금이나 대출을 쓰는 고객에게 자동화기기 수수료, 자금이체 수수료 등을 전액 면제해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들이 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가 계산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의 엇박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애초 수수료 문제는 금융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를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해오고 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난감하다”고 말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는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잘 선택할 수 있도록 수수료 원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민주당)은 “최수현 금감원장은 수수료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은 물론 금융산업 규제완화를 거론하는 등 업무 범위를 벗어난 발언을 하고 있다.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이날 오후 늦게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뿐 수수료 인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최현준 정유경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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