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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에 옛 식민지 인도계 출신

조선일보 런던=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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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 수낙, 210년만에 최연소
영국이 선택한 해결사는 40대 금융전문가
영국 새 총리 수낙 “다음 총선서 꼭 승리” - 리시 수낙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런던 시내에 있는 보수당 당사에 도착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이날 보수당 대표 당선이 확정된 수낙은 일부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보수당이 존립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당을 하나로 만들고 (앞으로 맞게 될) 어려운 결정들을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해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수낙은 조기 총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영국 새 총리 수낙 “다음 총선서 꼭 승리” - 리시 수낙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런던 시내에 있는 보수당 당사에 도착해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웃고 있다. 이날 보수당 대표 당선이 확정된 수낙은 일부 당 소속 의원들을 만나 “보수당이 존립 위협에 직면했다”면서 “당을 하나로 만들고 (앞으로 맞게 될) 어려운 결정들을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공개해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고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수낙은 조기 총선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AP 연합뉴스


인도계 이민 가정 출신의 리시 수낙(42) 전 재무장관이 24일(현지 시각) 차기 영국 총리로 선출됐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전날 “이번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도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 2시 직전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대표 경선을 주관한 보수당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대표 경선에 참여하기로 한 후보는 단 한 명이었다”며 “리시 수낙 전 장관이 새 보수당 대표가 됐다”고 발표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이로써 영국 역사에 총리가 등장한 1721년 이후 3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비(非)백인 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수낙은 또 1980년 5월생으로, 1812년 만 42세 생일 다음 날 취임한 로버트 젱킨슨 총리 이후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수낙 신임 총리는 이르면 25일 찰스 3세 국왕의 임명을 받은 뒤 곧바로 주요 내각 인선을 발표할 전망이다. 그는 자신의 총리 출마 이유에 대해 “영국은 위대한 나라지만 현재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내 목표”라고 밝히며 경제 문제에 진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던 영국의 새 총리 선출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기권’으로 싱겁게 막을 내렸다.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보수당 대표 경선은 수낙과 존슨의 2파전이 유력했다. 존슨은 “나야말로 (당원과 국민에게) 민주적 위임을 받은 유일한 후보”라며 경선 의지를 밝혔고, 수낙도 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존슨에게 불출마 압박이 폭주했다. 거짓말 의혹으로 의회 조사를 받는 존슨이 출마할 경우 보수당 이미지가 더 나빠진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도미닉 라브 전 부총리와 케미 바데녹 국제통상부 장관 등은 “핵심 이슈는 경제”라며 수낙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존슨은 결국 23일 밤 “(나로 인해) 당이 분열되면 영국을 잘 이끌 수 없다”며 출마를 포기했다. 일간 가디언은 “존슨이 후보 등록에 필요한 의원 100명 지지 확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수당 대표 경선을 주관하는 1922위원회는 이번 당대표 경선에 의원 100명 이상의 지지를 받는 사람만 입후보할 수 있도록 했다. 수낙은 이날까지 당 소속 하원의원 357명의 절반을 훌쩍 넘는 200명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 가장 앞서 나갔고, 대세를 몰아 총리직을 거머쥐게 됐다. BBC는 “모돈트 원내대표가 확보한 지지자는 26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수낙은 깔끔하고 정직한 이미지,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당내 소장파 의원들 사이엔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인도계라는 배경과 보수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 이미지 때문에 보수당 주류인 ‘백인 중산층 남성’에게 외면받았다. 지난 8월 리즈 트러스와 총리 후보로 맞붙었을 당시 의원 투표에서 내리 1위를 하고도 최종 당원 투표에서 57% 대 43% 득표율로 패배했다.


그는 의사 아버지와 약사 어머니 아래서 유복하게 자랐다. 명문 사립 윈체스터 칼리지를 거쳐 영국 정·재계 엘리트의 산실인 옥스퍼드대 철학·정치·경제 전공(PPE)을 졸업했다.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일했으며,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2009년에는 인도 최고 재벌 중 하나인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회장의 딸 아크샤타 무르티와 결혼했다. 이후 여러 헤지펀드에서 일하다 2015년 35세에 보수당 하원 의원이 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수낙 부부의 재산은 7억3000만파운드(약 1조2000억원)로 영국에서 222번째 부자다.

보수당 평의원 모임 위원들과 기념 촬영 - 리시 수낙(가운데)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보수당 대표 당선이 확정된 뒤, 1922 위원회(보수당 평의원 모임)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낙은 이르면 25일 찰스 3세 국왕의 임명을 받은 뒤 주요 내각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보수당 평의원 모임 위원들과 기념 촬영 - 리시 수낙(가운데) 신임 영국 총리가 24일(현지 시각) 보수당 대표 당선이 확정된 뒤, 1922 위원회(보수당 평의원 모임)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낙은 이르면 25일 찰스 3세 국왕의 임명을 받은 뒤 주요 내각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AP 연합뉴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다섯 번째 총리가 된 수낙은 벼랑 끝에 선 영국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올해 초 1파운드당 1.35달러에 달했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한때 1.0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13달러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1%에 달했다. 에너지와 생필품 가격 인플레로 신음하고 있는 영국인들은 파운드화 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물가 상승, 금리 인상이 몰고올 주택담보대출 이자 폭등에 직면했다. 철도와 우편, 의료, 교육 등 공공 부문의 임금 인상 요구 파업이 잇따르면서 사회 불안도 심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돈을 풀어 해결할 수도 없다. 1분기 말 기준 영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100%에 육박했다. 이탈리아(150%)보다는 낮지만 독일(68%)의 약 1.5배에 달하고, 유럽연합(EU) 평균(95.6%)보다 높다. 올해 4월 이후 추가 차입금은 725억파운드(약 118조원)에 달한다. 수낙은 재무장관 시절 “막대한 정부 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며 법인세 인상(19%에서 25%)을 결정하고, 한국의 건강보험료와 각종 사회보험료에 해당하는 국민보험분담금도 올렸다. 영국 언론은 “수낙 총리의 소신대로라면 추가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존슨과 트러스 전 총리의 실정으로 곤두박질한 보수당 지지율도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의 지지율은 각각 54%와 21%로 33%포인트나 벌어졌다. 야당의 조기 총선 실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론에 밀려 총선을 치를 경우 정권 교체를 피할 수 없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스코틀랜드 독립 시도, 브렉시트 이후 EU와의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올겨울 에너지 부족에 따른 정전 위기 등 수없이 많은 난제가 수낙을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런던=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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