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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퇴장, 시진핑 계획?…“절대권력 드러낸 상징적 숙청"

중앙일보 이승호.이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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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 일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가운데) 전 국가주석이 행사 도중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2 일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폐막식 도중 후진타오(가운데) 전 국가주석이 행사 도중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에서 벌어진 후진타오(胡錦濤·80) 전 국가주석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대한 의문이 사건 발생 사흘째에도 이어지고 있다. 건강상의 이유라는 중국 관영통신의 공식발표가 있었지만, 중국 당국이 온라인상에서 후 전 주석의 퇴장 모습이 담긴 동영상과 사진을 완전히 삭제하면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서다. 외신들은 당시 상황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포린폴리시(FP)·AFP통신·폴리티코 등이 추정한 후 전 주석의 퇴장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계획된 연출



외신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 해석은 시진핑(習近平·69) 국가 주석이 일부러 해당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FP는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전임자를 모욕하기 위해 고의로 일을 벌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전례 없는 3연임에 나서면서 당 내외 반발이 많은 상황에 후 전 주석을 비롯한 원로에게 “내가 당의 핵심”이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벌인 계획적 행동이라는 해석이다. 모든 것이 잘 짜인 각본에 의해 이뤄지는 중국 정치 속성상 돌발적으로 해당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행사에 참석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시진핑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지난 2013년 3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행사에 참석한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시진핑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폴리티코도 “당 대회 폐막식은 고도로 계획된 회의”라며 “후 전 주석이 수행원에 의해 퇴장하는 극적인 장면은 시 주석이 완전한 권력을 확보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조직화 된 ‘상징적 숙청’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 경영대 법학과 교수도 뉴욕타임스(NYT)에 “중국에서 당 대회 같은 행사가 얼마나 철저한 예행연습을 거쳐 준비되는지를 고려할 때 당국이 모두 보는 앞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뒀다는 점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이 사전에 짜인 정치적 행위”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벌어질 더 큰 정치적 후폭풍의 전조라는 분석도 있다. FP는 “만일 이러한 추정이 맞는다면 가장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만일 후 전 주석이 향후 중국 감찰기관인 기율위원회에 의해 부패 혐의로 체포·구금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치적 파장은 매우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②후 전 주석 지병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밤 트위터 영문 계정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아 수행원이 행사장 옆 방으로 그를 데리고 가 쉬도록 했다″며 갑작스런 퇴장의 이유를 건강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신화통신 트위터 캡처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밤 트위터 영문 계정에서 ″후진타오 전 주석이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아 수행원이 행사장 옆 방으로 그를 데리고 가 쉬도록 했다″며 갑작스런 퇴장의 이유를 건강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진 신화통신 트위터 캡처


지금까지 중국 측이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2일 밤 트위터 영문 계정을 통해 “후진타오가 최근 건강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음에도 당 대회 폐막식 참석을 고집했다”며 “폐막식 도중 몸이 좋지 않았을 때 수행원이 행사장 옆 방으로 그를 데리고 가 쉬도록 했다”고 전했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후 전 주석은 2012년 권력을 시진핑 주석에게 물려준 뒤로 급격하게 노화한 뒤 건강 문제로 고통을 겪어왔다”며 “손을 떠는 등 파킨슨병을 앓는 것과 유사한 징후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FP는 “건강 문제로는 후 전 주석이 수행원의 부축에도 퇴장을 주저하는 행동을 보였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③코로나19 확진 가능성



후 전 주석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급하게 퇴장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경기침체의 위험을 감수하고도 제로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 당국에 매우 큰 오점이다. FP는 “후 전 주석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면 이는 이번 당 대회 전 실시한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뜻한다”며 “중국 최고 지도부 주변에서까지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확률이 낮다고 봤다.




④공개 반대 움직임 저지



폐막식 당일 진행된 중국공산당의 당장(黨章·당헌) 개정 절차에서 후 전 주석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후 전 주석이 자신이 좌장격인 공산주의청년단(團派) 계열의 리커창(李克强)·왕양(汪洋) 등이 차기 중앙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알고, 분노의 표시로 당장 개정 절차에서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겠다는 말을 행사장 뒤편에서 밝혔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후 전 주석 퇴장 후 시 주석이 “당장 개정안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며 진행한 개정 작업에선 반대표 없이 만장일치로 중앙위원회 업무보고와 중앙기율검사위 업무보고, 당장 개정안 등 3건이 처리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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