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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 중 한명은 못 알아볼 만큼 악필"…손글씨 낯선 초등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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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 영향…"글씨체 때문에 시험 채점도 어려워"
연합뉴스

한글 멋글씨 체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21년 차 초등학교 교사 정모(46)씨는 요즘 아이들 그림일기 숙제를 검사할 때마다 깜짝 놀란다. 아무리 초등학교 1학년이라도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글씨체가 엉망인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정씨는 "예전에는 한 반에 글씨를 잘 쓰는 아이들이 3∼4명씩은 있었는데 요즘에는 전교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며 "습관이 굳어져 고학년으로 가더라도 악필인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갈수록 손글씨 쓸 일이 적어지면서 '악필'로 굳어지는 어린이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기 집중력 향상과 육체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바른 글씨쓰기의 중요성이 최근 들어 더욱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 A씨는 "한 반에서 글씨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악필인 학생이 3분의 1 수준"이라며 "성인이 돼서도 사회인으로서 기본 중의 기본인 글씨조차 제대로 쓰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필기가 보다 익숙할 법한 중·고등학생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한 여자중학교에 근무하는 전모(29)씨는 "수행평가 답안지를 채점하다 보면 날린 글씨체와 들쭉날쭉한 글씨 크기 때문에 식별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며 "글씨를 성의있게 써보라고 지도해도 '어차피 쓸 일도 별로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합뉴스

"한글이 목숨이다"
(포항=연합뉴스) 서예가 쌍산 김동욱씨가 한글날을 앞두고 7일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모래에 갈고리로 "세종대왕 훈민정음 한글이 목숨이다"란 문구를 쓰는 행위예술을 하고 있다.2022.10.7 [김동욱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ds123@yna.co.kr


교사들은 악필 학생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로 스마트기기 보편화를 꼽는다. 평상시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쓰는 글씨가 거의 전부인데 학교 수업에도 스마트기기가 쓰이면서 손글씨를 쓸 기회가 줄었다는 것이다.

지역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각 교육청은 교실에서 스마트기기 활용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서울에 사는 6년 차 초등학교 교사 B(29)씨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을 할 때 스마트기기로 공부를 하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흐름이 대면 수업으로 바뀐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숙제나 필기 정리를 할 때 태블릿 PC를 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바른 글씨쓰기 습관이 단순히 보기 좋은 글씨체를 만드는 걸 넘어 성장기 두뇌와 집중력 발달, 육체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심 숭실사이버대 아동학과 교수는 "바른 자세로 앉아 한 획씩 글자를 쓰다 보면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법을 배운다. 예전 초등학생들이 정서 발달을 위해 서예를 배우던 것과 같은 이치"라며 "공부보다 (글씨쓰기를 통해) 평생의 기본 생활습관을 배우는 때가 아동기"라고 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정모(32)씨는 "정신과 신체 발달의 기본이 되는 게 소근육인데, 글씨 쓰기보다 효과적인 소근육 운동은 별로 없다. 학부모들이 그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 반에 25명가량 아이들을 맡기 때문에 일일이 글씨 교정을 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정에서 지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훈민정음
[촬영 이충원]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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