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엡손의 홈 프로젝터 신제품 EH-LS12000B. /한국엡손 제공 |
LG전자가 점유율 50% 이상으로 버티고 있는 국내 가정용 프로젝터(홈프로젝터) 시장에 상업용 프로젝터 강자 엡손이 도전장을 꺼내 들었다. 그간 상업용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홈프로젝터에서도 제대로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등에 업고 1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국내 홈프로젝터 시장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엡손은 지난 5일 홈프로젝터 신제품 3종(EH-LS12000B·EH-LH800W·CO-FH02)을 동시에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참전을 알렸다. 엡손 신제품(EH-LS12000B)은 3개의 액정표시장치(LCD) 칩을 활용해 4K(3840×2160 해상도·울트라HD) 화질을 내는 게 특징이다. 3LCD 기술은 1개의 LCD를 사용하는 경쟁사 제품과 달리 빛 번짐이 덜하고, 색상을 더 선명하게 표현하는 엡손만의 기술이다. 또 다른 제품 2종(EH-LH800W·CO-FH02)은 약 10㎝ 공간만 확보하면 언제 어디서든 100인치(254㎝) 화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엡손은 지난해에도 홈프로젝터 5종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한국엡손은 5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EH-LS12000B 등 신제품 3종을 공개했다. /한국엡손 제공 |
엡손이 홈프로젝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이 시장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엡손은 상업용 프로젝터 시장에서는 점유율 1위지만, 홈프로젝터 시장에선 7%로 미미하다. 시장조사업체 P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홈프로젝터 시장은 LG전자가 54%로 1위, 그 뒤를 삼성전자(17%)와 미국 뷰소닉(13%)이 잇는다.
같은 PMA 조사에서 엡손은 국내 상업용 프로젝터 시장점유율 29.2%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파나소닉(21.8%), LG전자(12.9%)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엡손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며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로 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게 엡손의 의도로 보인다”라고 했다.
국내 홈프로젝터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급속도로 커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사람들이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청 빈도를 늘리면서 TV 대안으로 홈프로젝터가 떠오른 것이다. 100인치 크기 화면의 TV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해 홈프로젝터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화면 크기를 만들 수 있다. 또 TV에 비해 배송이나 설치가 간편한 점도 주목받았다. 실제 국내 홈프로젝터 시장은 지난 2018년 654억원, 2019년 706억원이었는데,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911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으며, 지난해에도 971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올해는 시장 규모 1000억원 돌파가 유력하다.
초단초점 방식을 적용한 LG 시네빔 레이저 4K 신제품(시리즈명: HU715Q). /LG전자 |
엡손이 경쟁사 대비 우위에 서 있다고 자신하는 부분은 밝기(휘도)다. 상업용은 스크린골프 등 기기가 주로 사용되는 공간의 특성상 높은 휘도를 갖고 있는데, 이를 가정용으로 넓힌 것이다. 통상적으로 스크린 휘도가 높으면 보다 선명한 화면 표현이 가능하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경쟁사 점유율이 높은 것은 제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엡손보다)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라며 “프로젝터라는 기기가 높은 품질의 화면을 구현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로 이 시장을 차츰 공략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했다.
엡손이 자신들의 취약한 홈프로젝터 시장을 신제품으로 공략하는 것처럼 LG전자 역시 일본 브랜드인 엡손과 파나소닉이 장악한 상업용 시장에서 반전을 노린다. 지난 2020년 상업용 프로젝터 시장에 처음 뛰어든 LG전자는 점유율을 이전 대비 3배 가까이 끌어 올리며 분전 중이다. 올해 4K 고화질 상업용 프로젝터 ‘프로빔’을 출시, 상업용 제품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크린골프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홈프로젝터 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흐름을 유지하면서 상업용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다”라고 했다.
LG전자 상업용 프로젝터 프로빔 레이저 4K. /LG전자 제공 |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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