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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선 극우 멜로니 총리 확실시…EU '포퓰리스트 전선'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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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탈리아에서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하며 극우 정당을 이끄는 조르자 멜로니(45)가 총리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어진 위기를 파고들며 유럽에서 극우가 정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수 년 전과는 달리 최근 극우는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지 않지만 각 국에서 극우 세력이 커지면서 EU 내부에서 "포퓰리스트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는 25일(현지시각)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l), 극우 동맹(Lega), 우파 전진이탈리아(FI)가 중심이 된 우파 연합이 26일 오전 10시9분께 개표가 63.91% 진행된 가운데 하원에서 43.84%를 득표해 민주당(PD)이 이끄는 좌파 연합(26.22%)에 크게 앞섰다고 보도했다. 상원에서도 우파 연합(44.06%)이 좌파 연합(26.07%)보다 득표율이 훨씬 높았다. 이미 출구조사에서 우파 연합 41~45%, 좌파 연합 25.5~29.5% 득표가 예상되며 우파 연합의 승리가 확실시 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극우 연정의 승리는 "국가에 슬픈 날"이라며 패배를 시인했다. 26.13%를 득표하며 단일 정당으로 가장 높은 득표율을 얻어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는 Fdl 대표 조르자 멜로니는 26일 새벽 "이탈리아가 우리를 선택했고 우리는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 7월 생계비 지원 법안 표결 과정에서 모든 정당의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혀 치러지게 됐다. 새 정부 구성은 10월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유로존(유로화 통용 지역) 내 경제규모 3위인 이탈리아 총리가 극우 정당에서 배출될 것이 유력시되면서 선거 기간 내내 우려가 들끓었다. 멜로니가 이끄는 FdI는 파시스트 베니토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만든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을 계승했고 멜로니 자신도 10대 때 무솔리니를 찬양한 이력이 있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시스트 정권을 경험한 이탈리아는 전후 권력을 분산시키는 데 집중했다며 이탈리아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 받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선거 과정 내내 멜로니는 확고한 반이민·반동성애 주장을 내세웠다. 지난 8월엔 아프리카 출신 난민에게 우크라이나 여성이 성폭행 당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난민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이주하는 주요 통로 중 하나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총선 당일인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부 마테라시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하면서 "이민자들이 환영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뒤 극심해진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위기 탓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가중된 것도 주요 정당 중 드라기 총리의 연립정부에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은 Fdl에게 기회를 줬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극우 지도자들은 Fdl의 승리에 환호를 보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측근인 발라즈 오르반 정치국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는 유럽이 직면한 도전에 대해 공통의 비전과 접근 방식을 공유하는 친구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유럽연합(EU) 의회는 헝가리를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 없고 선거 독재의 혼종 체제라고 비판했지만 멜로니는 오르반 총리는 여러 차례 선거에서 승리했고 헝가리는 민주주의적 체제라며 비호했다. 프랑스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은 25일 멜로니의 승리에 대해 이탈리아 유권자들이 유럽연합에 "겸손에 대한 교훈"을 주었다며 기뻐했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의 베아트릭스 폰 스토르흐 의원도 25일 소셜미디어(SNS)에 "우린 이탈리아와 함께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웨덴은 북쪽에서, 이탈리아는 남쪽에서: 좌파 정부는 어제의 뉴스"라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극우 스웨덴민주당(SD)이 약진해 우파연합으로 정권이 교체됐을뿐 아니라 20%를 득표한 SD가 연합 내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당이 됐고, 이전 집권당이었던 사민당에 이어 의회 내 2당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미국 CNN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책사 스티븐 배넌 백악관 전 수석전략가가 멜로니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멜로니 자신은 선거 과정에서 극단적 이미지 지우기를 시도했다. 지난달 외신을 겨냥해 영어·프랑스어 등 여러 언어로 발표된 영상 메시지에서 멜로니는 이탈리아 우파에게 파시즘은 역사가 된 지 오래라며 Fdl가 "영국 보수당, 미국 공화당"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멜로니는 2021년 자서전에서 "유럽의 가치와 기독교 정체성의 수호자"라며 푸틴을 찬양하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엔 확고한 우크라이나 지지를 밝히고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찬성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지지도 밝혔다.

게다가 현재 이탈리아는 현재 EU와 거리를 둘 수 없는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탈리아는 약 2000억유로(약 277조원)에 달하는 EU 제공 코로나19 회복기금의 수혜대상이다. 멜로니가 집권하더라도 당장은 EU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멜로니 집권시 헝가리, 폴란드와 함께 EU의 의사 결정을 방해할 수 있는 EU 내부의 "포퓰리스트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멜로니가 보다 온건한 보수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동시에 극우색도 온전히 버리지 않은 가운데 지안프랑코 파스퀴노 볼로냐대 정지학 명예교수는 <프랑스24>에 "외신들이 멜로니 정부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그런 공포는 과장된 것"이라며 "멜로니는 이데올로그보다는 정치인에 가깝다.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멜로니가 주장하는 정치색과 별개로 치솟는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중대한 현안이 속출하는 국면에서 이를 제대로 조율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로존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를 운영하는 데 있어 멜로니의 경험 부족과 그의 당의 기술적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미국 CNN 방송은 멜로니가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드라기를 "리더십 코치"이자 보증인으로 넌지시 비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드라기의 국제적 명성은 나토와 EU에서 이탈리아의 목소리를 증폭시켰다. 새 정부는 동일한 존경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라고 봤다.

우파 연합 내부 조율도 문제다. 멜로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에 찬성하지만 연합 내부의 동맹(Lega)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과 전진이탈리아를 이끄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미온적 입장이다. 런던에 기반을 둔 리서치 회사 테네오의 공동대표 울판고 피콜리는 영국 매체 <가디언>에 향후 몇 달 간 연합이 단결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예측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이탈리아 선거를 보면 매우 불안정하다. 정당이 매우 빨리 인기를 얻지만 마찬가지로 매우 빠르게 지지를 잃는다"며 "이는 멜로니에게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들어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극우가 다시금 비약적으로 세를 얻고 있을뿐 아니라 집권 연정에 참여하거나 총리직을 맡을 것까지 예상되며 주류 정치의 일원으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부터 이어진 혼란과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인플레이션, 생활비 위기 등이 현 체제에 불만을 제공했고 극우가 이 틈을 파고들었다고 분석한다. CNN은 포퓰리즘을 연구하는 역사학자인 페데리코 핀첼슈타인을 인용해 "포퓰리즘의 역설은, 포퓰리즘이 실제 문제를 찾아내더라도 이를 더 나쁜 것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라며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포퓰리스트들은) 통상 정부를 운영하는 데 매우 서툴다"고 우려했다. 매체는 포퓰리스트들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해결책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더 나쁘게 만들고, 그래서 더 많은 위기가 불가피해지면 이를 이용해 더 많은 기회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멜로니가 신임 총리가 되면 이탈리아 최연소이자 첫 여성 총리가 되지만 전문가들은 멜로니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멜로니가 페미니즘을 매도하고 할당제에 반대한다는 점을 들어 멜로니의 부상이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보장하진 않는다"고 봤다. 매체는 멜로니가 이탈리아가 임신중지를 합법화를 폐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FdI 집권 지역에서는 이미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26일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시민들의 민주적 선택"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을 비롯해 인권에 대해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극우 정당 이탈리아형제들(Fdl)의 대표이자 차기 총리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가 26일(현지시각) 로마의 Fdl 본부에서 연설한 뒤 '고마워요. 이탈리아'(Grazie Italy)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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