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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野의 대국민 보이스피싱" vs "적반하장식 언론겁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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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출근길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소회를 밝히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벌어진 소위 ‘비속어 논란'에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은 언론 보도 과정을 문제삼으며 “MBC와 야당의 정언유착”으로 규정해 파상 공세를 폈고, 더불어민주당은 “언론 겁박을 중단하라”며 맞불을 놨다.

지난 24일 밤 귀국한 윤 대통령이 26일 순방 뒤 첫 출근길에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한다는 건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사실상 MBC를 겨냥하자 여권은 일제히 MBC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MBC 문화방송의 행태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최초로 대통령의 비속어 프레임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기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운을 뗐다.

주 원내대표가 문제삼은 MBC 보도는 지난 22일(한국시간) 오전 10시 7분 즈음에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 MBC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동안 대화한 뒤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한 발언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MBC와 같은 취지의 보도를 이어가며 논란이 확산됐고, 대통령실은 약 10여시간 뒤에 뉴욕 현지에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고, ‘국회’ 역시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지칭한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MBC가 첫 보도를 왜곡하는 바람에 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은 국민에게 각인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자막 같은 사전 정보 없이 들을 때 단어가 매우 부정확하게 전달돼서 전문가조차도 어떤 말인지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해당 영상 송고 사실을 파악한 뒤에 각 언론사에 정확한 워딩을 확인하기 전에는 보도하지 말아달라 요청한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고는 “MBC 최초 보도처럼 (윤 대통령 발언이)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였다면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더 철저한 확인이 필요한데 MBC는 확인 과정을 생략하고 자의적이고 매우 자극적인 자막을 입혀서 보도했다”고 성토했다.

여권은 언론 보도에 앞서 민주당의 공개 비판이 먼저 나왔다는 점 또한 문제삼고 있다. 직전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과 MBC의 조작·선동의 전모가 밝혀지고 있다”며 “지난 22일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뉴욕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시점은 오전 9시 33분이다. MBC의 관련 보도 시점보다 34분이 빠르다”고 적었다. 이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느냐. 민주당이 MBC의 보도 내용을 미리 입수한 것이냐. 오죽했으면 MBC 내부의 제3노조까지 ‘정언유착’이라는 의혹을 제기했겠느냐”며 “민주당은 유착 의혹이 일어나자 MBC가 아닌 SNS에 떠도는 동영상이 출처라고 변명했다. 그런데 당일 아침 동영상과 함께 돌았던 ‘SNS 받글(받은 글)’은 이후 이어진 MBC보도와 똑같았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이것은 ‘대국민 보이스 피싱’이다. MBC가 미끼를 만들고 민주당이 낚시를 한 것”이라며 “정언유착이라는 말도 아깝다. ‘정언공범’”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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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동영상의 엠바고(보도 유예) 해제 시점이 22일 오전 9시 39분인데 박홍근 원내대표는 그보다 앞선 9시 33분에 해당 영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윤 대통령의 발언을 ‘막말’이라고 비난했다”며 “MBC가 민주당과 한몸으로 유착돼 여론 조작을 펴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과방위원들은 MBC 측에 사과 방송과 더불어 박성제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법적 조치 입장도 밝혔다.

여권의 총공세에 민주당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대한민국의 민생 위기 위에 이제는 외교 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불리는 외교의 현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뒤이어 발언을 이어간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 강도는 훨씬 셌다. 그는 “온 국민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지만, 대국민 사과는 끝내 없었다”며 “대신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 훼손하는 건 국민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는 기막힌 발언을 했다. 진실은 은폐하며 언론을 겁박하는 적반하장식 발언을 이어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한 ‘협박정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 행위”라며 “솔직히 해명하고 대국민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그런 뒤 “이번 순방의 총책임자인 박진 외교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참사 트로이카’를 전면 교체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윤 대통령이 만약 오늘(26일)까지도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내일(27일)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자 민주당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장치보다 거짓말이 화근이었다. 전두환 정권은 ‘탁 치니 억하고 박종철 열사가 죽었다’는 거짓말이 탄로 나 몰락했다”며 “‘바이든’이 어떻게 하면 ‘날리면’으로 들리는지 참 이해할 수 없다. 국민들을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그런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정언유착” 주장에도 강하게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괜히 국민 여론을 호도하려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지 말라”며 “영상이 소위 SNS에 돌기 시작했고 제가 발언하기 전에 동영상이 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발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의혹 부풀리기식으로 하지 말고 공식 주장을 해달라. 제가 법적으로 바로 대응해드리겠다”고 맞받았다. 민주당은 27일 의원총회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당론 발의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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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 소개에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성 경기도당위원장,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 공방이 격해지자 MBC는 이날 ‘일부 정치권의 정언유착 주장에 대한 MBC 입장’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MBC는 ▶MBC가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22일 오전 10시 7분 훨씬 전부터 SNS에는 관련 내용과 동영상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었다는 점 ▶(대통령실이 논란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기자들에게 비보도 요청을 했으나 대통령실 기자단 간사는 이를 거절했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이어 “이른바 ‘비속어 발언’으로 인한 비판을 빠져나가기 위해 한 언론사를 희생양으로 삼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언론 통제이자 언론 탄압”이라며 “MBC는 ‘좌표 찍기’를 통한 부당한 언론 탄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진실 보도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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