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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 그걸 굳이 해야 하나요" [세종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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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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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2.09.22.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하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여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환율 급등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유동성 위기 때문이 아니고,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시장심리를 안정시킨다는 효과 외에 환율 안정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기 때문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영국, 미국 등에서 연이어 만나 한미 통화스와프를 양국간 유동성 공급장치 협의대상에 포함시키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양 정상은 필요시 양국이 금융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 수석은 "다양한 장치가 있는데 외환당국간 협의에 의해 구체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통화스와프도 협의대상이 되는 유동성 공급장치에 포함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고 보진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넘어 높이 뛴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경제가 1997년처럼 외환위기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8월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약 614조원)를 기록했다. 7월 말 대비 21억8000만달러 줄었으나 세계 9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채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 규모는 1838억달러다. 최악의 경우 단기외채가 한번에 회수되더라도 외환보유액을 통해 달러빚을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1997년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은행 등 금융사들이 단기외채를 상환할 달러화가 부족했던 것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현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빌린 외화를 상환하지 못하는 국가부도 상태를 구분하고, 환율 상승을 경제위기로 오해해 자기실현적 위기를 불러오지 않기 위해 흔히 쓰이는 '외환위기'란 표현을 외화유동성 위기라고 바꿔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외환 건전성 관리에 (통화스와프가)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외환 건전성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는 게 국제신용평가 산하 국제금융기구의 평가"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미국도 중앙은행과 정부간 역할 분담이 있기에 섣불리 언급하는 것 자체는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은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달러화를 빌려올 수 있다. 한은은 국내 경제주체의 요청이 있을 시 연준에서 달러화를 빌려 외국환 은행에 공급한다. 외국환 은행은 기업 등에게 달러화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공급되는 달러화는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는다. 한은과 연준 간 거래는 사전에 협의된 환율에 따른 교환이다. 외국환 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달러화를 조달할 때는 선물시장 등을 통해 환헤지 계약을 체결한다.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고 일정액의 이자를 취하는 것이 외국환 은행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외국환 은행에서 달러화를 빌리는 기업들의 경우에도 최근에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헤지상품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다.

즉 한미 통화스와프를 통해 공급되는 달러화는 외환시장에서 원화와 달러화간 교환을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환율 안정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공급된 달러화가 환율을 가격변수로 하는 외환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이자율을 가격변수로 하는 외화자금시장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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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로화와 엔화 등의 가치는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크게 하락했다. 현재 미국과 상시적으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있는 국가는 EU(유럽연합), 영국, 캐나다, 스위스, 일본 등 5개국이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 1월3일 1.1336달러에서 지난 22일 0.9879달러로 약 12.9% 하락(유로화 가치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월3일 115.277엔에서 22일 142.143엔으로 23.3% 상승(엔화 가치 하락)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1월3일 1.3506달러에서 22일

1.1319달러로 16.1% 하락(파운드 가치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같은 기간 1191.8원에서 1409.7원으로 약 18.3% 상승(원화 가치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는 최근 '킹달러' 현상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막는데 큰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투자심리 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오히려 한국에 대한 위험회피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하락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또 현실적으로 미국이 한국과의 통화스와프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국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통화스와프에 나서려면 관례상 다른 주요 신흥국들과 동시에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달러화가 글로벌 시장에 풀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미국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굳이 다른 나라들을 위해 긴축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통화스와프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연준이 지난 2020년 3월 한국 등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은 해당 국가들의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한 조치였으나 미국 국채를 다수 보유한 신흥국들이 달러화를 확보하기 위해 대량 매각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미 연준이 자국의 이익에 해가되는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세종=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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