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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논란에 돈줄 막힌 태양광… “중소기업 폐업 시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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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한 ‘태양광 대출’ 실태 점검에 나서자 국내 태양광 발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꺼리는 것은 물론 기존 대출에 대한 관리 강도까지 높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돈줄이 막히는 현 상황이 1년만 지속돼도 중소·중견기업의 최대 30%는 고사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조달해야 하는 산업계 역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에 태양광 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회계 부실 등이 있었다는 국무조정실의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14개 은행이 내준 태양광 대출은 5조6088억원이었는데, 이중 96%가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다. 담보물 가치를 초과한 대출 역시 1조4953억원에 달했다.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면서 은행들은 태양광 대출을 신중하게 취급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태양광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지점에서부터 굉장히 보수적으로 심사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승인된 대출은 당장 상환을 요구할 순 없겠지만, 연장 주기를 이전보다 짧게 조정해 자주 자료를 제출받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태양광 발전 설비./조선DB



돈줄이 막힌 만큼 당분간 태양광 발전 사업을 신규로 벌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지 위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의 경우 ㎾(킬로와트)당 평균 140만원이 들어간다. 중간 규모인 500㎾를 설치할 경우 7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태양광 대출은 기업 대출에 속해 사업비의 80%가량을 받을 수 있고, 여기에 신용대출 등을 통해 사업비 전체 또는 그보다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사업비용을 대출로 마련하는 만큼 금융이 막히면 신규 사업도 어렵다”고 말했다.

대출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 관계자를 만났는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완전히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며 “필리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지에서 필요한 모든 인허가를 받아놨고 마지막으로 국내 은행 대출만 끌어오면 되는데 승인이 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는 윤석열 정부 이후 위축되던 업황이 이번 태양광 대출 조사로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우식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태양광 산업의 진흥은 정책과 금융에 달려있다. 이전까지는 탄소중립의 핵심 솔루션으로 태양광이 주목받았고, 이에 따라 금융권 PF 대출이 받쳐줘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였다”며 “그러나 현 정부는 태양광에 부정적 태도이고, 금융까지 옥죈다고 하니 산업이 활기를 잃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분위기가 1년만 이어져도 태양광 제품을 제조하는 중소·중견기업의 20~30%는 사업 철수, 법정관리, 파산 등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태양광 발전 신규 설치는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2017년 506만2309㎾였던 태양광 발전설비는 2018년 712만9860㎾로 1년 만에 40.8% 늘어났고, 2019년에는 1050만5103㎾로 47.3% 급증했다. 이후 다소 둔화되긴 했어도 2020년(38.7%), 작년(27.1%) 역시 빠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는 7.5%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 등으로 태양광 사업의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다보니 신규 사업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신규 태양광 사업은 물론 이미 설치가 완료된 태양광 발전 사업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발전업자들은 생산한 전기를 장기고정계약 또는 현물 등으로 나눠 전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이 중 현물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태양광 발전업자들이 특히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태양광 시장이 얼어붙고 대출 금리도 높아지면 현물 거래의 기준인 SMP(계통한계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며 “버티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기존 투입한 사업비 대비 낮은 가격에 사업장을 매각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부 현금이 많은 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돼 전체 태양광 밸류체인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다른 산업군에서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산업계는 삼성전자까지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에 가입하는 등 고객사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어 태양광 등으로부터 생산한 전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직 RE100을 선언하진 않았지만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는데,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이 여의치 않아 걱정”이라며 “직접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안을 강구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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