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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당신을 노리는 ‘제3의 n번방’

서울경제 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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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원 사회부 기자

10분. 디스코드 음란물 공유방의 링크를 발견하고 입장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분이다. 검색, 클릭, 입장.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적나라한 현장을 마주하게 됐다. 접근이 너무 쉬웠다.

“돈을 내라, 초대해라, 그러면 당신은 행복한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천연덕스러운 홍보 문구와 촘촘한 운영 시스템을 보니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뒤편에 있을 피해자와 범죄자의 존재를 상상하니 두려웠다. 음란물 공유방에는 3만 5000명의 참여자가 있었고 계속 입장하고 있었다. 디지털 성착취가 너무 쉽게 이뤄지고 있었다.

운영자들은 수위 높은 영상을 받고 싶으면 돈을 더 내거나 사람을 더 초대하라고 요구했다. 돈을 지불하는 것도,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것도 쉬웠다. 입장 방법을 한 번 알게 되자 재입장은 더 쉬웠다. 공유방에서 나간 다음날 나도 모르는 새로운 방에 초대돼 있었다. 공유방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참여자가 7만 명으로 늘었다.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기는 매우 ‘쉽다’.

반면 디지털 성범죄 근절은 너무나 어렵다. 어떤 법안이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제도 등 특정 사항의 결함만으로 유사한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 법과 제도, 성인지감수성 결핍, 범죄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성착취물이 ‘재화’가 된 문화, 디지털 기술의 발달, 디지털 윤리 관념 부재 등 모든 요소의 접점에서 ‘n번방’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다는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성가족부가 6일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0년 사이버 성폭력 검거 인원은 4223명이다. 이중 ‘아동 성착취물’ 검거 인원이 61.8%에 달했다. 디지털 성범죄를 손쉽게 저지를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받아든 총체적 난국의 성적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이 통계는 최악이 아닐지도 모른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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