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 현관 앞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총장 후보자인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53·사법연수원 27기)가 과거 논문에서 “피의사실공표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며 폐지 취지로 주장한 사실이 4일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선 “피의사실은 공표할 수 없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2006년 <해외연수 검사 연구논문집>에 실린 논문 ‘알 권리와 피의사실공표죄의 관계’에서 “일제 식민당국의 군국주의적 형사사법을 극복할 목적으로 반세기 이전에 우리 형법에 특유한 입법례로 도입된 피의사실공표죄를 굳이 존치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심히 의문”이라고 했다. 이 논문은 이 후보자가 2004~2005년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형사법연구소에 연수를 다녀와 제출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논문에서 형법이 피의사실공표를 예외 없이 금지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보다 수사·언론기관의 내부 규율로 피의사실공표를 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적으로는 피의사실공표 행위가 알 권리의 충족이라는 점에서 정보수령자로부터 그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형법 제126조(피의사실공표죄)의 입법형식과 같이 전면적으로 알 권리를 봉쇄함은 법익의 균형성을 잃은 것”이라고 적었다.
이 후보자는 “일반 국민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관한 알 권리를 가지고 있고 범죄수사의 직무에 종사하는 자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그러한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방법”이라며 “범죄와 형벌에 대한 경계를 줌과 동시에 사회적 대응의 필요성과 방안을 논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수사기관의 중요한 공적 과업 중의 하나”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선 “피의사실은 공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견해를 묻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이 같이 답한 뒤 “다만 오보 방지, 2차 가해 방지, 피해 확산 예방 등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논문에서 피의사실공표죄를 비판하면서도 무분별한 공표를 통제할 규정에 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현재 검찰이 운영하는 ‘티타임’이나 ‘전문공보관’ 제도와 비슷하다. 이 후보자는 “피의사실은 원칙적으로 공보담당관이 공표하지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사담당자 등이 공표” “엄격한 익명의 원칙” “언론기관 종사자와 수사담당자의 직접적인 개별 접촉을 불가능하도록 함”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도록 유념”이라고 적었다.
이 후보자는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티타임’에 대한 생각을 묻는 김남국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민의 알 권리와 수사에서의 인권 보호는 모두 지켜야 할 가치”라며 “두 가치의 조화를 위해 최대한 신중히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티타임’은 수사를 지휘하는 차장검사가 출입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정례 간담회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1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피의사실공표 우려가 있다며 폐지했지만,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부활시켰다.
이 후보자 측은 경향신문이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한 입장이 변했느냐’고 질의하자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처벌돼야 한다”며 “해외연수 보고서는 강학상 비교법적으로 외국입법례 등을 검토한 것으로, 사건관계인의 인권보장, 국민의 알 권리, 언론의 비판·견제·감시 기능의 조화를 다뤘고, 불가피한 공보의 경우에도 공보 주체·시기·장소·방법·표현 등을 엄격히 제한해 사건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또 “논문에서 (피의사실공표죄는)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했고, 입법론을 제시한 것이니 현행법을 전제로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와 전혀 충돌할 것이 없다”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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