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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에 필요한 건 21세기형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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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은 돈에 눈이 어두운 한양 장사치들에게 대동강 물 판매권을 팔아 큰돈을 챙긴다. 그래서 ‘대동강 물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라는 말이 생겼다. 요즘도 가끔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이권을 챙기는 이들을 ‘봉이 김선달 같다’고 말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물은 ‘공짜’가 아니다. 강물을 정화해 상하수도로 이용하고 그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한다. 그런데 이보다 수십, 수백 배 비싼 물도 있다. 산업용수다. 사람이 물을 마셔야 생존하듯, 산업 역시 저마다의 물이 필요하다.

산업용수는 공업용수, 순수, 초순수로 구분한다. IT, 석유화학, 철강, 바이오 등 국내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 산업용수를 사용한다. 경제 발전에 따라 고부가가치 산업용수 사용량도 비례해 증가한다. 일례로 삼성전자 평택 고덕산업단지에는 하루 47만㎥, 용인 SK하이닉스 공장에는 하루 26만㎥의 산업용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반인이 잘 모르는 점이 있다. 이 산업용수 관련 국내 기술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다. 상수도, 하수도 기술력은 괜찮지만 안타깝게도 해수 담수화와 순수, 초순수에 대한 국내 자체 설계, 시공 실적이 없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LCD 공장에 적용된 순수, 초순수 수처리 공정은 모두 일본을 비롯한 외국 물 전문 기업의 기술이다.

국내 주요 산업이 성장하면서 순수, 초순수 등 산업용수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많으면 공급을 위한 기술이 발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업용수는 단위설비 설계와 제작, 운영에 대한 자립화가 안 돼 있다.

왜 그럴까? 산업용수 사용량은 기업 영업 비밀이다. 시장에 공개되지 않았고 외국 회사들에 의해 폐쇄적으로 운영돼왔다. 국내 물처리 기업 덩치가 작은 탓도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이니 설계와 제작 능력, 연구개발(R&D)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제도적인 틀 안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업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물장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물 전문 리서치 기관인 영국 GWI는 글로벌 산업용수 시장이 2024년 2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 담수화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며 매년 15%씩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물이 그냥 물이 아니라 ‘금’인 세상이 온 셈이다. 선진국들은 물 산업을 ‘블루오션’ 또는 ‘블루골드’라고 부른다.

출발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물을 팔아먹을’ 생각을 해야 한다. 세계적인 물 산업 플랫폼 성공 사례를 보면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대부분 국가 주도로 이뤄진다. 이스라엘의 경우 정부와 국영 기업인 메코롯(Mekorot)이 물 관련 기업들의 기술적 방향성을 확인해주고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해 스타트업에 투자, 상용화까지 연결시켜준다.

우리도 이제 물 산업 성장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단순한 사업 분야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 차원에서 정부가 대·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3호 (2022.08.24~2022.08.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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