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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회견이 '명연설'? 국민 속였다는 자기고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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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13일 국민의힘 대표 기자회견을 보고... 사회적 약자 때리던 과거는 뭔가
오마이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모습. ⓒ 남소연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진행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2030 남성이 주축인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칭찬이 들끓었다. 거의 '찬양' 수준이었다. 20대 남성인 필자 지인들의 반응도 '속이 시원하다', '명연설이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관련 기사: 이준석 "날 '그 새끼'라 부르는 사람 대통령 만들려고 뛰어" http://omn.kr/2099n).

좋아하는 기색을 내보이는 그들 앞에서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필자 눈에는 그 모습이 그저 참담했다. 여당 대표의 기자회견이라고 보기에는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과 자유한국당의 구태의연한 과거를 비판하며 보수정치의 새로운 대안을 얘기했다. 자당의 지지층이 중시하는 가치를 '국가 중심의 고전적 가치'와 '개인의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로 양분하며 이제는 후자의 가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자유' 가치에 대한 체계화된 정책으로 북한 방송 개방, https 차단 해제, 카카오톡 오픈채팅 검열 해제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대선 승리 이후 이 대표가 해당 문제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던가? 내 기억으론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이 대표가 정말로 자신이 언급한 정책들을 보수 정당의 새로운 가치를 위한 정책으로 여겼다면 왜 본인의 장기인 SNS를 통한 여론 환기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그 대신 이 대표가 대선 이후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사안 중 하나는 바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때리기였다.

전장연의 시위 목적은 단순했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도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가 언급했던 자유, 그런데 전장연의 시위만큼 자유라는 가치와 맞닿아있는 사안이 있을까. 그럼에도 이 대표는 시민들의 불편을 앞세워 전장연 시위를 반대했다. 사회적 약자들을 때리는 이 대표의 행보에 대체 어떤 자유와 정의, 인권의 가치가 녹여져 있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자기 향한 비판엔 "폭압적"이라면서... 스스로 썼던 '선당후사' 기억 못하나

'선당후사'라는 표현을 향한 이 대표의 비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대표는 당내 자신을 향한 '선당후사' 비판에 대해 "을씨년스러운 표현"이자 "전체주의적이고 폭압적인 처우"라면서 "북한에서 쓰이는 '선당정치'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본인이 지난해 8월 26일,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선당후사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던 과거는 까맣게 잊어버린 듯하다.

또한 이 대표가 선당후사, 즉 조직의 안위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풍토에 비판적이라면 대선 당시에도 선당후사를 거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한쪽으로는 저에 대해서 '이 xx, 저 xx'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던" 자신이야말로 "훨씬 아린 선당후사였다"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선당후사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인지, 아니면 남들의 선당후사는 아니지만 이 대표만은 다른 의미의 선당후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내로남불은 아닌가.

양두구육을 운운한 발언을 따져보면, 이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염치조차 없는 수준이 드러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가 했던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면서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이나 연을 끊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는 자백은, 자당의 승리를 위해 국민을 속였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건가 싶어서다. 이 대표는 결국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당시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밝히면서도 그에 관한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던 셈이라고 본다.

이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의 자괴감을 느끼고 심지어 연을 끊고 싶었음에도 끊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자괴감을 억누르고 일단 선거에서 승리만 한다면 여당 대표로서 본인의 입지가 보장되리라 여겼기 때문이 아닌가. 이 대표의 예상이 빗나가고 '토사구팽'의 신세에 처하니 양두구육을 운운하는 것이지, 만일 여당 대표로서 이 대표가 승승장구했다면 여전히 국민을 향한 '양두구육'에 앞장서지 않았겠는가.

누가 이기든 미래는 없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이준석 대 윤핵관' 구도

이처럼 이 대표의 이번 기자회견을 살펴보면 '내가 이렇게 욕을 먹고 국민들 속이면서까지 대선 승리를 위해 노력했는데 어떻게 그런 내게 이럴 수 있냐'는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불과했다고 생각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한 기자회견이었던 셈이다.

이 대표는 젊은 층의 정부여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어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지만, 기실 이 대표 또한 비슷한 모습이 아니었나. 지난 대선 이후 그는 유의미한 사회적으로 진일보할, 진취적 어젠다를 던지고 주장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적 약자 때리기'만 일삼았을 뿐이었다.

애초에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을 포함한 소위 '윤핵관'이라는 이들의 갈등 역시 어떠한 사회적 어젠다나 지향하는 공적 가치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었다고 본다. 자신의 성상납 의혹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 속에서 양측 모두 민생과 정책을 등외시한 건 마찬가지였다. 이런 여당의 수준에서는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더라도, 영화 속 괴물인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의 대결과 같이, 누가 이기든 미래는 없을 것 같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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