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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에 날개 꺾인 ‘단짝’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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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사고로 숨진 중국인 여고생 2명

중·고교 시절 내내 우정 쌓아…중국 언론·시민 애도 이어져



“두 아이는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늘 붙어 다닌 단짝이었어요. 밥도 늘 함께 먹었고…. 아마 비행기 안에서도 떨어지기 싫어 같이 앉아 있었을 겁니다.”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로 딸 왕린자(17)를 잃은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오열했다. 어머니의 직감대로 딸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절친했던 예멍위안(16)과 손을 내밀면 닿을 자리에 있었다. 중국 저장성 장산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 과정에 해당)의 두 여학생은 사고가 난 보잉 777 여객기의 맨 뒤에서 둘째 줄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변을 당했다. 3주간의 여름방학 영어캠프 기간에, 스탠퍼드와 버클리대 교정을 거닐고, 실리콘밸리의 구글캠퍼스에서 재잘거리며 우정을 다지려던 두 여학생의 푸른 꿈도 멈췄다.

저장성 지역신문 <청년보>는 두 소녀가 학교에서 촉망받는 학생들이었다고 전했다. 왕린자는 3년 내내 반장을 맡을 정도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장산중 10학년 10반 반장이던 그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미국에서 돌아오면 우리반끼리 꼭 모이자”고 했다. 성적도 뛰어나 48명의 반 친구들 가운데 제일 앞줄이었다. 왕의 생활기록부엔 “물리와 서화에 뛰어나다”고 적혀 있었다. 왕의 한 친구는 “린자의 집에 놀러 가면 그의 아버지가 벽에 걸어놓은 린자의 서예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학기 매주 목요일에 학교 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왕린자는 자의식이 강한 또래 여학생들처럼 블로그에 “자신을 긍정하라, 너는 네 상상보다 강한 사람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구절을 눌러쓰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예멍위안은 늘 명랑한 웃음을 띤 붙임성 있는 학생이었다. <신경보>는 “친구들은 치아교정기를 낀 채 활짝 웃던 예멍위안의 모습을 기억하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그는 라틴댄스를 잘 추고 피아노 연주에 재능을 보였다. 체조와 웅변 실력도 뛰어나서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그 역시 반장을 맡고 있었고, 영어와 물리 과목의 대표로도 활약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학교 10대 우수 아나운서’로 뽑히기도 했다. 장산중학교의 한 교사는 “세심하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고 했다.

중국 언론과 시민들은 두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7일 “어제까지만 해도 꽃다운 두 소녀는 부모의 축복과 기대를 한껏 안고 웃고 재잘거렸을 것이다. 하지만 날아오른 청춘은 하늘에서 내려온 재난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역만리 멀리 떨어져 작별할 길이 없지만 부디 잘 가길 빈다”고 애도했다. 한 누리꾼은 “가여운 아이들 슬픈 부모들. 천당이 있다면 거기서 너희들이 행복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두 소녀의 유가족 12명은 8일 밤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샌프란시스코행 항공편이 없어 우선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뒤 사고 현장으로 갈 예정이라고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두 여학생 가운데 한명이 사고 직후 생존해 있었지만 구조 과정에서 차량에 치여 숨졌으리란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민디 탤미지 샌프란시스코 소방서 대변인은 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사망자 가운데 1명의 주검에 차량에 치인 상처가 있었다”고 말했다. 로버트 포크로 샌프란시스코 샌머테이오 카운티 검시관도 “숨진 여학생 중 1명이 사고 현장을 빠져나오다가 구조 차량과 충돌했을 수도 있어 주검을 부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전정윤 김경욱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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