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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아시아나기 탑승객의 증언 “2시간 풀밭에 대기…공항에선 4시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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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 공항 당국이 지난 6일(현지시간) 사고가 난 아시아나 여객기 승객들은 2시간 동안 활주로 주변 풀밭에 대기시키고 공항 내에서도 수사에 필요하다며 4시간 이상 대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기에 탑승한 승객 김준석씨(44·샌프란시스코 거주)가 당시 상황을 경향신문에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전해왔다. 다음은 김씨가 전해온 사고 당시 상황과 탈출 상황이다.

김준석씨 페이스북 사진 캡처

김준석씨 페이스북 사진 캡처


착륙직전까지는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황인 듯했다. 기내에는 아무런 이상 징후도, 특별한 방송도 없어서 안전하게 착륙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잠시 창밖을 내다봤는데 생각보다 바다가 굉장히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전에도 수없이 비행기로 오갔던 공항인데, 그날 느낌은 좀 달랐다.

활주로가 보이면서 충격이 왔다. 그리고는 비행기가 곧바로 엔진 출력을 올렸다. 보통 정지할 때 엔진 출력을 올려 정지하므로 정상 착륙인 줄 알았는데 순간 몸이 의자 뒤로 확 제쳐지면서 비행기가 다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에도 그런 경험이 있어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기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더니 두번째 충격이 ‘쾅’ 하고 크게 왔다. 그제서야 뭔가 잘못됐다 싶었다. 두번째 충격이 오자마자 산소마스크가 내려오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창밖을 보니 유리창에 흙먼지도 끼기 시작했다.

10초 정도 흘렀을까, 생각보다 빨리 비행기가 멈추는 걸 느꼈다. 앞쪽에 있던 승무원이 “비행기가 정지했다. 기체가 움직이지 않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당시 기내에 있는 승객들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짐을 꺼내려고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몇초 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기장이 “탈출하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 그리고 다른 승객 한 명이 창밖을 보더니 “불이 붙었다”고 외쳤다. 기내에서는 뿌연 매캐한 냄새와 함께 연기가 퍼졌다. 그때부터 다들 일어나서 탈출을 시도했다. 내 자리는 기체 오른쪽에 있었는데 비행기 오른쪽에 있는 문은 하나도 안열렸고 왼쪽만 문이 열려 차례로 왼쪽 문을 통해 탈출했다.

탈출은 혼란스럽게 진행되지 않았고 침착하게 이뤄졌다. 내가 나왔을 때 승객 30여명이 먼저 나와 있었고 멀리서 소방차가 오기 시작했다. 뒤를 보니 슬라이드를 통해 승객들이 계속 탈출하고 있었다. 비행기에 불이 붙은 것을 본 탈출 승객들은 폭발을 우려해 다들 비행기에서 먼쪽으로 달리거나 빨리 걸었다. 더 이상 슬라이드에 사람이 안보이는가 싶더니 곧바로 비행기 유리창 안으로 빨간 불길이 번저 나왔다.


내가 비행기에서 탈출한 뒤 10분쯤 뒤에 불이 붙은 것이다. 소방차들은 사고 비행기로 달려 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공항 바닥에 앉아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망연하게 불타는 비행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이 꺼질 때까지 그렇게 1시간 반 정도를 활주로 주변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앰뷸런스가 부상이 심한 승객들을 옮겨 갔다. 소방관들이 와서 부상자와 상태가 나쁘지 않은 승객을 가려냈고 부상자들을 먼저 실어 갔다. 30분 정도 더 기다리다가 공항 버스가 왔다. 활주로 옆 풀밭에서 2시간 정도를 기다린 것이다. 버스는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을 태워서 공항 내부 어디론가 갔다. 거기서 다시 4시간을 바닥에 앉아 있었다.

우리들도 정신이 좀 들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부상자들은 어떻게 됐는지 걱정스러워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무도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이 없었고 공항 관계자나 항공사 관계자가 와서 말해주지도 않았다. “도대체 언제 집에 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시아나 관계자가 와서 “지금은 FBI에서 조사해야 하는 게 있으니 아무도 보내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했다. 무작정 2시간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다시 아시아나 관계자가 와서 “집에 가도 좋다”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고 가라고 했다.

김준석씨 페이스북 사진 캡처

김준석씨 페이스북 사진 캡처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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