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아파트 관리비 빼먹기 '백태'…서울시, 11개단지서 168건 비리 적발..10건 수사의뢰]
#A아파트는 입찰관련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공사비를 200만원 이하로 쪼개고 무자격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 이 아파트에서 무자격업체에 과다지급한 공사비는 확인된 금액만 3억7000만원에 달했다. 부실시공으로 하자보수 공사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B아파트는 관리규약에도 없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사진과 각종 소위원회, 분과위원회 활동비 명목으로 7240만4000원을 전용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민·형사 소송비 950만원은 아파트 전체 주민들과 관계없는 소송이었는데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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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강기영 |
#A아파트는 입찰관련 규정을 피하기 위해 공사비를 200만원 이하로 쪼개고 무자격업체와 수의계약을 했다. 이 아파트에서 무자격업체에 과다지급한 공사비는 확인된 금액만 3억7000만원에 달했다. 부실시공으로 하자보수 공사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B아파트는 관리규약에도 없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사진과 각종 소위원회, 분과위원회 활동비 명목으로 7240만4000원을 전용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민·형사 소송비 950만원은 아파트 전체 주민들과 관계없는 소송이었는데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공사나 불법 용역 발주 등으로 아파트 관리비를 탕진한 부조리가 대거 적발됐다. 수의계약 한도인 200만원을 넘지 않도록 공사비를 쪼개는 꼼수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서울시가 주민들이 관리 비리 등을 제보한 시내 103개 단지 가운데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11개 아파트를 선정, 6월 한달간 시·구 공무원과 법률·회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정심사위원회의 합동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모두 168건의 각종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고 8일 밝혔다.
공사·용역 비리사례 중에는 △한도(200만원)를 초과해 수의계약을 남발한 경우 △공사비를 200만원 이하로 쪼개 무자격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경우 △입찰자격이 없는 무자격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경우 △입찰을 방해해 공사비를 과다 책정한 경우 △공사물량을 늘려 관리비를 키운 경우 △권한이 없는 입주자대표회장이 직접 계약한 경우 등이 적발됐다.
이어 △장기수선충담금과 관리비를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 운영한 사례 △재활용품을 팔아 벌어들인 돈을 부실하게 운영한 사례 △관리비 사업계획서를 수립하지 않고 운영한 사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사례 등 관리비 운영에 관한 비리도 드러났다.
사업주체나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정하는 장기수선계획을 전문성없이 형식적으로 수립하거나 조정하는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당금 비리도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사 수의계약을 진행하거나 관리비를 전용하는 등 이권다툼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단지는 각종 비리로 발생한 자금 부족액을 관리비로 충당해 입주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액 부풀리기·부실시공, 아파트 공사비 빼먹기 '백태'
200만원을 초과한 수의계약을 남발한 사례는 10개 단지에서 총 56건으로, 39억212만원에 달했다. A단지의 경우 총 13건의 공사(1억7700만원)를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발주·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경우 실제 공사비보다 과다지급하거나 부실시공이 나타나기 일쑤다.
실제 A단지는 하수관 교체공사 시 배관 단가를 과다 계상해 186만7000원을 과다 지급했는데, 이는 계약 금액(1200만원)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난방배관 교체 공사(계약금액 770만원)시에도 지하 작업 출입구 18개중 14개만 시공하고 재질도 합판으로 변경하는 등 부실 시공해 270만4000원을 과다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쪼개기 수법의 수의계약도 42건이나 됐다. 200만원 이하로 쪼개어 낙찰된 업체가 아닌 무자격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42건의 계약금액은 9억6963만원에 달했다. 이중 현장 확인이 가능한 22건의 적정공사비를 산출한 결과 약 3억7000만원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입찰참가 자격이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사례 2건 △공정한 입찰을 방해해 공사비를 과다 산정한 사례 11건 △공사물량 과다 산출 등으로 인한 관리비 누수 10건 △권한없는 입주자대표회장이 직접 계약한 사례 등이 있었다.
◇주민들 '멘붕'…"피같은 내 돈이 이렇게 쓰이다니"
"하루라도 바람 잘 날이 없더니 우리 돈이 그렇게 쓰였을 몰랐다. 지긋지긋하다. 이사가고 싶다."(40대 정모씨)
"소송으로 시끄럽더니 그런 일이 있었나. 일부 사람들의 밥그릇 싸움에 피 같은 내 돈이 맘대로 쓰였다니 어이없다."(50대 최모씨)
시가 발표한 아파트 관리실태에서 업무추진비 등을 전용했다고 밝힌 B아파트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입주자대표가 두 패로 갈라서 관리와 관련된 이권 다툼이 치열했다. 주말이면 단지내에 열리는 주말 장터에서 양측이 허가권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시는 관리규약상 업무추진비를 입주자대표회의의 이사진과 각종 소위원회, 분과위원회 활동비 명목으로 7000만원대의 비용을 전용한 사실을 적발했다. 시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민·형사 소송비 950만원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로 지급한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측은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이 불과 2000만원대에 불과한데 7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출금액도 동대표 회의를 거쳐 합당하게 처리됐다"고 반박했다.
소송비에 대해선 "조경 관련 소송비용을 대표회의 운영비로 지급된 단순 계정과목 오류"라며 "소송을 포기할 경우 입주자 부담금이 1억원이 넘어 빨리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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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아파트 관리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번 조사결과 입에 담기도 어려운 부정행위들이 있었다"면서 "이번 실태조사는 서울시 아파트 관리혁신의 서막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관리 개혁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사진=지영호 기자 |
◇서울시, 10건 수사의뢰…실태점검 강화
시는 이번에 적발된 내용을 토대로 무자격업체와 계약, 공사입찰 방해 등 10건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는 한편 입찰규정을 위반하고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83건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록 부실작성 등을 한 73건에 대해서는 행정지도하기로 결정했다.
시는 아파트관리에 따른 비리 척결을 위한 방편도 내놨다. 공사용역 비리와 관련, 공사용역 입찰 전 아파트 닥터프로그램을 설치해 전문가 자문을 의무화하고 공공감리제도를 신설해 운영한다. 주민검수제도를 법령화하고 공사입찰정보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관리비 운영 비리와 관련해선 관리비 집행실태와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해 회계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수선계획 및 장기수선충담금 관련 비리는 수립과 조정 과정에서 전문가의 검증절차를 도입하고 실태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비리는 시 주택정책실 내에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를 7월 중 신설해 아파트관리감독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서울시 공동주택 통합정보 마당'을 통해 관리비 항목 공개를 강화할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나타난 부조리에 대해 행정조치, 수사의뢰 등 엄격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제도개선과 주민참여 확대방안을 통해 아파트 공동체 문화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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