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0일 내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곧 공개될 인사 명단에서 당내 최대 파벌 '아베파' 의원들의 처우에 귀추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자 기사에서 이번 인사 결과는 자민당 내 파벌 구도가 아베 전 총리의 진영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전 총리는 생전 기시다 정권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블룸버그는 1993년 정치 입문 동기인 기시다와 아베의 관계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기시다 총리의 총재 당선을 간접적으로나마 도왔다. 소속 의원 수만 94명인 아베파를 이끌며 당 운영에도 안정감을 줬다. 동시에 자신이 재임 시절 고수하던 통화 완화 정책(아베노믹스)을 지속하고 방위비를 인상하라며 공개적으로 훈수를 뒀다. 직접 전화를 걸어 인사에 관여했다는 일본 매체 보도도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그는 총격으로 사망했고, 기시다 정권을 뒤에서 조종할 만한 사람은 이제 사라졌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이후 통일교와의 연관성 논란으로 또다시 홍역을 치른 아베파 의원들의 처우는 이제 기시다 총리의 손에 달려 있다.
◇기시다, '통일교 척결' 명목으로 아베파 잡을까
인사 직전 기시다 총리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구 통일교)에 칼을 빼들었다. 우선 내각에 새로 지명되는 각료뿐만 아니라 현 각료와 부대신 등도 통일교와의 관계를 확실히 점검하겠다고 공언했다.
통일교는 아베 전 총리의 살해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가 원한을 품었던 종교 단체다. 야마가미의 모친은 통일교에 가산을 탕진해 가족을 생활고에 빠뜨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운데)와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상(오른쪽)이 도쿄 총리관저 각료 회의실에 들어가고 있다. ⓒ AFP=뉴스1 |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통일교 점검' 발언이 사실상 아베파 의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파 의원들 중 통일교와 연루된 사례가 대거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아베파와 통일교의 관계가 아베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와 아베파를 결성한 후쿠다 다케오 총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내각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선거 당시 통일교의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 방위상의 교체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유는 '건강 문제'다.
스에마쓰 신스케 문부과학상도 통일교 관계자가 정치자금 파티 초대권을 샀다고 밝혔다.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도 통일교 관련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했던 사실을 시인했다.
이 밖에 아베 전 총리의 비서관을 지낸 이노우에 요시유키 의원도 지난달 10일 참의원 선거 당시 통일교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베파의 지도부격 인물인 시모무라 하쿠분 전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2015년 통일교의 명칭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통일교와 자민당의 유대 관계가 드러난 게 최근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 공영 NHK방송이 지난 주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전달보다 13%포인트(p) 하락한 4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취임 이후 최저치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은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통일교와의 유대관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당과 국회의원이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87%에 달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쿄의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아베파의 불확실한 미래…분열하면 기시다도 어려워져
하루아침에 구심점을 잃은 아베파는 새 대표자를 선임하지 않고 현재 두 명의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가 뚜렷한 후계자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베파의 미래는 어느 때부다 불확실하다. 블룸버그는 기시다 총리가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지지율 하락을 어느 정도 무릅쓰더라도 인사에서는 당 내 파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아베파가 분열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파벌에서 혼선이 벌어지면 기시다 총리도 당내에서 구심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마리 아키라 전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블로그에 "현 시점에서 아베파를 통제할 능력이나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은 없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적었다.
복잡한 갈림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는 기시다 총리의 몫이다. 이와이 도모아키 니혼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주요 파벌이 분쟁에 빠지면 기시다 총리가 휘말릴 수 있다"며 "과거에는 아베와 대화하면서 일을 정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화할 상대가 없기 때문에 약속을 잡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의원을 지낸 나카바야시 미에코 와세다대 교수는 "어떻게든 자민당을 통합하기 위해 기시다는 아베의 힘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그것은 사라졌고 모든 사람들은 기시다가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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