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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총성 후 3~4초간 경찰 지켜만 봐… 아베, 두 번째 총탄에 쓰러져 [日 아베 피격 사망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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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드러나는 경호·경비 실패

범인, 아베 7~8m까지 접근해 첫 방아쇠
총성에 놀란 아베 뒤 돌아보다가 ‘참변’
경비책임자 “사전 징후 파악 못해” 인정

야마가미, 범행 치밀 준비 ‘외로운 늑대’
범행 전날 오카야마 유세장도 따라가
집에 수제 총 여러 정… 살상력 큰 것 골라
檢 송치되는 총격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10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직 해상자위관인 야마가미는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 선거 유세 중인 아베 전 총리에게 두 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라=교도통신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檢 송치되는 총격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10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전직 해상자위관인 야마가미는 지난 8일 오전 11시30분 선거 유세 중인 아베 전 총리에게 두 발의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라=교도통신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일 발생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 피습 사건에서 경찰의 허술한 대처를 둘러싼 비난이 거세다. 총격범 야마가미 데쓰야(山上徹也·41)가 아베 전 총리에게 접근해 두 발의 총탄을 발사하기까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으로 확인되면서다. 야마가미가 특정 정치 단체나 폭력단에 소속되지 않은 소위 ‘외로운 늑대’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높은 정황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두 번의 발사까지 무대응… 경찰, “문제 있었다”

피습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을 보면 야마가미는 유세 현장인 나라(奈良)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인근 로터리에서 아베 전 총리의 뒤편에 서 있었다. 범행 전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연설이 시작된 직후 아베 전 총리에게 7∼8m 정도까지 접근한 뒤 처음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에 놀란 아베 전 총리가 뒤를 돌아보고, 3∼4초 뒤 두 번째 발사가 이뤄진 뒤 아베 전 총리가 쓰러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장 경호인력의 별다른 대응은 없었다. 한 경호전문가는 NHK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되면 경호대상자에게 달려가 머리를 숙이게 한 뒤 현장에서 빠져나가도록 하는 게 철칙”이라며 “당시 아베 전 총리가 쓰러질 때까지 곁에서 경찰관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현장에 요인 경호를 담당하는 경시청 요원과 나라현 경찰 수십명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 책임자인 오니즈카 도모아키(鬼塚友章) 나라현 경찰본부장은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며 “사전 징후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지난 9일 경찰의 경호 책임자인 오니즈카 토모아키 나라현 경찰본부장이 기자 회견에 앞서 사과를 하고 있다. 교도·AP연합뉴스

지난 9일 경찰의 경호 책임자인 오니즈카 토모아키 나라현 경찰본부장이 기자 회견에 앞서 사과를 하고 있다. 교도·AP연합뉴스


◆범행 치밀하게 준비한 ‘외로운 늑대’

야마가미는 범행 전날인 7일 오카야마(岡山)현 오카야마시에서 열린 아베 전 총리 유세 현장에도 있었다. 오카야마시는 나라시에서 210㎞ 정도 떨어진 곳이다. 그는 경찰에 “다른 유세장에서 간 적이 있다”며 “오카야마 유세장은 입구에서 입장 수속(이름·주소 기입)이 있는 걸 보고 (범행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NHK는 10일 “경찰은 범행이 쉬운 곳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전 총리의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직접 범행 도구를 만들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경찰은 그가 ‘외로운 늑대’형의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야마가미가 범행에 사용한 총은 한 번에 6개의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산탄총과 같은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요미우리신문은 현장에서 압수된 총이 길이 40㎝, 높이 20㎝ 정도의 크기로 금속통 2개를 나무판자, 접착테이프로 고정했다고 전했다. 금속통에는 탄환 6개를 넣은 캡슐을 넣었다. 야마가미의 집에서는 비슷한 구조의 수제 총 여러 정이 발견됐는데 이 중 살상력이 큰 것을 범행 도구로 선택한 정황이 확인됐다. 아베 전 총리로부터 20m 정도 떨어져 세워져 있던 선거용 차량의 간판에서도 총알 관통 흔적이 발견됐다. 야마가미는 2002∼2005년 해상 자위대에서 일하면서 소총 사격과 해체, 조립에 대해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

야마가미는 경찰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의 정치 신조에 대한 원한은 아니다. 특정 단체에 원한이 있는데 아베 전 총리가 그 단체와 연결돼 있다고 믿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운데)가 총격당하기 직전 거리 연설에 나서고 있을 때 한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뒤편에 총격범(오른쪽 두 번째)이 찍혀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운데)가 총격당하기 직전 거리 연설에 나서고 있을 때 한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 뒤편에 총격범(오른쪽 두 번째)이 찍혀 있다. AFP연합뉴스


피습 직후 쓰러진 아베 전 총리를 응급조치했던 인근 병원 나카오카 신고(中岡伸悟) 원장은 아사히신문 등에 “안색이 창백했고, 동공이 풀려 있어 한눈에도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는) 부르는 것에 대답이 없었고, 손톱을 눌러 통각을 확인하려고 해도 반응하지 않았다”며 “출혈도 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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