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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값 인상 놓고…정부·업계 '날선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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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커피 원두 판매대. [이충우 기자]


치솟는 물가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정부가 부가가치세 인하(10%) 등 물가 안정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유가, 인건비, 물류비 증가로 추석 전후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커피 업계 등 일각에선 이미 환급받고 있는 부가세를 면제해주고 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건 정부의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나온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대형 커피생두(볶지 않은 커피콩) 수입 유통업체들이 6월 28일 이후 수입 신고분 물량부터 부가세 면제분만큼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말 정부가 수입 커피생두에 대한 부가세를 면제하기로 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커피생두 부가세 면제는 수입 원가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려는 조치"라며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수입 유통업체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커피 업계는 "정부가 따뜻한 아이스커피를 내놓으란 격"이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국내 커피생두 수입 업체 1위 동서식품은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커피생두 중 40%를 수입하는 동서식품은 국내 로스터리에서 생두를 볶아 '카누'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다른 커피 업체에 커피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초 커피 가격 인상을 단행한 동서식품은 "커피생두 가격이 2년 전에 비해 130% 올랐다"면서 "부가세 면제로는 가격 인하 요인이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커피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한 커피생두는 가공해 판매한 양만큼 이미 부가세를 환급받고 있어 정부의 부가세 면제 시행이 커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벅스는 커피생두를 아예 수입하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로스터리 장비를 국내에 갖추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전량 볶은 커피원두를 수입해 각 지점에 공급하고 있다. 정부의 부가세 면제는 생두 수입에 제한돼 있어 스타벅스 등 볶은 커피원두를 수입하는 회사에는 혜택이 없다. 파리바게뜨 등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SPC 역시 "가격 인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커피 외 다른 식품업체들은 오히려 오는 9월 추석 전후로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 저항과 정부 메시지를 감안해 그동안 원재료 가격이 오른 만큼 충분히 가격을 인상하지 못했다"며 "추석 때 많이 팔리는 식품은 명절 전에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식품 업계에선 하반기에 가격 인하 요인이 단 하나도 없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거나 예상 밖의 풍작으로 식품 원재료 물량이 대거 출하될 기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원재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달러와 유가는 물론 물류비·인건비까지 전방위적 인플레이션으로 가격 인상 압박이 누적되는 처지다.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일부 제품에 대한 정부의 세율 인하 조치도 물가 안정 효과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밀의 경우 미국·호주·캐나다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90% 이상 수입하고 있어 관세 면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다. 밀가루는 수입 규모를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해 물가 안정 효과가 적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식품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도 사실상 뛰는 물가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 30일 유류세 인하폭을 최대 37%로 확대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는 즉각 유류세 인하분을 판매가에 반영했다. 하지만 전체 주유소 중 80%를 차지하는 자영 주유소는 세금 인하 전 공급받은 재고를 모두 소진한 뒤에야 가격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정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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