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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뉴스타파> 사참위 '세월호 조사' 종료...기각된 의혹들과 확립된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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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담당한 3번째 국가조사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3년 반 동안의 조사 활동을 마무리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고 AIS 조작 등 각종 증거조작 조사는 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오는 9월 발간될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참사 8년 만에 국가 차원의 세월호 진상조사가 공식 종결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에 뉴스타파는 사참위의 핵심 조사 결과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종합보고서의 윤곽을 미리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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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참위 조사결과 발표 기자간담회 현장 (지난 6월 9일)
외력 가능성 높다? 낮다?...모호했던 ‘침몰 원인’ 발표
사참위 문호승 위원장은 세월호 침몰 원인 조사 결과를 두 개의 문장으로 표현했다. “외력 가능성도 있지만 (각종 반론들을 고려할 때) 다른 가능성들을 배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다”와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였다. 두 개의 문장은 2건의 조사결과보고서(선체 변형·손상 분석, 급선회·급경사 원인 분석)에 그대로 반영된다.

문장 자체만으로는 외력이 가능성을 높게 본 것인지 낮게 본 것인지 모호하다. 그러나 이 문장들의 정확한 ‘속뜻’은 “외력 가능성이 매우 낮다”이다. 이는 사참위가 두 개의 문장을 도출하기까지의 치열했던 내부 협의 과정을 면밀히 되짚어 보면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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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문호승, 강기탁, 문현웅, 황필규, 이민, 이재원 위원
최초 조사국 보고서 “외력 침몰 가능성 높다”
사참위 세월호진상규명국(조사국)의 침몰 원인 관련 조사 결과는 지난해 말부터 ‘중간보고’ 형식으로 전원위원회에 보고되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2건의 조사결과보고서는 모두 외력을 지목하고 있었다.

‘선체 변형·손상 분석’은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가 최대 작동각인 ±25도를 크게 초과해 50.9도까지 회전해 있는 원인에 관한 조사였다. 조사국은 먼저 세월호가 침몰해 좌현부터 해저 지반에 닿을 때 핀안정기에 과도한 회전력이 작용할 수 있었는지를 침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또 인양 과정에서도 핀안정기에 힘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운항 중 수중 물체의 충격으로 과도하게 돌아갔을 가능성만 남는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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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좌현 핀안정기의 과도한 회전 개념도
선체 좌현 핀안정기실 외판에서 확인된 ‘가로 찢김 손상'도 비슷한 방식으로 조사됐다. 인양된 선체 좌현 외판의 여러 크고 작은 변형과 손상들은 대부분 선체 인양을 위해 설치했던 리프팅빔과 와이어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이 ‘가로 찢김 손상’만은 설명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조사국은 이 역시 운항 중 수중 물체의 충돌에 의한 것으로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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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선체 좌현 핀안정기실 인근 외벽의 파손 모습
‘급선회·급경사 원인 분석’은 세월호의 사고 당시 거동의 원인을 찾는 조사였다. 조사국은 먼저 선내 CCTV의 추가 복원 영상 중 매점 벽면에 달려 있던 전화선의 기울기를 통해 사고 직전 선체의 횡경사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8시 48분 24초부터 선체가 오른쪽으로 선회하기 시작하며 왼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8시 48분 56초 무렵부터 20초 정도 소강 상태를 보이다 8시 49분 16초부터 다시 기울기가 커지면서 8시 49분 31초에는 20도 이상 기울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국은 이 구간의 선체 거동은 조타수의 정상적인 조타에 따른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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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TV 추가 복원 영상에 포착된 매점 벽면 전화선의 기울기 변화 모습
그런데 CCTV 영상이 끝나는 8시 49분 31초 무렵부터 화물칸에 실렸던 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 속에 일련의 '충격음'이 녹음돼 있었다. 분석 결과, 금속과 금속이 부딪혀 변형이나 손상을 유발할 때 발생하는 ‘백색소음’으로 판별됐다. 하지만 이 시점에 화물칸 차량 7대의 블랙박스 영상 어디에서도 화물의 이동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사국은 이 ‘백색소음’이 선체 외부에서 무언가가 부딪히며 발생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사국은 이 결과들을 종합해 세월호가 정상적인 오른쪽 선회를 하던 도중 왼쪽 뒷편에서 접근한 수중 물체가 부딪히면서 선체의 선회 속도와 기울기가 커져 결국 침몰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중 물체는 잠수함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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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참위 조사국의 잠수함 추돌 시나리오 3D 그래픽 동영상 중 일부
대한조선학회 검증과 마린 보고서 “외력 없이도 설명 가능하다”
조사국의 중간보고서를 검토한 6명의 조사위원들은 지난 3월 말 대한조선학회에 공식적으로 검증 자문을 요청했다.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회(위원장 정준모 인하대 교수)는 5월 중순 사참위에 자문 보고서를 제출했다.

대한조선학회는 조사국이 주장한 외력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사고 해역의 수심과 조류 등을 감안할 때 사고 당시 잠수함이 수중에서 운항하고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또한 좌현 핀안정기의 과도한 회전 분석에 적용된 조사 방법이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점, 좌현 외판의 가로 찢김 손상은 인양과 직립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이에 대한 조사가 없이 외력을 상정했다는 점, 그리고 사고 당시 세월호의 화물 적재 상태와 복원성(선체가 기울어진 뒤 제자리로 돌아오는 성질) 수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조건에서 사고 당시의 횡경사 원인을 외력으로만 보아선 안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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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모 인하대 조선공학과 교수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장, 오른쪽)
이 무렵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이 지난 1월 사참위의 의뢰를 받아 실시했던 ‘외력 적용 모형항주시험’의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마린은 외력의 정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잠수함, 생물체, 수면에 떠 있는 물체 등), 그리고 어떻게 작용했는지(어느 시점에 어느 방향에서 어떤 속도로)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선 이 같은 시험이 의미가 없다는 점, 사고 당시 세월호의 거동은 외력을 적용하지 않고도 내재적인 요인들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된다는 점, 그리고 그 내재적 요인들이란 취약한 복원성, 방향타의 회전, 화물의 이동이라고 보고서에 적었다. 대한조선학회는 마린 보고서의 결론이 자신들의 입장과 100% 일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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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이 사참위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의 종합결론
‘수정 지시’에도 외력 고집한 조사국…진통 끝 ‘수정 채택’
6명의 조사위원들로 구성된 전원위원회는 대한조선학회 검증 의견과 마린 보고서에 근거해 조사국의 침몰 원인 관련 조사결과보고서 2건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다. 실제 진행한 조사의 내용들은 모두 서술하되 '외력'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소극적인 표현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조사국은 나름대로 수정한 보고서를 재상정했지만 위원들의 요구 수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재차 수정 지시와 수정 제출이 이뤄졌지만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위원들은 6월 7일 제152차 전원위원회에서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개별 조사 주제들에 대해 조사관들이 쓰는 '소결'에서 사용할 문장과 위원들이 합의한 입장을 담는 '종합결론'에서 사용할 문장을 구체적으로 정해준 것이다. 예컨대 좌현 외판의 가로 찢김 손상에 대한 조사의 '소결'은 “외력 가능성도 있으나 대한조선학회의 검토 결과를 고려할 때 인양이나 직립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는 식으로 서술해야 한다. 이들 '소결'들을 취합한 '종합결론'은 “외력 가능성을 조사했으나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서술한다는 것이었다.

전체적인 보고서의 구성도 위원들이 결정해 줬다. '조사국의 조사 내용 → 대한조선학회 검토 내용 → 마린 보고서 내용 → 위원들의 종합결론' 순서다. 조사국은 조사관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반발했지만 위원들은 이같은 내용과 구성을 지키는 조건으로 2건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수정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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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참위 제152차 전원위원회 (지난 6월 7일)
원칙적으로는 위원들의 수정 지시를 반영하지 않는 조사결과보고서는 채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채택되지 않는 조사결과보고서는 종합보고서에 전혀 인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 2건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이미 정해놓았던 종합보고서 본문의 첫 장인 ‘침몰 원인’ 부분에는 아무 것도 채워 넣을 수 없었다. 위원들이 ‘수정 채택’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전문가 검증 없이 ‘내인설 기각' 보고서 채택…침몰 원인 혼선 자초
침몰 원인 관련 2건의 조사결과보고서를 수정 채택한 전원위원회의 결정은 사실상 외력설을 기각한 것이었다. 그동안 세월호의 침몰 원인은 선조위 종합보고서의 ‘내인설’과 ‘열린안’(사실상 외력설)로 대별돼 있었기 때문에, 외력설을 기각하는 데에서만 그쳤다면 침몰 원인은 자연스럽게 내인설로 귀결된다고 설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참위는 이미 4월 12일 제140차 전원위원회에서 선조위 내인설을 기각하는 조사결과보고서(조타장치 고장과 세월호 전타 선회 현상 검증)를 채택해 버린 상태였다. 선조위 내인설의 구조는 ‘취약한 복원성 → 조타장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 통제되지 않는 방향타 회전 → 급선회·횡경사’였다. 그런데 조사국은 솔레노이드 밸브의 철심이 눌린 상태로 발견됐지만 이는 운항 도중이 아니라 침몰 이후 주변 물체가 충돌한 결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담은 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선조위 내인설의 핵심 논거를 기각한 것이었다.

▲ 2018년 1월, 밀려들어가 고착된 채 발견된 세월호 2번 조타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
▲ 2018년 1월, 밀려들어가 고착된 채 발견된 세월호 2번 조타펌프의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
전원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이민, 이재원 위원은 보고서의 결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수 위원이 동의 입장을 밝히면서 이민, 이재원 위원의 의견을 '소수안'으로 함께 싣는 조건으로 조사결과보고서가 채택됐다.

결과적으로 사참위는 선조위 내인설도 기각하고 외력설도 기각한 셈이 됐다. 침몰 원인을 스스로 미궁으로 몰고 간 것이다.

문제는 내인설을 기각한 이 보고서가 대한조선학회 등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채택됐다는 점이다. 당초 사참위는 대한조선학회에 침몰 원인을 외력으로 결론 내린 2건의 보고서와 함께 ‘조타장치 고장과 세월호 전타선회 현상 검증’ 보고서도 함께 전달하며 검증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대한조선학회가 검증 작업을 진행하던 도중에 전원위원회가 이 보고서를 채택해 버렸고, 이에 따라 대한조선학회는 검증을 중단했다.

전문기관 검증 없이 채택된 이 보고서는 차후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로 대한조선학회 자문단에 참여했던 장범선 서울대 교수는 이 보고서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장 교수는 “솔레노이드 밸브 철심은 강력한 스프링에 의해 중립 위치로 복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설령 주변 물체가 충돌했다 해도 잠깐 밀렸다가 제자리로 복귀했어야 한다. 철심 끝부분을 덮고 있는 고무패킹이 눌린 채 부식돼 있던 것은 주변 물체의 충돌 때문이 아니라 철심이 먼저 고착돼 고무패킹 안쪽에 빈 공간이 만들어진 상태에서 강한 수압 때문에 패킹이 눌려 들려갔다고 보는 것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다."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선조위 시절 열린안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솔레노이드 밸브가 운항 도중 고착됐다는 점은 인정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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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범선 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
종합보고서에는 '침몰 원인' 어떻게 서술되나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전원위원회에서 채택된 개별 조사결과보고서들을 묶어 작성된다. 재난·참사 관련 연구자와 학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외부 집필진이 실제 작성을 담당하고 있다. 집필진은 사실상 내인설을 기각한 보고서 1건과 외력설을 기각한 보고서 2건을 토대로 침몰 원인을 서술해야 하는 셈이다. 어떤 서술이 가능할까.

최근 전원위원회에서 발표된 사참위 종합보고서 초안 발췌본을 보면, 세월호 침몰 원인은 취약한 복원성과 방향타 회전, 화물 이동의 결합으로 설명된다는 대한조선학회와 마린의 입장을 큰 틀에서 수용하고 있다. 즉, 세월호는 설령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없었다 해도 언제든 쓰러질 수 있는 상태로 아슬아슬하게 운항하던 위험한 배였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이 급선회의 스모킹건이 되었다는 설명은 ‘선조위 버전의 내인설’일 뿐이며, 외력 가능성이 기각된 이상 세월호는 분명히 선박 자체의 문제로 인해 침몰했다는 관점이다.

더 명확한 침몰 원인 규명은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더욱 상세하게 규명해 내는 작업은 필요하다. 더 명확하게 문제점이 설명될수록 구체적인 제도적 개선방안도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참위 이후 세월호 침몰 원인 등을 추가 조사할 국가조사기구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쩌면 침몰 원인의 상세한 규명은 여기서 멈춰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참위 보고서에 대한 자문에 참여했던 대한조선학회가 차후 이 과제를 자발적으로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정준모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장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사참위의 최종 결론을 지켜보고 나니, 침몰 원인 조사 과제를 설정하는 초기 단계부터 자문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안타깝다”면서 “하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을 더욱 명확히 정리하는 작업은 사회적 과제인 만큼, 우선은 지난 8년간의 공식적 조사 내용들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수행한 뒤 사참위 종합보고서가 정식으로 발간되면 부족했던 부분들을 정리해 대한조선학회 차원에서 추가 분석을 해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AIS, DVR, CCTV 증거조작 보고서 ‘불채택’...공식적 ‘의혹 해소’
사참위는 침몰 원인 조사에 버금가는 막대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각종 ‘증거 조작’ 관련 조사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는 AIS 항적 조작, DVR 바꿔치기, 그리고 CCTV 영상파일 조작에 대한 조사였다. 처음에는 개별적인 조사 과제로 선정됐다가 나중에 ‘증거 조작’이라는 하나의 조사 과제로 합쳐졌다.

조사국은 3건 모두 “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린 조사결과보고서를 전원위원회에 상정했다. 심의 과정은 침몰 원인 관련 보고서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6명의 위원들은 ‘조작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삭제하거나 소극적 표현으로 바꾸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지만 조사국의 수정안은 위원들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최종 심의 결과는 침몰 원인 관련 보고서와 달랐다. 5월 24일 제 148차 전원위원회에서 6명의 위원들은 ‘증거 조작’ 조사결과보고서에 대해 ‘불채택’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3가지 증거 조작 의혹 관련 내용은 종합보고서에 일체 인용되지 못한다.

▲ DVR 바꿔치기 의혹을 발표하는 사참위 박병우 세월호 진상규명국장 (2019년 3월 28일)
▲ DVR 바꿔치기 의혹을 발표하는 사참위 박병우 세월호 진상규명국장 (2019년 3월 28일)
전원위원회의 결정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이 ‘증거 조작’ 의혹들은 이미 여러 단위의 조사와 수사를 통해 ‘사실 아님’ 판정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AIS 항적 조작 의혹의 경우, 선조위 내인설과 열린안 보고서 모두 “조작된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기록했다. 이후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DVR 바꿔치기 의혹과 CCTV 영상파일 조작 의혹도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과 특검 수사에서 모두 ‘무혐의’로 정리됐다. 그럼에도 사참위 조사국은 “조작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계속 유지하려 했지만, 6명의 위원들은 조사국이 제시하는 조작의 근거들이 기존 조사와 수사 결과를 넘어설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3년 반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도 보고서조차 채택되지 못한 결과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증거 조작’ 보고서의 불채택이 아무런 의미도 갖지 않는 건 아니다. 전원위원회 심의 과정 중 문현웅 위원의 발언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내용을 수정해야 되고 결론을 수정해야 되고 그런 상황이고 한다면,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이건 ‘증거 조작이 아니다’라는 의사를 표현해줄 필요가 있다, ‘불채택’이라는 선택을 해서 증거 조작이 아님을 명확히 표현해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오히려 의미가 있는 우리 위원회의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 문현웅 사참위 상임위원 (5월 24일 제148차 전원위원회)


AIS 조작 의혹과 DVR 바꿔치기 의혹, CCTV 영상파일 조작 의혹은 지난 수 년간 세월호 관련 대표적 의혹으로 자리해 왔다. 사참위가 무려 3년 반의 집중적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하지 못한 의혹이라면 이제는 ‘사실이 아님’을 수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사참위의 ‘증거 조작’ 조사결과보고서 불채택은, 국가조사기구가 오랜 사회적 의혹의 완전한 해소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세월호 참사의 모든 것…미리 보는 사참위 종합보고서
사참위는 지난 6월 10일로 조사 활동을 종료하고 현재 종합보고서 집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종합보고서에는 가습기 참사 진상규명,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안전사회를 위한 제도 개선, 피해자 지원 등 사참위가 벌인 모든 영역의 조사와 연구 결과가 집대성된다. 9월 10일까지 발간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하고 국민에게 공개된다.

세월호 참사로 집중해 본다면 사참위 종합보고서는 참사 8년 만에 국가 차원의 진상조사를 공식 종결하는 의미를 갖는다. 참사 이듬해인 2015년 1월부터 1년 반 동안 활동했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의 조사 방해에 시달리다 사실상 조기 종료되며 이렇다할 공식적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2017년 세월호 선체 인양 직후부터 1년 4개월 동안 활동했던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종합보고서를 내놓긴 했지만 조사 과제 자체가 침몰 원인 규명에 한정된 기구였다. 그에 반해 사참위는 세월호 참사에 관한 사실상 모든 영역에 대해 3년 반이라는 긴 기간 동안 조사를 벌인 결과물을 내놓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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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신항에 거치돼 있는 세월호 선체
종합보고서의 재료가 되는 것은 사참위가 진행한 수십 건의 조사 과제들에 대한 조사결과보고서들이다. 이 가운데 침몰 원인과 증거조작 관련 조사결과보고서는 막판까지 치열한 내부 논의 과정이 공개되면서 상세한 내용이 알려졌지만 다른 조사 과제들의 결과는 종합보고서가 발간된 뒤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원위원회를 통해 공개된 종합보고서 초안 발췌본의 목차를 보면, 세월호의 침몰 과정과 원인, 승객 구조의 문제점, 참사 직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의 혼란상, 정부의 책임 회피와 진상규명 방해 및 피해자 탄압, 피해자 지원과 회복 과정의 문제점, 제도개선 권고안으록 구성돼 있다. 세월호 참사를 2014년 4월 16일 당일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수 년에 걸쳐 진행된 '재난'으로 규정하고 문제점 분석과 개선안 제시를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결론부에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확인한 ‘국가의 두 얼굴’이 이렇게 정리되어 있다.

“국가는 구조에는 한없이 무능하다가도 책임 회피와 여론 조작에는 놀랄 만큼 유능했다.”

“책임자를 위한 보고는 많았지만 책임 있는 조치는 없었다.”

“무책임은 조직적이었고 책임 방기는 집단적이었다.”

“위로 대신 탄압하고 지원 대신 감시했다.”

침몰 원인과 증거조작 관련 조사가 보여준 여러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사참위의 최종 결과물인 종합보고서의 사회적 의미는 막중하다. 우리 사회가 비로소 세월호 참사를 온전히 이해함으로써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와 생존자·유가족들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되새기고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실천 방향을 설정하는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김성수 sskim@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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