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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기 문란" 경찰 질타…대통령 재가 건너뛴 '그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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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치안감 인사 논란에 대해 23일 “국기 문란”이라는 표현으로 경찰을 질타하면서 지난 21일 인사 발표 때의 사실관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공식적으로는 당일의 사실관계를 추가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앙일보

제21대 국회 상반기 행전안전위원장을 맡았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찾아 윤석열 정부의 경찰통제 규탄과 경찰의 중립성을 촉구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대통령 “국기 문란” 발언에 당황하는 경찰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경찰에서 행정안전부로 자체적으로 추천한 인사를 그냥 보직해버린 것”이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재가도 나지 않은 인사가 유출되고 언론에 인사 번복된 것처럼 나간 자체는 중대한 국기 문란이거나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된 ‘인사 번복’ 행위 자체가 없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1일 오후 7시 10분쯤 치안감 보직 인사를 내부망에 올리고 언론에 발표한 뒤 2시간 만에 28명 중 7명의 보직을 수정해 다시 발표했다. 당초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실무진 간 소통 미흡으로 원인을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경찰에 강력하게 책임 추궁을 하면서 실체적 진실은 더 미궁에 빠지는 모양새다.



“초안과 최종안 혼동 납득 안 돼”



경찰청에 치안감 인사 예고가 전달 된 건 21일 오후 4시쯤이다. 경찰청 인사담당자와 행안부에서 파견 근무하는 치안정책관(경무관)이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오후 6시 15분쯤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인사안이 전달돼 경찰은 오후 7시 10분쯤 내부망에 이(초안)를 게재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8시 38분쯤 치안정책관이 유선상으로 수정 요청을 했고 오후 9시 34분께 7명의 보직이 바뀐 인사(최종안)가 발표됐다.

문제는 경찰청 실무자나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초안과 최종안을 혼동한다는 게 상식을 벗어난다는 점이다. 일부 언론은 당시 행안부 치안정책관이 “보고 양식에 맞춰서 대통령실과 협의해 결재를 올릴 준비를 하라”는 취지의 말을 경찰청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찰 내부에선 “대통령실과 협의하라는 지시를 받은 실무자가 초안을 공표했다는 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통상 (행안부 장관이) 청장한테 먼저 인사안을 올리라고 하고 그 안이 올라오면 행안부가 청와대와 조율을 해서 정리를 한다”며 “이미 협의가 된 거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이는데 ‘국기 문란’이란 대통령 언급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한다.



“초안 전해질 때 부임 날짜도 명시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초안 발표 당시, 인사 명단만 온 게 아니라 ‘즉시 이임 및 다음 날 아침 부임’을 지시하는 행정사항까지 왔다”고 말했다. 경찰청 실무자로서는 초안이 아닌 최종안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자체 판단으로 공지를 한 게 아니라 두 차례 모두 행안부 지침을 받고 따른 것”이라고 했다. 다소 엇갈리는 사실관계의 당사자인 행안부 치안정책관과 경찰청 인사담당자는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서 현재로썬 명확한 경위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결재도 안 된 상태에서 기안 단계를 (경찰)인사담당자가 확인하지 않고 자체 내부 인사시스템에 공지를 해버려서 문제가 됐다”며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치안정책관은 특별한 잘못이 없다”며 “(인사안을 넘겨주며) 확인을 하라고 분명히 했는데 확인을 안 하고 그냥 공지를 해버리니깐 문제가 생겼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의 확인과 결재를 거치지 않은 경찰청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장관 “결재도 안 됐는데 공지” vs 경찰청장 “절차대로 했다”



이날 경찰청 관계자들은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정해진 기존의 프로세스에 따라 인사 절차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진 비슷한 시각 경찰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전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김창룡 경찰청장을 만났다. 김 청장은 발언을 자제했다고 한다. 다만, 그를 만난 한 의원은 “절차에 따라서 했다”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지적한 대통령실 결재가 나기 전의 인사 발표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들은 “그동안의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결재가 날 최종안을 경찰 내부에 알리고 언론에 공표해 왔다는 것이다.



“‘국기 문란’ 언급은 부적절” 불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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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난감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 혼자 감찰 조사를 해서 실체적인 진실이 파악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행안부 역시 경찰청 등과 협의해 당장 진상조사에 들어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추가적인 조사 계획이 없다”고 공지했다.

이날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김 청장은 “(인사 논란과 관련해) 현재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직에 연연해서 청장의 업무와 해야 할 역할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다고 밝혔고, 그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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