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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제재 효과 없나…러 루블화 가치, 7년만에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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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블화 가치, 1달러=52.3루블…2015년 5월 이후 최고
자본유출 없이 에너지 수출대금 꾸준히 유입한 영향
서방도 타격…EU 에너지 수입액 폭증·바이든 지지율↓
“‘포템킨’ 환율일뿐…제재 따른 경제 타격은 치명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이에 서방의 경제제재가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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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




루블화 가치, 1달러=52.3루블…2015년 5월 이후 최고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이날 장중 달러당 52.3루블을 기록해 전날보다 1.3% 가량 상승했다. 이는 2015년 5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하는 등 전례없는 경제·금융 제재를 단행하면서, 3월초엔 달러당 139루블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나흘 만에 기준금리를 이전 9.5%에서 20%로 두 배 이상 올려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서방의 경제제재가 예상보다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4월부터는 루블화 가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전체로 보면 무려 35% 이상 폭등했다. 이에 러시아 중앙은행은 20%였던 기준금리를 5월 말까지 세 차례나 인하해 11%까지 낮췄다. 그럼에도 급등세를 막지 못해 지난 10일 9.5%로 한 차례 더 인하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루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수많은 국가와 기업 등이 러시아로부터 일주일에 수십억달러어치 에너지를 사들이고 있는데, 루블화로 결제가 이뤄지면서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가스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이다.

미 외교정책연구소의 맥스 헤스 연구원은 “루블화 가치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을 통해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는 1100억달러(약 144조원)를 상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외화 표시 국채 원리금을 루블화로 상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상승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CNBC는 이젠 러시아 중앙은행이 루블화의 지나친 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해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정도라고 전했다.

서방도 타격…EU 에너지 수입액 폭증·바이든 지지율↓

루블화 환율만 놓고 보면 러시아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이 경제제재에 따른 타격을 더 크게 받고 있는 모습이다. 러시아에 제재를 가한 유럽에선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대폭 줄어들면서 석유, 가스, 석탄 가격이 일제히 폭등했다, 그 결과 이제는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보다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한 금액이 더 많아졌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지만, 2020년 기준 전체 가스 수입의 41%와 전체 석유 수입의 36%가 러시아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00일 동안 러시아가 화석 연료 수출만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98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인 약 600억달러가 유럽연합(EU)에서 나왔다.

미국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며 민심이 크게 악화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각종 여론조사에선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를 추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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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포템킨’ 환율일뿐…제재 따른 경제 타격은 치명적”

일각에선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제재는 충분히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엄격한 자본통제로 러시아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루블화 강세는 ‘포템킨’(겉으로만 화려한 가짜) 환율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수천개의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실업자와 빈곤층이 속출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 경제가 건전하다고 보기도 힘들다는 진단이다. 올해 1분기 동안 러시아 내 빈곤층은 1200만명에서 2100만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헤스 연구원은 “러시아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두고 있지만, 서방의 경제제재로 해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올 수가 없다”며 “루블화 가치가 높아도 경제의 펀더멘털이나 삶의 질 측면에선 제제가 치명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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