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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키트의 진화…MZ세대 신입사원 사로잡는다

매경이코노미 윤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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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토스에 입사한 직장인 윤지우 씨(가명)는 첫 출근과 함께 인사팀으로부터 독특한 상자 하나를 선물 받았다. 토스 로고가 프린트돼 있는 각종 사무용품과 슬리퍼, 티셔츠 등이 담겨 있는 상자였다. 윤 씨는 “회사가 신입사원을 위해 맞춤형 선물을 준비한 느낌이라 받고서 기분이 좋았다”며 “바로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고 말했다.

웰컴키트. 새로 입사한 직원을 환영하기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일종의 ‘입사 선물 꾸러미’다. 보통 사무용품부터 슬리퍼까지, 업무에 필요한 여러 물품으로 구성된다. 과거에는 기업이 새로운 입사자에게 꽃바구니를 보내는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최근에는 웰컴키트로 연예인 ‘굿즈’ 못지않은 제품을 준비해, 새로 입사하는 직원의 사기와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기업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직원들이 ‘웰컴키트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일종의 경쟁으로 이어져, 기업들은 웰컴키트에 훨씬 공을 들이는 추세다.

LG화학은 탄소중립의 가치를 담은 ‘친환경 웰컴키트’를 신규 입사자에게 제공한다. 국내산 폐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가방에 웰컴키트를 담는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은 탄소중립의 가치를 담은 ‘친환경 웰컴키트’를 신규 입사자에게 제공한다. 국내산 폐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가방에 웰컴키트를 담는다. (LG화학 제공)


▶전통 대기업의 웰컴키트

▷꽃바구니에 금장 명함

웰컴키트의 ‘원조’는 입사 축하 꽃바구니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취지의 편지와 함께 입사자 부모님께 꽃바구니를 보내는 것이 전통적인 대기업의 환영 방식이었다. 이런 대기업의 웰컴키트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입사자 이름을 넣은 순금 명함을 주거나, 탄소중립 등의 기업가치를 녹여내 독특한 웰컴키트를 만들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금으로 된 ‘황금 명함’을 신규 입사자에게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금장 명함을 선물로 주는 삼성전자의 문화는 2016년부터 전사적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꽃바구니와 경영진 명의의 환영 서신, 사무용품 등이 웰컴키트로 함께 제공된다.


LS그룹 역시 입사자에게 순금 명함패를 선물한다. 꽃바구니와 대표이사의 축하 편지, 건강보조식품 등을 포함한 웰컴키트도 함께 제공된다. LS그룹의 경우 채용 면접 단계에서부터 웰컴키트를 제공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면접장을 찾은 구직자에게 포춘쿠키(운세가 쓰인 종이가 들어 있는 쿠키), 초콜릿, 핸드크림, 홍삼 등을 포함한 웰컴키트를 제공한다.

기업가치를 웰컴키트에 녹여내는 경우도 눈길을 끈다. 새로 합류한 구성원에게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이식하는 첫걸음인 셈이다. LG화학이 대표적이다. LG화학 석유화학본부는 웰컴키트를 친환경으로 꾸렸다. 국내산 폐페트병을 100% 재활용한 원단으로 만든 가방을 패키지 삼아 웰컴키트를 만들었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여러분과 오래도록 함께할 미래를 만들고 있다’는 메시지 카드는 덤이다. 탈탄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석유화학본부의 사업 방향을 담아냈다는 설명이다.


MZ세대 직원 비중이 높은 테크 기업의 웰컴키트는 소속감과 실용성, 미감에 초점을 맞췄다. NHN, 라인 등은 국제 디자인 어워드의 상을 받을 정도로 웰컴키트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사진은 토스(위)와 NHN(아래)의 웰컴키트. (각 사 제공)

MZ세대 직원 비중이 높은 테크 기업의 웰컴키트는 소속감과 실용성, 미감에 초점을 맞췄다. NHN, 라인 등은 국제 디자인 어워드의 상을 받을 정도로 웰컴키트 디자인에 공을 들였다. 사진은 토스(위)와 NHN(아래)의 웰컴키트. (각 사 제공)


▶테크 기업은 ‘굿즈’처럼


▷국제 디자인 상 받을 만큼 ‘눈에 띄게’

업력이 짧은 스타트업을 비롯한 테크 기업은 MZ세대 직원 비중이 비교적 높다. 그러다 보니 테크 기업의 웰컴키트는 대기업 키트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주로 소속감과 실용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누가 봐도 눈이 갈 만한 미적 외관은 기본이다. 이들 기업의 웰컴키트는 노트북 스티커, 텀블러 등과 같이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가까이 두는 물품에 기업의 이미지를 담는 게 보통이다.

카카오는 자사 캐릭터를 적극 활용해 웰컴키트를 제작했다. 웰컴키트의 모든 구성품이 ‘춘식이’ 캐릭터로 이뤄져 있다. 춘식이 모양 손목 보호 쿠션 인형, 특별 제작 노트북 파우치, 스티커 등이다. 다른 기업에서는 보기 어려운 ‘귀여움’으로 젊은 직원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평이다.


카카오뱅크는 보다 단순하게 키트를 구성했다. ‘B’ 모양 로고를 활용해 노트, 펜, 자석, 칫솔, 파우치, 와펜 등을 제작했다. 특히 사무실 안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후드집업을 함께 제공해 소속감을 높인다.

토스의 웰컴키트에서도 후드집업, 티셔츠, 슬리퍼가 눈에 띈다. 스티커, 텀블러 등도 포함돼 있다. 토스는 재직 중인 직원 대상으로 입사 때 꼭 필요한 물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후, 결과를 웰컴키트 제작에 반영할 만큼 공을 들였다. 특히 토스는 웰컴키트 품목 중 가장 인기가 좋은 후드집업, 티셔츠, 슬리퍼 3종을 온라인 굿즈샵을 통해 따로 판매한다.

웰컴키트에 ‘진심’인 기업은 국제 디자인 대회에 출품해 상을 받아오기도 한다. NHN의 웰컴키트는 지난 4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받았다. 사옥 플레이뮤지엄을 웰컴키트로 형상화하고, 패키지를 단순 포장이 아닌 서랍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NHN의 일하는 방식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 자석과 펜 등 구성품에 녹여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메신저 라인의 한국법인 라인플러스 역시 2019년 iF 어워드, 레드 닷 어워드에 웰컴키트를 출품해 커뮤니케이션 부문 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리뉴얼을 거쳐 새로운 버전의 웰컴키트를 선보였다. 라인 관계자는 "웰컴키트는 신규 입사자들에게 라인의 첫인상과도 같아, 라인의 브랜딩을 세심하게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구성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라인의 웰컴키트는 노트북 파우치, 텀블러, 티셔츠, 메모패드와 필기구, 웹캠커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라인 제공)

라인의 웰컴키트는 노트북 파우치, 텀블러, 티셔츠, 메모패드와 필기구, 웹캠커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라인 제공)


▶소속감 적고 이직 잦은 MZ세대

▷‘취향 저격’에 홍보 효과까지

본격적으로 웰컴키트가 주목을 받은 것은 코로나19 이후부터다.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신입사원의 소속감 고취와 조직문화 이식이 기업들의 숙제로 등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웰컴키트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NHN 관계자는 “입사와 함께 바로 재택근무에 돌입한 직원들에게 웰컴키트를 매개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회사 탐색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진화한 웰컴키트에 대해 젊은 직원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최근 전통 금융사에서 카카오뱅크로 이직한 박민지 씨(가명)는 “이전 회사도 큰 기업이라 복지 차원에서 이런저런 물품을 많이 줬지만, 지금 회사의 웰컴키트만큼 회사의 가치가 담겨서 소속감이 드는 느낌은 없었다”며 “확실히 ‘젊은 기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웰컴키트의 외관 덕분에 홍보 효과는 덤이다. 인스타그램에 ‘#웰컴키트’ 해시태그를 달고 업로드 된 사진은 5000개가 넘는다. 웰컴키트로 제공된 스티커를 노트북에 붙이거나, 후드집업 등의 옷을 입는 것 자체도 외부 홍보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토스 관계자는 웰컴키트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소속감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고, 외부적으로는 사용자들이 토스를 더 친숙하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3호 (2022.06.15~2022.06.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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