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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못 한 코끼리 퍼즐, '서울대 미투' 교수 국민참여재판 무죄 [서초동 법썰]

아시아경제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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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제자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교수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학원생 제자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대 교수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재판이 시작되고 PPT 화면에 퍼즐 조각들이 펼쳐졌다. 검사가 물었다. "이것만으로 어떤 동물인지 아실까요." 배심원들이 고개를 저었다. 화면을 넘기자 점차 퍼즐이 맞춰졌다. 70여개 퍼즐 조각 중 11개가 빠진 상태였지만, 누구나 '코끼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사는 "형사재판에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되면 유죄"라며 "아무런 의심이 없다거나, 모든 의심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부 조각이 빠진 퍼즐과 완성된 퍼즐은) 코끼리로 인식하는 데 아무런 차이가 없다. 여러 증거를 함께 살펴서 피고인이 추행 행위를 인식하고 행동했는지 판단해달라"고 그는 말했다.
◆2019년 고소 후 3년 만에 열린 국민참여재판
2015∼2017년 해외 학회참석 및 연구를 위해 동행한 대학원생 제자 B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A 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의 국민참여재판이 지난 7일부터 이틀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승정) 심리로 진행됐다.

검사는 화면에서 퍼즐을 거두고 A 전 교수의 공소사실을 읽었다. 혐의는 3가지다. 2015년 2월 연구 목적으로 방문한 페루에서 고속버스로 앞자리에서 자고 있던 B씨의 정수리 부위를 만진 혐의 ②2017년 6월 학회 참석을 위해 방문한 스페인에서 B씨의 치마를 올려 허벅지 안쪽 흉터를 만진 혐의 ③'공소사실 ②항'과 같은 날 산책 중 B씨의 팔을 자신의 팔에 억지로 끼운 혐의 등이다.

반면 A 전 교수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피해자가 당시 느낀 감정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며 "당시 느낀 감정에 따라 범죄가 달라지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실제로 피해자가 느낀 감정에 따라 판단되는 게 아니다. 이렇게 되면, '죄형법정주의'가 무너진다"며 "다소 잘못된 것으로 보이더라도 무조건 범죄가 되는 게 아니란 점, 강제추행죄는 법에서 정한 요건 아래 엄격히 증명돼야 성립된다는 점을 유념해주길 바란다"고 배심원단에 호소했다.
◆재판부 "불쾌감 인정되지만, 강제추행까진 아냐"… 1심 무죄
재판 과정에서 A 전 교수 측은 "정수리를 누른 것은 지압을 해준 것이고, 허벅지를 만진 행위는 B씨가 화상을 입어 붕대로 감싼 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진 것"이라며 "팔짱 역시 강제로 잡아당겨 낀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당시 너무 당황스럽고, 불쾌하고, 기분이 더러웠다"며 자신을 아빠라고 생각하라고 한 이 사람이 더는 교육자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졸업이 어려워질까 봐 바로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고, 사건을 회피하려 했지만 A 전 교수의 스토킹이 이어져 2019년 뒤늦게 신고 및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주장을 토대로 검사는 "범행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A 전 교수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A 전 교수는 "최선을 다해 지도했는데 이번 일로 인생에 대해서도,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깊은 회의와 환멸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8일 오후 7명의 배심원단은 약 4시간에 걸친 평의 끝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A 전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번복되며, 사건 직후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 비춰볼 때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정수리를 만진 사실 및 이에 대한 피해자의 불쾌감은 인정되지만, 이를 강제추행으로까지는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B씨 측 대리인은 9일 오전 "본사건 피해자는 1심 무죄 판결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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