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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충진의 경매 따라잡기]토지 제외한 건물만 경매, 늘 최악 대비해야

동아일보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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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만 입찰하는 특수물건… 토지시세의 3∼6% 땅 사용료 내고

토지주의 건물철거 청구 가능성 등… 낙찰 받더라도 다양한 변수에 노출

토지주와 원만한 협상 기대 버리고 법인명의로 투자해 위험 분산을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경매물건 중 ‘건물만 입찰’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물건이 있다. 토지는 제외한 채 지상에 있는 건물만 경매에 나오는 것으로 특수물건 중에서도 난도가 꽤 높은 축에 속한다. 건물만 입찰하는 물건 경매가 까다로운 이유는 건물을 낙찰 받더라도 토지 소유자가 건물을 철거하라고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토지 시세의 3∼6% 정도 되는 땅 사용료, 즉 지료(地料)도 토지주에게 내야 한다.

약 2년 전, 경기 화성시에서 2층짜리 신축급 상가 빌딩이 공매로 나왔다. 토지 면적이 120여 평(약 396m²)이었는데 토지는 제외된 채 건물만 입찰하는 물건이었다. 화성시청이 바로 앞에 있고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입지가 좋았다. 1층은 두 개의 점포로 나누어 임대하고 있었고, 2층은 통째로 한정식 집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보증금 총액은 2억 원, 월세는 900만 원 이상 나오는 우량한 상가였다. 감정가는 5억4000만 원에서 여러 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1억4000만 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조사를 해보니 이미 전 건물 소유자를 상대로 철거 판결이 확정돼 있었고, 땅 사용료는 월 700만 원이었다. 월세를 받아 땅 사용료를 충당하면서 토지주와 협상만 잘 진행한다면 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물건에 관심을 가졌던 김모 씨는 최저가보다 조금 높은 금액을 써내 단독으로 낙찰 받았다.

김 씨는 토지주를 만나 토지를 팔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토지주는 토지를 팔 의향이 전혀 없고, 건물을 살 의향도 없다며 협상을 거부했다. 토지와 건물을 함께 팔아 수익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해보았지만 역시 냉정히 거절당했다. 무조건 건물을 철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협상이 결렬되자, 토지주가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토지주는 전 소유자에게 받은 지료 판결문을 근거로 해당 빌딩에 경매를 넣었다. 철거를 고집했던 토지주의 속내는 역시 건물을 헐값에 취득하는 것이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김 씨는 결국 필자에게 도움을 청해왔다. 먼저 전 소유자에게 받은 지료 판결은 현 소유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경매를 취소시켰다. 기존에 임차인들을 상대로 받은 퇴거 판결 역시 효력이 없음을 주장하며 철거 절차를 무마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토지주가 다시 김 씨를 상대로 지료 소송을 진행했고, 그 판결문으로 김 씨의 월급에 압류를 진행했다. 그리고 김 씨의 노모가 거주하는 김 씨 명의의 집에 경매를 넣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임차인들의 영업이 어려워지자 월세를 받아 지료를 감당하면서 토지주와 협상을 벌이려던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져 버렸다. 결국 김 씨는 토지주에게 낙찰가 그대로 팔고 정리하기로 했던 것이다. 낙찰대금을 그대로 넘겼다고는 하나 여기서 지료를 제하고 나면 손해는 불가피했다.


이 물건에서 건물주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건물만 입찰을 할 때는 토지주와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리라는 희망을 버리고 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월급이나 개인재산이 압류될 것을 고려해 법인으로 투자하는 것도 다양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돼 다시 제대로 된 월세를 지급받게 된 요즘, 건물주가 제대로 준비하고 협상했다면 결과는 또 달랐을 수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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