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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200년 중립국' 핀란드와 스웨덴, 나토 가입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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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4년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가 서방의 러시아 견제를 위한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1814년부터 200년 넘게 비동맹 중립 노선을 견지해온 스웨덴도 곧 나토 가입을 요청할 예정이다. 나토는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나토 확장 저지를 명분으로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히려 주변국들의 안보 불안을 자극해 나토의 추가 확장을 불러온 셈이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12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통해 “핀란드는 지체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국가적 조치들이 앞으로 며칠 안에 신속하게 취해지길 바란다”며 15일 공식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나토 회원 자격은 핀란드의 안보를 강화할 것이며, 나토 회원국으로서 핀란드는 안보 동맹 전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스웨덴도 16일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7일쯤 스웨덴을 국빈 방문해 나토 동시 가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북유럽 4개국이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되고, 나토 회원국은 30개국에서 32개국으로 늘어난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피하고 중립을 지켜오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국방 전략을 수정한 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와 1340㎞ 길이의 국경을 접한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다음 목표가 자국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특히 핀란드는 지난 1939년 겨울전쟁에서 소련의 침공으로 영토의 10%를 잃은 뼈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결국 1948년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안보를 보장받는 협정을 러시아와 체결했다. 이로 사르카 헬싱키대 교수는 핀란드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며 ‘이 일이 우리에게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BBC에 말했다.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나토 가입에 부정적이었던 국민 여론도 뒤집혔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에 따르면 지난 9일 여론조사에선 핀란드인의 76%가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간 20~30% 수준에 머물렀던 찬성 비율이 대폭 상승한 것이다. 핀란드 의회도 나토 가입 지지가 다수다. 핀란드 의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공격 억지력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므로 나토 가입은 국가 안보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정부에 나토 가입을 권고했다.

스웨덴도 최근 몇 년간 러시아 군용기에 영공을 수차례 침범당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러시아의 군사위협에 대응하고자 10여년만에 고틀란드섬에 병력 수백명까지 배치해둔 상태다. 스웨덴의 경우 국민의 57%가 나토에 가입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요인도 작용했다. 스웨덴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오는 9월 총선을 앞둔데다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자칫 북유럽 4개국 중 유일하게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결정하면 오는 6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또는 그 이전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최종 가입을 확정하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나토 당국자들을 인용해 나토 동맹국들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승인할 것이 확실시 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28일 “핀란드와 스웨덴이 가입 신청을 결정한다면 따뜻하게 환영받을 것이며 절차는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 말했다. 미국도 양국의 나토 가입을 “강력하게 지원하겠다”며 환영했다.

두 나라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가입을 승인받아도 기존 30개 회원국 의회가 1년 안에 이를 비준하기 전까지는 정식 회원국으로서의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 즉 30개 회원국 의회가 모두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러시아가 양국을 침공하더라도 나토 집단안보의 핵심인 헌장 5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나토의 확장으로 이어지게 됐다. CNN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많은 역효과를 낳았고 그 중에서 가장 재앙적인 결과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스웨덴 국기와 나토 깃발 |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 국기와 나토 깃발 | 로이터연합뉴스


나토는 1949년 미국, 캐나다, 유럽 10개국 등 12개 회원국이 참가해 발족시킨 집단방위기구다. 이후 미·소 냉전이 격화되면서 회원국이 16개국으로 늘어났고, 1990년 소련 해체 후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26개국으로 커졌다. 러시아의 2014년 크름반도 병합 이후 발칸반도 국가들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회원국은 30개국으로 확장됐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유럽에서 서방과 러시아 간의 긴장을 한층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맞대는 국경은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난다. 또 양국 군사력이 나토에 편입되면서 나토의 북유럽 전력은 크게 증강된다.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북방함대 강화 방침도 밝힌 상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 움직임은 러시아에 명백한 위협”이라며 “나토의 확장은 유럽과 전 세계를 더 불안케 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조약 일방에 반대하는 동맹을 체결하지 않고 연합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한 1947년 파리 평화조약과 1992년 러-핀란드 관계 기반에 관한 조약 등의 국제 의무에 대한 직접적 위반이라며 “러시아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기술적 조치와 다른 성격의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이날 공동선언에 앞서 러시아가 어떻게 바라볼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러시아는 언제든 인접국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당신네(러시아)가 저지른 일이다. 거울 좀 보라”고 말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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