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연합뉴스] |
'가난한 아이티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흑인 여성이자 성소수자'.
미국 대통령의 입으로서 전 세계와 소통하는 백악관 대변인 자리에 오른 카린 장피에르(45·사진)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후임으로 흑인 여성이자 성소수자인 장피에르 수석 부대변인을 승진 임명했다. 미국 역사상 백악관 대변인에 흑인 여성이 처음 발탁됐다. 성소수자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장피에르가 대변인으로 일하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그는 이 어려운 일에 필요한 경험, 능력, 진실성을 갖고 미국인을 위한 바이든 정부 업무의 소통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와 정부를 대변하는 강력한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오는 13일 장피에르 신임 대변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공직을 떠나 MSNBC로 이직할 예정이다. 사키 대변인은 인사 발표 직후 트위터를 통해 "장피에르는 백악관 대변인에 오르는 첫 흑인 여성이자, 공개적인 성소수자"라며 "그는 많은 이에게 목소리를 낼 것이고, 많은 이가 큰 꿈을 꾸게 만들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피에르는 1977년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에서 아이티 출신의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뉴욕시 퀸스로 이주했다. 아버지는 뉴욕 택시운전사로, 어머니는 요양보호사로 일주일에 6~7일씩 일하며 생계를 꾸렸고 장피에르는 동생 2명을 돌보며 학업을 이어갔다.
그는 뉴욕 공과대학을 졸업했고 컬럼비아대에서 공공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첫 직업은 환경단체 전화 상담사다. 이어 뉴욕시의회 입법·예산담당 국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다.
진보시민단체인 무브온 홍보책임자로 활동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하는 것을 다 합치면 내가 된다"며 반(反)트럼프 운동도 펼쳤다. MSNBC 등 방송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백악관 부대변인으로 임명됐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키 대변인을 대신해 브리핑에 나서기도 했다.
첫 브리핑 당시 "역사성에 감사하다"며 "이 연단에 서 있는 것, 이 방에 있는 것, 이 건물에 있는 것은 한 사람에 대한 게 아니라 미국인을 대표해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장피에르는 CNN 기자인 수잰 말보와 동성 결혼을 했고 여자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그는 한때 가면증후군을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성공이 노력이 아니라 운 때문이라고 여기고 불안해하는 증상이다. 그는 여러 역경을 이겨내고 생각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겼는지를 담은 '앞으로 나아가기'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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